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남북소통아카데미] 평화를품은집 명연파 '아르메니아 제노사이드' 고찰

14일 제주시 소통협력센터에서 열린 '남북소통공감아카데미'에서 '제노사이드, 그리고 아르메니아'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는 명연파 평화를품은집 집장. ⓒ제주의소리
14일 제주시 소통협력센터에서 열린 '남북소통공감아카데미'에서 '제노사이드, 그리고 아르메니아'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는 명연파 평화를품은집 집장. ⓒ제주의소리

인류사에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된 '제노사이드' 사건들. 불과 백 년도 지나지 않은 근현대에 벌어졌던 끔찍한 악행은 작은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지 않은, 소소한 편견에서 시작됐을 뿐이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주최하고 [제주의소리]가 주관하는 남북소통공감아카데미 2학기 강의가 14일 오전 10시 제주시 소통협력센터 다목적실에서 개최됐다.

'평화를 품은 집' 명연파 집장이 나선 이날 강연은 '제노사이드,  그리고 아르메니아'라는 주제로 근현대에 접어들어 전 세계적으로 벌어졌던 제노사이드, 특히 그 시초가 됐던 아르메니아 대학살 사건을 통해 평화의 의미를 되새기는 자리로 마련됐다.

명 집장은 "평화라고 하는 것이 딱히 이론적으로, 정답처럼 딱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며 "우리나라와 같은 분단을 극복하는 것도 평화의 중요한 부분이겠고, 전 세계적으로 발생했던 아픔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는 것도 평화의 한 부분"이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세계적인 제노사이드의 역사를 설명했다. '제노사이드'란 특정 집단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절멸시킬 목적으로 그 구성원을 학살하는 행위를 뜻한다. 인종 또는 부족을 뜻하는 그리스어 'Genos-'와 살인을 뜻하는 라틴어 '-cide'의 합성어로, 보통 집단학살 내지 인종학살이라고 불린다.

UN인권위원회에서 인정된 제노사이드는 △아르메니아 대학살 △중국 난징 대학살 △홀로코스트 △캄보디아 킬링필드 △르완다 대학살 △보스니아 스레브레니차 대량학살 등 6건이다.

강연의 배경이 된 아르메니아 대학살은 1915년부터 1923년까지 오스만제국이 1차 세계대전 중 러시아를 돕는 아르메니아인을 제거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영지 내 아르메니아인을 무참히 학살한 사건이다.

250만명에 달하는 아르메니아인을 이라크, 시리아 등으로 강제 추방했고, 그 과정에서 학살을 자행했다. 학살의 대상은 어린아이, 노약자, 부녀자 등을 가리지 않았으며, 희생된 아르메니아인은 150만~200만명으로 추정된다.

14일 제주시 소통협력센터에서 열린 '남북소통공감아카데미'에서 '제노사이드, 그리고 아르메니아'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는 명연파 평화를품은집 집장. ⓒ제주의소리<br>
14일 제주시 소통협력센터에서 열린 '남북소통공감아카데미'에서 '제노사이드, 그리고 아르메니아'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는 명연파 평화를품은집 집장. ⓒ제주의소리

아르메니아의 제노사이드는 체계적이고 철저하게 준비된 작업이었다는 점에서 충격을 안겼다. 1단계 민족, 인종, 종교, 국적에 따라 구분을 하고, 2단계에서는 분류한 이들에 상징성을 부여한다. 기독교인 아르메니아인을 이단, 이교도 등으로 규정하는 식이다.

3단계에서는 '비인간화' 과정에 접어든다. 아르메니아인들을 인간 이하의 하등한 존재로 여겨 학대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게끔 하고, 4단계 '조직'을 통해 정부를 중심으로 특수부대를 조직해 잔혹 행위를 저지른다.

5단계 '분열'에서는 선전과 법 등 극단적인 방식을 동원해 차별 정책을 시행하고 6단계 '준비' 과정에서 신분 파악 및 격리, 재산 몰수, 추방, 학살을 일삼고, 7단계 '학살·절멸' 과정에서 기어코 제노사이드를 감행한다. 아르메니아 대학살의 경우 8단계 '부인' 과정까지 치밀하게 이뤄졌다.

명 집장은 인류사의 충격적인 이 사건이 '작은 차별행위'에서부터 시작됐음을 주목했다.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사소한 편견과 차별에서 시작된 것이 편견과 편협을 낳았고, 특정 구성원을 지칭하는 욕과 비방이 그들을 고립시키고 따돌리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설명이다.

명 집장은 "제노사이드에 이르렀던 초기 과정을 보면 문득 우리의 정치 상황과 유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생각과 반하는 의견을 냈다는 이유로 무서운 말을 사용하고, 분리시키고, 상징화시키려 드는 사례를 우리는 쉽게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반대편에 선 사람을 반대하는, 서로 편을 나눠 적대화하며 행위가 극단화됐을 때 되돌릴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며 "아르메니아 사건을 현대에 와서는 제3자의 시선으로 판단할 수 있지만, 내가 그 안에 들어가 자신의 일이 될 경우 이런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명 집장은 "아르메니아 대학살이 발생했을 당시에 제대로 범죄로 규정하고, 처벌했다면 이후에 벌어진 제노사이드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아르메니아 사건이 뒤에서 벌어진 또 다른 대학살에 너무나 많은 영향을 끼쳐 인류사에 더 끔찍한 결과를 낳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우리에게도 어떠한 위협이 닥칠지 모른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며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기 전에 평화를 지향하는 사회, 정치를 만들고, 실천하는 것이 시민으로서의 책임"이라고 당부했다.

한편, '남북소통공감 아카데미'는 제주도민을 대상으로 한반도 평화·통일 온라인 교육을 진행해 분단체제와 민족 동일성을 이해하고, 제주형 남북교류 협력사업의 추진 동력을 마련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1학기는 지난 5월 '평화의 길, 통일의 꿈(김진환 국립통일교육원 교수)'을 시작으로 △청소년 평화공감 토크콘서트 –통일 톡투유(이성주, 김선아) △그림책으로 나누는 평화통일(박정연, 서혜라) △평화공감 토크 콘서트 –통일 톡투유(이성주, 황희선)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남북소통공감 아카데미는 도민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으며, 제주의소리 기사와 메인화면의 '제주의소리TV'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 제주의소리 유튜브 채널 'jejusori TV'를 통해 시청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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