[김길웅의 借古述今] (338) 구멍을 파도 한 구멍을 파라

차고술금(借古述今), 옛것을 빌려 지금을 말한다. 과거가 없으면 현재가 없고, 현재가 없으면 미래 또한 없지 않은가. 옛 선조들의 차고술금의 지혜를 제주어와 제주속담에서 찾는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들도 고개를 절로 끄덕일 지혜가 담겼다. 교육자 출신의 문필가 동보 김길웅 선생의 글을 통해 평범한 일상에 깃든 차고술금과 촌철살인을 제주어로 함께 느껴보시기 바란다. / 편집자 글


* 고냥 : 구멍

모아 이뤄진 그 힘을 하나의 일에 쏟아 붓는다면 십상팔구는 성공하리라. / 사진=픽사베이<br>
모아 이뤄진 그 힘을 하나의 일에 쏟아 붓는다면 십상팔구는 성공하리라. / 사진=픽사베이

정한 이치다.

구멍을 팔 때 한 구멍을 파야 의도한 대로, 보다 넓고 보다 깊이 팔 수 있음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이디 쑥대기당 저디 쑥대기곡 해영은 무신 일이 되지 아니허는 법이여, 소나이 조식이 혼 번 모심 먹은 냥 처음부터 끝꺼지 해야주.
(여기 쑤시다 저기 쑤시고 해서는 무슨 일이 되지 아니하는 법이다. 사나이 자식이 한 번 마음먹은 양 처음부터 끝까지 해야지.)

초지일관(初志一貫)하라는 엄한 가르침이다. 한 가지 일에 매진하지 않고, 이것에 손댔다 저것에 뜻을 두었다 자꾸 진로를 바꾸거나 방법이나 수단을 달리하면 번번이 차질만 가져올 뿐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비로 이 점을 일깨우려는 진지한 목소리다. 

외곬으로 일을 하고, 뜻한 바대로 모든 에너지를 한곳에 집중해도 이루기 어려운데 여기저기 힘을 분산하면 성취가 더디거나 어려울 것은 더 말할 것도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불변의 진리는 짧은 한마디에 함축하는 법이다. 

“혼 고냥을 파라.” 얼마나 간단 명료한가.

주변을 둘러볼 일이다. 이 일 저 일 벌여만 놓고 하나도 성공하지 못한 예들이 얼마나 많은지. 실패한 사람에게서 성공할 수 있는 지혜를 발견할 수 있다면, 그건 값비싸고 소중한 터득이 없을 것이다.

이 일 저 일, 이리 기웃 저리 기웃거리는 것은 자기 분수에 넘치는 과욕일 따름이다. 힘을 한 곳으로 집중하며 대력(大力)이 된다. 

모아 이뤄진 그 힘을 하나의 일에 쏟아 붓는다면 십상팔구는 성공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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