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홍의 교육春秋] (40) 언제까지 교육청은 선생님들을 외면할 것인가?

2012년 직업만족도 1위. 
2017년 자녀에게 가장 권하고 싶은 직업 1위. 
판사, 의사와 함께 직업만족도가 가장 높은 직업. 
1231개의 직업세세분류 중 상위 1% 이내의 만족도가 높은 직업.

교장이다. 

오늘 이야기할 주제는 학교에서 교장은 어떤 존재이고 어떤 존재여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언젠가 제주의소리에 수업하는 교장을 원한다는 글을 올렸다가 여러 사람으로부터 항의를 받은 기억이 있다. 학교 현장이나 교장의 역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다. 어쩌면 오늘의 글도 그런 항의로부터 자유롭지 못할지 모른다. 그래서 오늘은 여러 사람의 글을 인용해서 교장에 대해 탐구해보려 한다. 

누가 교장이 되는가?

교원 양성 대학을 졸업하고 임용고시에 합격하면, 2급 정교사가 된다. 그리고 학교에서 3년 경력이 지나면 1급 정교사 자격 연수를 받고 1급 정교사가 된다. 이후에 교사가 택할 수 있는 길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평교사로 정년을 맞이하는 길, 교감·교장으로 승진하는 길, 공개시험을 통해 장학사·연구사와 같은 교육 전문직으로 전직하는 길, 수석교사가 되는 길이 있다. 수석교사는 교장으로만 향하는 인사제도를 이원화하기 위해 만들었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실효성은 미미하다. 그렇다면 결국 평교사로 가는 길과 교감·교장으로 가는 길만 남는다. 대다수 교사가 평교사로 남지만, 승진을 꿈꾸는 이들은 혹독한 길을 가게 된다. 그만큼 교장으로 가는 길은 좁고 힘든 길이다. 제주의 6959명의 교원 중 교장은 단 188명이다. 확률로만 보면 2.7%! 

경력 평정, 연수 성적 평정, 근무 성적 평정, 가산점 경쟁을 통해 교장으로 가는 길이 열린다. 앞의 두 가지는 기본 점수가 되는 셈이고 뒤의 두 가지가 향방을 가르게 되는데 근무 성적은 교장의 손에 달려있고 그렇게 학교에는 교장의 측근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렇다고 교장에 대해 편견을 갖진 말기 바란다. 나름대로 학교를 바꾸고 싶어 교장이 되는 분들도 있고, 교육에 대한 철학으로 접근하는 분들도 있다. 현재 구조가 그렇다는 이야기니 여기에서 편견이라는 양념은 빼도록 하자.

교장이 되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초·중등교육법 제20조에 ‘교장은 교무를 총괄하고, 소속 교직원을 지도·감독하며, 학생을 교육한다’고 교장의 임무를 정의하고 있다. 여기서 ‘학생을 교육한다’는 용어를 어떻게 해석할지 애매할 것 같은데, ‘학생 교육’은 ‘수업과 연구, 생활지도’의 영역으로 본다. 교장은 수업하고, 교육과정을 연구하고, 학생들의 인성이나 생활상담을 하는 사람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면, 평교사랑 도대체 뭐가 다른지 물어볼 수 있다. 교장은 여기에 더해 그들을 지도·감독할 수 있다. 지도와 감독을 감시와 통제로 이해해서는 곤란하다. 법대로만 보면, 교장은 권리보다는 많은 의무를 지닌 존재로 보이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 우리는 수업하는 교장을 본 적도 없고, 그래서 선생님들의 고충을 함께 나누는 교장에 관한 이야기도 들은 적이 거의 없다. 교장이 자신의 전공을 살려 교사들과 교수법을 두고 토론하거나 학생 상담을 도맡아 한다는 얘기도 생경하다. 만일 법대로만 한다면, 교장이 지금처럼 직업만족도가 높은 직업이 될 수 있었을까? 법이 정한 역할을 권한에만 맞춰 해석하고 적용해온 역사가 너무 길었던 것으로 보인다. 요즘 제주에서 논란이 되는 교장 갑질 사건을 통해 문제를 더 깊이 들여다보자.

교장의 갑질이 가능한 이유는 무엇인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제주지역 고등학교 모 교장이 교사들에게 갑질을 했다고 한다. 그는 “규정과 원칙에 맞게 법 테두리 안에서 공무를 집행했다. 다만 교장으로서 모든 사람을 다 품어 안아야 함에도 불만들을 헤아리지 못한 건 아쉽고, 도의적으로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법대로 했지만, 일부 불만이 있는 이들이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문제 제기하는 이들을 규정을 넘어선 요구를 하는 이들로 치부하는 셈이다. 반대로 문제 제기하는 쪽에선 폭언과 막말, 규정을 넘어선 요구에 심지어 성희롱까지 있었다는 주장이다. 어느 쪽의 말이 맞는지 가늠하기 힘들다. 그래서 교사들은 해당 학교 모든 교사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요청했다. 교육청에서 객관적 입장으로 전수조사해서 시비를 가리면 간단한 일이다. 그런데, 교육청은 어떤 적극적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상식적으로 지휘를 받는 이들이 권력을 가진 상사에 대해 문제 제기하긴 힘든 일이다. 이들이 힘들게 쏘아 올린 공을 교육청은 지켜주지 않고 오히려 외면하고 있다. 많은 동료 교사들은 교육청의 행태를 보며, 고립감과 무력감, 우울함을 느꼈을 것이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메시지를 보여주는 셈이다. 지금이라도 교육청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교사들이 교육청을 믿고 의지할 수 있다. 심지어 성폭력 사건은 ‘선 분리조치 후 조사’가 기본원칙이다. 기본이라도 지켜야 하지 않을까.

