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182) peace

peace [piːs] n. 평화(平和)
혼듸 무끄다
(함께 묶다)

가을로 들어서는 구월의 첫날, 제주가 명실상부한(substantial) 평화의 섬으로 거듭나길 소망해본다. / 사진=픽사베이<br>
가을로 들어서는 구월의 첫날, 제주가 명실상부한(substantial) 평화의 섬으로 거듭나길 소망해본다. / 사진=픽사베이

peace의 인도유럽어족 어원(origin) pag-은 “묶다(=fasten)”라는 뜻이다. 이 pag-라는 어근(root)에서 나온 라틴어 pacem은, “compact(계약), agreement(합의), treaty of peace(평화조약), tranquility(평온), absence of war(전쟁의 부재)”라는 뜻으로 지역에 따라 pes, pais, patz, pace 등으로 쓰였다. 영어의 peace는, 평화가 “대립하는 양쪽을 하나로 묶는 일”이며, 대개는 계약이나 합의를 통해 그런 평화를 구하여 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평화란 좁은 의미로는(in a narrow sense) “전쟁을 하지 않는 상태”를 뜻하지만, 넓은 의미로는(in a broad sense) “분쟁과 다툼(disputes and quarrels)이 없이 서로 이해하고, 우호적이며, 조화(harmony)를 이루는 상태”를 뜻한다. 아마도 인류가 목표로 하는 가장 완전한 상태(perfect condition)일 것이다. 

역사를 통해(throughout history), 지도자들은 지역적 평화나 경제 성장(economic growth)을 담보할 수 있는 행동적 자제(behavioral restraint)를 확립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평화조약과 외교(diplomacy)를 사용해 왔다. 그리고 그런 행동 규제를 통해 서로 간 갈등(conflicts)을 줄이면서 더 큰 경제적 상호작용(economic interaction)을 끌어내고 상당한 번영(prosperity)을 가져오기도 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겉으로 보이는 평화(the outward appearance of peace)의 맹점(blind point)이 존재한다. 사실, 안토니누스 치하에 절정기(prime time)를 맞이한 로마제국에서의 팍스 로마나(로마의 평화)도 제국 중심부에 있어서의 내부질서와 통일(unification)이었다. 그것은 제국 내부에서의 내란 평정(suppression of civil rebellions)에 지나지 않으며, 제국 내외의 주변부(노예 등)에게는 정의도 번영도 없이, 오직 약탈(plunder), 파괴(destruction), 잔학 행위(cruelty)를 수반하는 착취적 시스템(exploitative system)에 불과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마하트마 간디(1869-1948)는 평화를 단순히 전쟁이 없는 상황이 아니라 정의(justice)가 구현된 상황으로 보았고, 같은 맥락에서(in the same context) 마틴 루터 킹(1929-1968) 목사도 “진정한 평화는 단지 긴장이 없는 상태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정의가 실현되는 것”이라 했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스위스의 실증적 사회학자(empirical sociologist)인 장 지글러는 테러리스트들 대부분이 가난과 좌절로 인해 사회에 대한 불만이 많은 빈민(the poor) 출신이라는 사실을 들면서, 평화는 테러와의 전쟁(war against terrorism)이 아닌,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사회가 건설될 때 비로소 실현될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우리가 염원하는 진정한 평화(real peace)를 확립하는 데 필요한 전제조건(prerequisite) 중 하나는 “심리적 평화(psychological peace)”이다. 이런 마음의 평화(peace of mind)란 일상생활의 불확실성(uncertainty)에 흔들리지 않는 내면의 평온함(inner tranquility)으로, 그런 고요한 상태에서 나오는 평화로운 내적 처분(internal disposition)만이 달리 화해할 수 없어 보이는(irreconcilable) 경쟁적 이해관계(competitive interests)를 해결하는데도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 프란치스코(1182-1226)가 그의 평화의 기도(prayer for peace)에서 “위로받기보다는 위로하고, 이해받기보다는 이해하며, 사랑받기보다는 사랑하게 하여 주소서(Let me seek as much to be consoled as to console, to be understood as to understand, to be loved as to love)”라고 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가 아니겠는가.

가을로 들어서는 9월의 첫날, 제주가 상징적인(symbolic) 평화의 섬(peace island)을 넘어서서 인권, 범죄, 안전, 환경문제 등에서의 사회문화적(sociocultural) 억압(suppression)이나 폭력(violence)으로부터 자유로운 명실상부한(substantial) 평화의 섬으로 거듭나길 소망해본다.

9월에는
내 마음이 평화를 느끼게 하소서
마음의 평화는
내 의지로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성숙할 때
함께 자라는 것임을 깨닫게 하소서

- 이해인의 ‘한 해의 기도’ 중에서


* ‘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코너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에 재직 중인 김재원 교수가 시사성 있는 키워드 ‘영어어휘’를 통해 그 안에 담긴 어원적 의미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해설 코너입니다. 제주 태생인 그가 ‘한줄 제주어’로 키워드 영어어휘를 소개하는 것도 이 코너를 즐기는 백미입니다. 


# 김재원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 교수(現)

언론중재위원회 위원(前)
미래영어영문학회 회장(前)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장(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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