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와 미래 정책토론회] ④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필요한가?
제주와미래연구원·제주의소리·한라일보·KCTV·TBN제주 공동기획

제주와미래연구원, 제주의소리, 한라일보, KCTV제주방송, TBN제주교통방송이 제주 미래 100년에 대한 도민 주체, 지속 가능, 혁신 성장을 위한 정책과 과제를 모색하는 ‘제주와 미래 정책토론’을 진행한다. 매월 한 차례 공동기획을 통해 국가와 지방정부 차원의 제주미래 비전과 대전환 정책 수립을 유도하고, ‘도민 손으로’ 지속가능한 제주의 미래방향을 제시해나가고자 한다. [편집자 주]


 

2006년 특별자치도 출범 이래 17년간 반복돼 온 '행정체제 개편' 논쟁. 전문가들은 개편의 필요성에 대한 도민사회 전반적인 공감대가 형성된 민선8기에서야말로 해묵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제주의소리]와 (사)제주와미래연구원, 한라일보, KCTV제주방송, TBN제주교통방송이 공동으로 기획한 '제주와 미래 정책' 네번째 토론회가 지난 10일 제주와미래연구원에서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필요한가?'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이날 토론은 도민 공청회 등에서 나온 의견을 바탕으로 행정체제 개편의 필요성과 추후 과제를 점검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송종훈 제주한라대학교 겸임교수의 사회로 더불어민주당 송재호 국회의원(제주시 갑)과 양덕순 제주연구원장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제주사회에서 행정체제 개편은 2006년 특별자치도가 출범한 이래 매듭짓지 못한 숙제다. 기초자치단체 폐지를 골자로 한 특별자치도 출범 당시 주민투표에서도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았기에 이후 지방선거, 총선, 대선 등 선거 때마다 행정체제 개편 공약은 단골처럼 등장하곤 했다.

기초자치단체 부활이 여의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차선책으로 접근했던 행정시장 직선제 역시 중앙정부에 의해 거부됐고, 민선8기 오영훈 지사가 강력한 개편 의지를 내비치면서 재차 불이 붙은 사안이다.

[제주의소리]와 (사)제주와미래연구원, 한라일보, KCTV제주방송, TBN제주교통방송이 공동으로 기획하는 '제주와 미래 정책' 두번째 토론회가 지난 10일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 필요한가'를 주제로 진행됐다. ⓒ제주의소리
[제주의소리]와 (사)제주와미래연구원, 한라일보, KCTV제주방송, TBN제주교통방송이 공동으로 기획하는 '제주와 미래 정책' 두번째 토론회가 지난 10일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 필요한가'를 주제로 진행됐다. ⓒ제주의소리

◇ 꾸준한 행정체제 개편 열망...현행 체제, 무엇이 문제인가?

송재호 의원은 "국제자유도시라는 목표성을 가진 제주라는 배에 추진 엔진으로 특별자치를 어떻게 다룰 것이냐를 모색했지만, 행정시 체제가 거대한 국제자유도시를 지탱하는 제주호의 엔진으로 적절한가에 대한 논쟁은 꾸준했다"며 "17년만에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보고, 오영훈 도정 전반기에 이 부분을 반드시 풀고 가야 한다"고 피력했다.

양덕순 원장은 "국제자유도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엔진이 종전까지는 작은 엔진 네 개와 큰 엔진 하나가 있었다면, 특별자치도를 출범시키면서 큰 엔진을 더 크게 하면 더 쾌속하게 운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라며 "그러나 우리가 간과했던 것은 네 개의 엔진도 나름의 역할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 역할의 부재로 문제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양 원장은 "가장 큰 문제는 주민들의 생활이 불편해졌다는 것"이라고 규정하며 "이전 시장·군수들이 맡았던 역할은 '생활 자치'로 민원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는 업무들이다보니 지역주민들과 접촉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반면 도지사는 제주 전체지역을 어떻게 끌고 나갈 것이냐에 대한 담론을 만들어내는데 초점을 두는 구조"라고 특별자치도의 태생적 문제를 짚었다.

특히 양 원장은 특별자치도 출범과 더불어 제기된 '지역 간 불균형' 문제와 관련 "기초자치단체가 폐지되면서 기초통계를 확보하기 어려워졌다. 기초통계라고 하는 것이 기초자치단체 중심으로 통계를 만드는데, 제주도는 기초자치단체별 통계가 없어 지역 간 불균형이 있는지 없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통계 자체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제주시와 기존에 남제주군·북제주군·서귀포의 인구 유입 현상을 보면 제주시에 인구가 오히려 집중됐고, 남제주군·북제주군 지역의 인구는 감소하고 있다는 통계가 있다. 사회복지와 의료서비스 등도 제주시 지역에만 몰려있다는 통계로 봤을 때 과연 기초자치단체 폐지의 목적이었던 균형발전이 달성됐는지는 의문"이라고 분석했다.