어떤 교장을 원하십니까?

‘징검다리교육공동체’가 제안하는 학교장의 민주적 리더십은 우선 교사들과 함께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자발적으로 수업을 나누며, 교원 학습 공동체에 참여하여 질 높은 성취를 통해 교육과정 전문가로 거듭나야 한다. 교육 행정에 능통해 행정·공무 직원과 함께 학교 행정을 수행하고, 교사·학생·학부모를 위해 행정을 지원하며, 예산 및 시설 관리의 총괄자가 되어야 한다. 현직 교사들이 쓴 ‘교육을 가로막는 벽’(교육과실천)에 소개된 광주의 어느 초등학교 교장은 매일 아침 학교에 출근하면 한 시간씩 바깥 청소를 하고 수시로 학교를 둘러보며 어질러진 곳을 정리하고 시설물도 점검한다. 힘들어하는 학생을 보면 적극적으로 상담에 나서고, 교사들이 연가나 병가를 쓰면 보결 수업에 들어간다. 학교의 중추 역할을 하는 교무부장과 연구부장은 교사 투표로 정하며, 공모 사업과 학부모회 관련 업무도 맡아서 한다.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하면 직접 나서서 행정 실무를 맡기도 한다.

반면 갑질 교장으로 지목된 이는 인사위원회를 무력화시키고, 교사들에게 막말을 하고 성희롱까지 일삼는 제왕적 교장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감시와 통제는 권한을 오용하는 일이다. 지금까지 수면 아래에 있던 교장의 역할에 대해 이번 일을 계기로 지역사회의 논의가 촉발되기를 기대해본다. 교권문제에 있어서도 제도가 마련되기 이전에 교장과 교육청이 제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는 것이 교사들 대다수의 목소리임을 기억하자. 교육청은 교육청의 국·과장급인 관리자 교장들을 옹호하기 위한 기관이 아니라 교육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기관이다.

임정훈이 쓴 ‘학교의 품격’(우리교육)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중학교 공간 구성을 비교 연구한 자료를 분석하며 한국의 교장실이 일본의 교장실보다 두 배 가까이 크다고 지적한다. 교실 한 칸 크기인 약 20평의 공간에 교장 혼자만 있는 곳이 바로 한국의 교장실이다. 심지어 유럽의 경우에는 교장실이 2~3평에 불과하다고 한다. 행정실을 거느리고 학교 중앙에 자리한 것이 아니라 한구석에 위치하기도 한다. 권위주의적 공간배치와 관리 영역의 축소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교육청과 교장이 교사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그래서 궁극적으로 학생의 성장과 발달이 도모될 수 있길 기대해본다. 지금까지 교육 현실에 대한 많은 문제 지적이 있어 왔지만, 제대로 된 논의가 없었다는 점을 기억한다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논의를 시작해보자!


<참고한 책들을 소개하면> 
김성환 외, 『교육을 가로막는 벽』, 교육과 실천, 2022.
임정훈, 『학교의 품격』, 우리교육, 2018.
이혁규, 『한국의 교사와 교사되기』, 교육공동체벗, 2021.
김재훈, 『대한민국 교사로 산다는 것』, 우리교육, 2017.


#안재홍

안재홍은 간디학교를 비롯한 대안교육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살아왔다. 제주에서 탈학교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잠시 운영하기도 했다. 대안교육에 대한 관심을 학교 밖에서 학교 내로 옮겨와 다양성이 존중받고 자립적이고 주체적인 삶의 교육이 자리잡길 바라고 있다. 필자가 살고 있는 마을에서라도 시작해보자는 고민으로 2016년 10월 애월교육협동조합 이음을 설립해 애월지역 마을교육공동체 활동을 하고 있다. 기후위기가 두 딸의 삶을 앗아가지 않게 하려면 뭘 해야 하나 고민하며 환경과 평화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2020년부터 애월중학교에서 기후위기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대학교 사회학과 박사과정에서 공부하다 지금은 귤 농사지으며 휴학 중이다. 제주의소리 '교육春秋' 칼럼을 통해 독자들과 격주로 만난다. KBS제주 TV 시사프로 '집중진단' 진행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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