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질문] 서귀포의료원 비위 간부 징계에 김대진-감사위원장 대립

“배지 걸겠다!”, “말 함부로 마!”...산하 기관 ‘솜방망이’ 징계에 고성 얼룩진 의회

제주특별자치도 산하 의료기관의 비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로 인해 애먼 민의의 정당에 불똥이 튀었다. 별다른 불화 없이 사흘차를 맞은 도정질문이 별안간 고성과 감정 대립으로 얼룩졌다.

제주도의회는 13일 제420회 임시회 제4차 본회의를 속개하고 오영훈 제주도지사를 상대로 한 도정질문을 이어갔다. 충돌은 도정질문 마지막날 더불어민주당 김대진 의원이 손유원 제주도 감사위원회 위원장과 질문을 주고 받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서귀포시 동홍동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김 의원은 도 감사위원회 감사를 통해 드러난 서귀포의료원의 갖가지 부정 행위에 대해 조목조목 따지며 분개했다.

특히 무단결근을 일삼고 의약품 취급 과정에서 비위를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간부 A씨가 정직 3개월이라는 비교적 낮은 수위의 징계를 받은 것에 대해 분노를 터뜨렸다.

김 의원은 오영훈 지사에게 "지사는 자신이 서귀포의료원장이라고 가정했을 시, 직원이 3년간 240여일이나 무단 결근하고, 병원 내에서 항시 흡연을 하고, 근무시간에 동영상을 시청한다면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라고 물었고, 오 지사는 "우선 직위해제 사항에 해당된다고 본다"고 답했다.

김 의원이 거론한 A씨는 최근 감사위 감사 결과 2019년 10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총 143회에 걸쳐 출입통제시스템에 출근 등록을 하지 않았고, 이에 대한 출근누락사유서를 제출하지 않았음에도 임금을 받아간 것으로 드러났다.

또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마약류로 취급되는 특정 의약품을 부실하게 관리해 마약류가 목적외로 부적정하게 사용될 우려를 낳았고, 의약품 관리 의무를 저버리고 구매절차를 부적정하게 진행하는 등의 비위로 '중징계' 처분을 요구받았다.

문제는 서귀포의료원 자체 인사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A씨에 대한 징계가 상당 부분 완화됐다는데 있다. A씨는 파면, 해임, 강등, 정직 등의 중징계 종류에서 가장 낮은 '정직 3개월'의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 지사가 물러난 직후 곧바로 손유원 위원장을 불러세운 김 의원은 "감사위원회에서 중징계를 내려보냈는데 서귀포의료원 인사위에서 '해임'과 '강등' 의견이 비슷하게 나왔고, 원장이 재량으로 징계를 '강등'으로 낮췄다. 추후에 A씨가 장관 표창을 받은게 있어서 내미니까 정직으로 더 낮춰졌다. 이게 말이 되나"라고 분을 냈다.

김 의원은 "감사위원회가 제대로 역할을 못했기 때문"이라며 책임을 돌렸고, 손 위원장은 "인사위원회는 준사법적 기관"이라고 답했다. 즉, 감사위의 역할은 징계를 요구하는 단계까지일뿐 최종 결정은 인사위에서 하게 된다는 해명이다.

김 의원은 "감사위에서 강력하게 요구해야 될 것 아닌가. 이렇게 나쁜 사람은 해임을 해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했어야지 않나"라고 되물었고, 손 위원장은 "심정은 이해하지만..."이라고만 답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A씨가 감사위원장의 제자이지 않나. A씨가 밖에서는 '감사위원장이 내 스승이니까 걱정하지 말라'라고 이야기하고 다녔다. 무슨 '라이언 일병 구하기' 하고 있는 것이냐"고 손 위원장을 몰아세웠다. 

제주도의원 출신인 손 위원장은 의회 입성 직전까지 교직에 몸 담은 이력을 지녔다. 예상치 못한 의혹 제기에 손 위원장은 "오해다"라며 "그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책임질 수 있겠나"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김 의원 역시 "저도 책임지겠다. 배지 떼면 되겠나"라고 응수했고, 손 위원장은 "흥분하지 마라. 저도 의원 했다. 무슨 인격모독을 하는 것이냐"라고 분을 냈다. 손 위원장은 이어 "제가 스승이라서 무슨 편의를 봐준게 있나. 이런 질문이라면 답하지 않겠다"고 발언대에서 물러났다.

고성으로 얼룩진 본회의장은 사회를 보던 김황국 부의장이 "생방송으로 도민들이 보고 있다. 말을 정제해달라"고 중재한 이후에야 가까스로 이어질 수 있었다.

손 위원장은 "의원으로서의 심경은 알겠지만, 물을게 있고, 확인할게 있다. 지금 그렇게 오해하고 함부로 이야기하면 안된다"고 거듭 항변했다. 이에 김 의원은 "저도 답답해서 그런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손 위원장은 "저도 충분히 이해하지만 너무한 것 아니냐"고 받아쳤다.

한창 달아오르던 질의 과정은 김 부의장이 "이 사안은 별도로 보고받을 사안인듯 하다"라고 끼어들며 진화됐다. 김 의원은 "서귀포의료원 정상화를 위해 지사가 각별히 신경써달라"고 갈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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