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왓 칼럼] 문제 중심에서 당당히 해결하는 주체인지 돌아봐야

교육청은 그저 조용히 사회적 논란이 지나가기만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닌가? 맨 왼쪽은 제주여고 졸업생이 모교의 인권침해를 발표하는 기자회견 사진, 맨 오른쪽은 제주교사들이 마련한 서이초 교사 추모 공간.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교육청은 그저 조용히 사회적 논란이 지나가기만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닌가? 맨 왼쪽은 제주여고 졸업생이 모교의 인권침해를 발표하는 기자회견 사진, 맨 오른쪽은 제주교사들이 마련한 서이초 교사 추모 공간.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三人行必有我師焉 擇其善者而從之 其不善者而改之.”
(세 사람이 길을 가면 반드시 내 스승이 있으니 그중에 선한 사람을 가려서는 그를 따르고 선하지 못한 사람을 가려서는 (자기의) 잘못을 고쳐야 한다.)

- 논어(論語) 중 술이(述而) 21장

사실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이고, 거의 모든 이가 한두 번도 아니고 수백 번 배웠을 만한 말이다. 왜냐하면 학교에서 거의 늘상 듣는 말이기 때문이다. ‘실수해도 괜찮아! 다시 그러지 않으면 되니까!’라고 스승은 제자들에게 늘 가르친다. 제자가 잘한 일이 있다면 ‘잘했어! 그래 그렇게 하면 되는 거야!’라고 가르침을 주기도 한다. 

작년 3월 필자는 모 여고 졸업생과 함께 학교 내 인권침해 상황을 고발한 일이 있었다. 그리고 올해 초 필자는 그 인권침 해상황 고발의 결과를 흐지부지 만들어버린 교육청의 행태에 대해 비판적인 글을 쓰기도 했다. 또 고발당사자로서, 인권활동가로서 교육청에 직접 항의도 하고 문제 제기도 했다. 

교육청은 요지부동이었다. 올해 5월 그 여고와 같은 재단에 속해 있는 모 여중에서 거의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다. 제주도교육청 학생인권교육센터가 밝힌 바에 의하며, 해당 중학교의 주요 학생 인권침해 주요사안으로 ▲인격권 및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침해 ▲학습권 침해 ▲사생활의 자유 침해 ▲건강권 침해가 발생했다고 한다. 

결국 제주도교육청은 올 7월 해당 학교에 위의 인권침해 의혹이 사실임을 확인하고 권고 조치했다. 또한 제주도의회 교육위원회에서도 해당 사안에 대한 특별한 보고와 질의 시간을 가졌다. 같은 재단에, 같은 공간에 있는 학교에서 해를 걸러 비슷한 일이 지속해서 발생한 것이다. 

만약에, 제주도교육청이 작년 모 여고 사건에서 해당 재단이나 학교를 더 적극적으로 지도하고, 관련 사례에 대한 분명한 의견 표명과 더불어 이러한 사건의 사례를 전파함으로써, 그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예방조치를 적극적으로 했다면 이토록 사태가 심각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제주도교육청은 모 여고 사건 관련 권고문은 종이 한 장짜리 요약보고서만 홈페이지에 게시했고, 가해자로 지목된 해당 학교에만 보냈다. 다른 학교에서는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나고 어떻게 처리되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또한 해당 학교에서 어떠한 사후 조치가 취해졌는지조차 필자는 물론 도민도 거의 모른다. 그러는 사이 도내 모 중학교에서는 한 교사가 학생의 성적 저하를 문제 삼아 ‘테니스나 치라’는 등 비하 발언해 사회적 물의를 빚기도 했다. 하지만 그에 대한 구체적 조치는 없었다. 창피한 줄만 알고 쉬쉬하며 배움이 없는 제주도교육청의 모습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 

