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184) existence

existence [igzístəns] n. 존립(存立) 
존립이 이념보단 모녑주
(존립이 이념보다 먼저다)

시대를 넘어서서, 두 장군은 군이 국가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서 존립해야 한다는 사실을, 거기에 정치적 이념(political ideology)이 끼어들면 군 존립의 근거가 무너지고 국민을 지키는 군대가 정권을 수호하는 군대(the army defending the regime)로 변질되고 만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홍범도 장군 흉상 / 사진=오마이뉴스
시대를 넘어서서, 두 장군은 군이 국가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서 존립해야 한다는 사실을, 거기에 정치적 이념(political ideology)이 끼어들면 군 존립의 근거가 무너지고 국민을 지키는 군대가 정권을 수호하는 군대(the army defending the regime)로 변질되고 만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홍범도 장군 흉상 / 사진=오마이뉴스

existence는 e(x)- “밖으로”와 sta-의 이형(variant)인 sist “서다(=to stand)”의 결합이다. 이 sist라는 어근(root)에서 나온 낱말로는 consist “--으로 이루어져 있다”, resist “저항하다/맞서다”, subsist “존속하다” 등이 있다. 

사실 ‘이념(ideology)’과 ‘존립(existence)’이란 말은 서로 어울리는 짝(a matched pair)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념(ideology)’은 종종 우리에게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사는가(what kind of thoughts do you have in your living)?”라는 질문을 던지며, ‘존립’은 우리에게 “왜 사는가(why do you live)?”라는 질문을 던지곤 한다.   

우리가 성웅(sacred hero)으로 추앙하는 이순신 장군(1545-1598)에게도 이념이 있었을 것이다. 당파싸움(factional strife)으로 얼룩지던 시절이었으니, 어떻게 하면 좋은 나라가 될 수 있을까 하는 나름대로의 확고한(firm) 이념이 없었을 리 만무하다. 하지만 그는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었기에 자신의 이념을 마음속 깊이 간직할 뿐 밖으로 내세우진 않았다. 왜적(Japanese invaders)을 격퇴하고도 모략(political plot)으로 감옥살이(imprisonment)를 하고 백의종군(serve in a war as a commoner)까지 감내하였던 것도 그렇듯 호국(protecting the homeland)이라는 군인으로서의 본분(duty)을 다하기 위함이었으리라. 

이순신 장군과는 조금 다르게, 일제강점기(Japanese colonial period) 독립운동(the independence movement)을 했던 홍범도 장군(1868-1943)은 불가피하게(inevitably) 이념을 선택하게 된다. 그 당시 우리나라의 독립운동을 후원해주는 외부 세력(external influences)은 거의 없었다. 만주와 연해주를 넘나들며 무장독립운동을 하려면 2차대전 당시 연합국(the Allied side)이었던 소련과 연합하거나, 중국 군벌과 연합하거나, 그게 아니면 아나키스트(anarchist)가 되어 각자도생하는 길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그는 우리나라의 독립과 호국을 위해 소련의 공산주의(communism)를 선택한다. 국가의 존립이 먼저였고, 존립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이념을 받아들였던 것이다.  

같은 군인으로서 이순신 장군이 홍범도 장군의 그런 선택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를 생각해보라. 그가 처했던 상황과 처지(the circumstances in which he was placed)를 생각하며 그 선택에 뼈아픈 공감의 눈물(painful tears of empathy)을 흘리지 않았겠는가. 시대를 넘어서서, 두 장군은 군이 국가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서 존립해야 한다는 사실을, 거기에 정치적 이념(political ideology)이 끼어들면 군 존립의 근거가 무너지고 국민을 지키는 군대가 정권을 수호하는 군대(the army defending the regime)로 변질되고 만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홍범도 장군 흉상(bust sculpture) 철거 논란을 떠나서, 그런 장군을 이렇게 모시고 있다는 게 슬픈 이유다.  

* ‘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코너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에 재직 중인 김재원 교수가 시사성 있는 키워드 ‘영어어휘’를 통해 그 안에 담긴 어원적 의미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해설 코너입니다. 제주 태생인 그가 ‘한줄 제주어’로 키워드 영어어휘를 소개하는 것도 이 코너를 즐기는 백미입니다. 


# 김재원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 교수(現)

언론중재위원회 위원(前)
미래영어영문학회 회장(前)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장(前)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