더불어민주당 송재호 국회의원. ⓒ제주의소리
더불어민주당 송재호 국회의원. ⓒ제주의소리

◇ '도지사 분권 의지-타 시도 특별자치도 출범' 맞물려 행정체제 개편 논의 적기

토론자들은 대내외적인 여건 상 행정체제 개편 논의는 더이상 미룰 이유가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스스로의 권한을 내려놓겠다는 도정의 의지가 확고하고, 강원·전북특별자치도 출범 사례에 비쳐 제주도의 의견을 적극 관철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송 의원은 "같은 편(같은 당)이라서가 아니라 오 지사가 훌륭한 결정을 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도지사라도 시장·군수를 직접 임명해서 마음대로 하고 싶지, 주민이 뽑은 시장이 도지사의 말을 듣겠나"라며 "권한을 분산하고 내려놓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결정이다. 지사가 결심하지 않으면 논의 자체가 진행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양 원장도 "지방자치는 풀뿌리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없으면 권한을 내려놓기가 쉽지 않다"며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결론을 내리고, 더이상 우리 후손들에게 이와 같은 논쟁의 짐을 넘겨주지 말자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고 동조했다.

특히 송 의원은 강원·전북특별자치도 출범과 관련 "제주도가 17년 간 운영해온 것을 토대로 '좋은 특례만 받자'라는 기조로 출범했는데, '기초자치단체 폐지는 절대 안된다'는 입장을 확고히 한 것으로 봐도 우리 입장에서는 거꾸로 기초자치단체 설치를 주장할 수 있는 논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 원장은 "특별자치도는 독점적 권한을 의미하는게 아니라 '우리가 시범적으로 가보겠다'는 취지가 컸다. 그 성과로 강원·전북특별자치도가 만들어지면서 우리의 역할을 다한 것인데, 마치 국가가 특정 지역에 일방적으로 주는 특혜라고 생각하면 맞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별자치도는 지방분권이란 흐름 속에서 국가 운영체제를 중앙중심에서 지방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냐에 대한 문제"라며 "기초자치단체 부활로 인해 특례가 사라진다고 하는 것은 지나친 기우가 아닌가, 현 체제를 고수하려는 이들의 대의명분이 아닌가 생각도 갖게 된다"고 주장했다.

양덕순 제주연구원장. ⓒ제주의소리
양덕순 제주연구원장. ⓒ제주의소리

◇ "가장 중요한 건 도민의 뜻" 도민의견 공론화 방안은?

행정체제 개편을 '어떻게' 진행하느냐의 문제를 두고 토론자들은 도민의견 공론화가 보다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원장은 "제주연구원 차원에서 4개 권역별로 도민토론회를 갖고 진솔한 이야기를 들었더니 '시장·군수 직접 뽑고 싶다', '뽑힌 시장·군수에 예산, 조직, 인사권을 줘서 실질적으로 책임 있는 행정을 했으면 좋겠다'라는 의견이 많았다"면서도 "다만 행정체제 개편과 관련한 많은 정보를 제공받지 못한데 대한 아쉬움이 컸다"고 진단했다.

양 원장은 "지금 이야기가 잘못 전달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기초자치단체를 새롭게 만드는 것이 특별자치도 전체를 부정하는 것'이라는 주장인데, 그렇지 않다. 특별자치도라는 엔진을 개선해보자는 취지로, 계층구조 개편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양 원장은 일각에서 꾸준히 논의돼 온 '행정시장 직선제'와 같은 방식에 대해서는 "시장 직선제를 하면 특별자치도라고 하는 체제를 부정하지 않으면서 현재의 임명시장의 한계를 개선하는 것처럼 겉으로 보기에는 그럴싸해 보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데 직선시장은 자기것이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다. 자기 예산도,  조직도, 인사권도 없이 도지사가 주는 걸 갖고 해결해야 하는 사람일 뿐"이라고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송 의원은 지난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기초자치단체 부활 주민투표'의 근거가 되는 법 개정이 멈춰선 것에 대해 "주무위원회인 행안위에서 통과된 사안으로, 법사위는 '법률체계에 맞느냐'를 다룬 것 뿐"이라며 "다만 원래의 모형이 아닌 보다 발전된 모형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송 의원은 "우리에게 맞는 진짜 기초정부가 어떤 모양일지에 대해 정치적 상상력을 좀 더 발휘할 필요가 있다. 행안부와 국회가 생각하는 것은 '기존과는 다른 모델이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라며 "제주도가 보다 시범적이고 모범적으로 앞서갔으니 그냥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고민이 차제에 있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가장 중시돼야 할 것은 제주도민의 의사다. 제주도는 제주도민의 삶의 터로, 도민이 원하는 대로 가는 게 맞다"고 전제하며 "다만 기술적으로 도민의 행복을 보다 추구할 수 있는 길을 어떻게 닦느냐 하는 것은 현재 도정과 도의회, 저와 같은 정치인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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