작년 10월 제주 대정중에서 발생한 교사의 교육활동 침해 사안을 살펴보자. 대정중의 교사는 정규교과과정의 사회 수업을 진행하였다. 그런데 수업 내용에 불만을 품은 학부모들이 집단으로 불만을 제기하고, 학교에 항의했다. 사안이 크게 불거졌다. 그러나 당시에 교사의 교육활동 내용, 진행 과정에서 공적 교육을 벗어나거나 학생들을 강제한 적이 없다는 것이 제주도교육청의 입장이었다. 또한 그러한 입장으로 대정중과 해당 교사를 지지한다며 지원을 약속하는 공문을 발송하기도 하였는데 대정중에만 공문을 발송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교육인권센터는 교육청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하는 보도자료를 준비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교육청 윗선으로 결재가 올라간 보도자료 발표문은 어찌 된 일인지 도교육감의 승인이 나지 않았다. 여러 뒷이야기가 돌았다. 도교육청은 공격당한 학교와 교사들에게 립서비스만 했을 뿐이었다. 결국 동료 선생님들이 직접 해당 선생님에 대한 지지를 언론에 표명하며 스스로 자신들을 보호하기에 이른다. 결국 이 사안에서 교육청은 아무런 입장도 내지 않았으며, 공식적으로 드러난 대정중과 선생님들을 보호하는 조치는 없었다. 더 어이가 없는 것은 다른 학교에 이러한 상황에 대해 공유하는 공적 문서를 보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서울 서초구 서이초의 한 선생님이 유명을 달리했다. 그리고 또 다른 초임교사도 스스로 생을 마감하였다. 교육 당국이 학부모의 갑질 행위를 방치하거나 교사에게 떠넘기는 사이 비극적인 일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그러는 사이 ‘왕의 DNA’이라는 자극적인 말이 뒤섞인 학부모 갑질 사례가 연일 뉴스의 중심에 서고 있고, 다른 사례들도 쏟아지고 있다. 

제주에서는 얼마 전 학교폭력과 관련하여 교사에 대한 학교장의 갑질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도교육감이 교원 단체들을 만나기도 하였지만, 현재까지 제주도교육청의 구체적 조치나 발표는 없다. 작년 대정중 사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고민했다면 제주도교육청이 이렇게 무기력하게 아무 말도 못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필자가 만난 다수의 교육청 고위 관계자들은 거의 대동소이하게 ‘시민사회단체의 비판은 당연히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비판의 정도가 너무 과하다’라고 말했다. 도대체 무엇이 과한지 모르겠다. 작년 모 여고 사건에서 제주도교육청은 도내 모든 학교를 대상으로 학생인권침해에 대한 전수조사를 약속했다. 하지만 그러한 약속뿐만 아니라 후속 조치도 오리무중이다. 그리고 상황에 대한 정보도 공개하거나 해당 학교와 공유하지 않는다. 

현재도 교사들의 교육활동 보호조치에 제주도교육청은 앞장서 대책을 마련하고 아우성치는 교원단체들의 주장에도 구체적인 응답이 없다. 최소한 작년부터 크고 작은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제주도교육청과 김광수 교육감은 어떤 해법을 제시했는가? 학생들에게 가르치듯이, 과거의 잘못으로부터 제주도교육청은 무엇을 배웠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겠다는 것인가? 교육청이 문제의 중심에 서서 당당히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주체로 나서기나 했던가? 그저 조용히 사회적 논란이 지나가기만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닌가? 

교육계에는 ‘교육자치’라는 개념과 흐름이 있다. 여기에서 교육자치의 주체는 ‘학생, 교사, 학부모’이다. 지금은 각 교육 주체들 간의 갈등이 심각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필자는 어느 한 주체를 집단으로 몰아 사회적 비판을 집중시키는 방식, 한 대상만을 악마화하려는 시도에 반대한다. 교육계 내부의 상호 존중과 상호신뢰에 대한 자성과 그에 맞는 교육적 대안이 제안돼야 한다. 상호 존중이라는 가치는 바로 인권적 가치이기도 하다. 인권적 가치가 더 소중하게 고려되고, 그 실천 방안을 깊이 있게 고민한다면 지금과 같이 난망한 상황에서도 지혜로운 해결책이 제안될 수 있을 것이다. 과거로부터 배움이 있다는 것을 실천적으로 보여주는 제주도교육청과 도교육감의 지도력을 끝까지 기대해본다. 

‘반면교사(反面敎師)’나 ‘타산지석(他山之石)’과 같은 격언은 학생들에게만 가르치는 명제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 신강협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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