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 교육위원회, 8월 교육활동 보호 방안 발표 당시 ‘정책 연구’ 내용 빠진 사실 질타

제주도교육청(이하 교육청)이 자체 연구를 통해 ‘교권 문제 포함 갈등 전담 부서-기구 설치’가 필요하다고 도출했음에도, 정작 실제 발표 정책에서는 연구 결과를 빠뜨리는 앞뒤가 맞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는 지적이다.

19일 열린 제주도의회 교육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정이운 교육의원(서귀포시 서부)은 “교육청에서 어떤 정책을 수립할 때는 사전에 기초 조사나 연구도 해서 반영할 텐데, 이번 교육활동 보호 종합 지원 방안은 정책 연구 보고서를 참고했냐”고 오경규 교육국장에게 물었다.

교육국장은 “참고했지만 현장의 소리를 다 담아내지 못한 부분은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이운 의원<br>
정이운 의원

정이운 의원은 “최근 제주융합과학연구원 제주교육정책연구센터에서 교육활동 보호와 관련해 연구 결과를 발표했는데 아주 시의적절한 주제였다. 연구로만 끝날 게 아니라 시사점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정서 지원 부분을 제외하고는 반영된 것이 없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오경규 교육국장은 “며칠 전 기획회의를 할 때야 연구 보고서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고 연구 결과를 확인하지 못한 사실을 인정했다.

교육청 제주융합과학연구원 산하 제주교육정책연구센터는 지난 8월 20일 연구보고서 ‘교육활동 보호에 관한 학교 구성원의 인식 조사 분석’을 발표한다.

연구진은 17개 시·도교육청의 교육활동 보호 정책을 비교·분석했을 뿐만 아니라 제주지역 유치원부터 고등학교와 특수학교 교사, 학생, 보호자를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도 실시했다. 뿐만 아니라 교직단체 대표 4명, 학교 업무담당자 2명을 상대로 심층 면담 조사까지 진행했다.

연구진은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대책을 ‘법과 제도적 차원’, ‘교육청 차원’, ‘학교 구성원 차원’까지 세 가지로 나눴다. 

법과 제도적 차원의 과제는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한 명확한 정의, 교원이 할 수 있는 생활지도의 범위를 법으로 보장 ▲교육활동 침해에 따른 보호자의 책임 강화 ▲교육활동 보호 관련 조례를 정비 등을 꼽았다.

교육청 차원의 노력은 ▲교육활동 보호에 대한 정기적인 실태조사 필요 ▲수업을 방해하거나 교원의 지도에 불응하는 학생들에 대한 원인 분석을 통한 맞춤형 지원 ▲피해 교원에 대한 지원 강화 ▲평소 교원들의 스트레스 관리 지원 ▲교권보호위원회 운영을 재구조화, 갈등 해결 전담 부서와 전담 기구 설치 ▲학교 구성원별 맞춤형 역량 강화 ▲교육활동 보호 예방 차원의 지원 강화 ▲공론화의 장 만들고 교육활동 보호에 관한 홍보 강화 등을 제시했다.

학교 구성원 차원의 과제는 ▲학교에서는 교육활동 침해 사안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 필요 ▲학교에 대한 민원 사항에 대해 공동의 대체 필요 ▲전문적학습공동체를 통해 학급 내 어려운 공유 ▲학교 구성원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논의와 소통의 장 필요를 제안했다.

특히 연구진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는 학교 구성원의 다양한 갈등에 즉각적이고 종합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갈등 해결 전담 부서로 확대 운영할 필요도 있다”며 “학교폭력, 아동학대, 교육활동 침해 등의 갈등 사안은 구성원의 권리 보호가 다른 구성원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점, 빠른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 법의 해석이 필요하다는 점, 사안 처리보다 예방이 더 중요한 점, 피해자의 정서적 안정의 필요 등의 공통점을 가진다. 그렇기에 교육청은 점점 복잡해지고 다양해지는 갈등을 관리하기 위한 갈등 전담 기구를 설치해 갈등의 원인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심층 면담 조사 참가자들도 갈등 전담 부서-기구 설치의 필요성을 공감했다.

보고서가 제주융합과학연구원 누리집에 노출된 시점은 8월 20일이다. 김광수 교육감이 ‘교육활동 보호 종합 지원방안’을 기자회견 방식으로 발표한 시점은 8월 31일이다.

교육감 발표 내용에 포함된 연구 결과도 있지만 ‘전담 부서-기구 설치’ 등은 빠져 있다. 자체 연구 결과임에도 불구하고 그저 ‘연구’로만 치부했다는 비판에서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교육청 제주융합과학연구원 산하 제주교육정책연구센터가 지난 8월 20일 발표한 연구보고서 ‘교육활동 보호에 관한 학교 구성원의 인식 조사 분석’ / 사진=제주융합과학연구원 누리집 갈무리<br>
교육청 제주융합과학연구원 산하 제주교육정책연구센터가 지난 8월 20일 발표한 연구보고서 ‘교육활동 보호에 관한 학교 구성원의 인식 조사 분석’ / 사진=제주융합과학연구원 누리집 갈무리
‘교육활동 보호에 관한 학교 구성원의 인식 조사 분석’ 내용 가운데 갈등 해결 전담 부서-기구 신설 부분. 하지만 김광수 교육감 발표에서는 등장하지 않았다. / 사진=연구보고서 갈무리&nbsp;
‘교육활동 보호에 관한 학교 구성원의 인식 조사 분석’ 내용 가운데 갈등 해결 전담 부서-기구 신설 부분. 하지만 김광수 교육감 발표에서는 등장하지 않았다. / 사진=연구보고서 갈무리 

고의숙 교육의원(제주시 중부)도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고의숙 의원은 “교육활동 보호 종합 지원에 대한 교육청의 컨트롤 타워는 어디냐”고 교육국장에게 물었다. 교육국장은 “교육활동 보호 대책을 만드는 과정은 정책기획실장이 주관했고, 기본안이 만들어지고 난 뒤에는 교육국이 한다”고 답했다.

고의숙 의원<br>
고의숙 의원

하지만 고의숙 의원은 “그런데 세세하게 들여다보면 교육활동 보호 종합 지원에 대한 담당 부서가 다른 상태”라면서 관련 부서가 중등교육과를 비롯해 정서복지과, 총무과, 진로환경교육과, 정책기획실로 나눠져 있는 점을 지적했다. 

고의숙 의원은 “제주교육정책연구센터에서 나온 연구 보고서를 보면 타 지역 사례, 설문조사, 현장 인터뷰까지 아주 충실하게 작성했다. 여기에 갈등 전담 부서, 기구의 신설도 요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교육국장님이 직접 회의도 진행하고 교육국이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겠다고 말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말 뿐인 것 같다”며 “책임감 있게 학교 현장을 지원하고 해결하려면 그것과 관련한 부서를 만들고 인력을 배치하고 예산을 투입해서 실질적인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냐”고 질타했다.

더불어 “개인적으로 볼 때 교육활동 보호에 대한 현재 교육청의 인식은 기존 여러 정책을 다 섞어놓고 한두 가지 추가해놓은 것에 불과하다. 이런 면에서 교육 현장에서는 교육청 대책에 대한 실효성에 상당한 의문을 제기한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교육국장은 “유구무언(有口無言)”이라면서 “조직 구성에 있어 필요한 절차가 있기에 당장 어떻게 하겠다고 결정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 예산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정말 학교 현장을 지원하고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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