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농산물공판장 추석 앞둬 과일 경매
사과 가격 2배↑ 샤인머스캣은 절반 ‘뚝’

추석 연휴 전 마지막 월요일인 25일 아침. 제주시 일도2동에 위치한 제주시농협 농산물공판장에 불이 환하게 켜졌다.

축구장 면적에 맞먹는 6100㎡ 규모의 경매장에 대형 트럭이 연이어 들어섰다. 곧이어 과일 중매인과 상인들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지게차는 과일을 적재함에서 하차하는 일에 열중했다. 옆에서는 상자를 열어 신선도를 확인하는 작업이 이뤄졌다. 이어 팔레트 위로 상자가 쌓이며 기다란 줄이 여럿 만들어졌다.

특수 제작된 부스 안에 한 사람이 들어서자, 이번에는 경매장 내부에 알 수 없는 ‘소리’가 건물 내부에 울려 퍼졌다. 수신호가 오가더니 상자에는 스티커가 하나씩 붙여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샤인머스캣 상자가 경매장을 가득 메웠다. 추석 차례상에 오를 대표 과일인 사과와 배는 외곽으로 밀리고 낙찰률도 떨어졌다.

제철을 맞은 사과와 배의 가격이 치솟으면서 올해는 샤인머스캣이 그 자리를 대신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차례상에 오르던 거봉과 보랏빛 포도도 자취를 감췄다.

샤인머스캣은 1988년 일본 국립과수과학연구소가 인공교배로 만들어낸 청포도 품종이다. 당도가 높고 씨없이 단단한 과육을 손쉽게 먹을 수 있어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2012년부터는 우리나라에서도 로열티 없이 샤인머스켓 품종의 재배와 수출이 가능해졌다. 과거 고급 과일로 여겨졌지만 재배 면적이 늘면서 덩달아 수요도 늘고 있다.

오늘(25일) 제주시농협 농산물공판장에 샤인머스캣 물량이 밀려든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2kg, 4kg 기준 하루 3000상자이던 거래량이 올해는 최대 7000상자로 갑절 이상 급증했다.

물량이 늘면서 2㎏ 기준 도매 가격이 지난해 2만원~2만5000원에서 올해는 1만원~1만5000원으로 1년 사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소매가격도 2만원 이내다.

반면 사과는 5kg, 10kg 기준 하루 경매 물량이 지난해 2000상자에서 올해는 1000상자를 간신히 넘기며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공급이 줄면서 가격은 5kg 상자를 기준으로 지난해 4만원에서 올해는 6만원 초반으로 40% 가량 올랐다. 이에 오늘 경매에서 응찰 가격이 낮아 출하주가 매각을 포기하기도 했다.

배 가격도 일부 올랐다. 경매 물량은 7.5kg 상자를 기준으로 하루 2500상자에서 올해는 2000상자 초반대를 보이고 있다. 도매 가격은 3만원 초중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중도매인인 신성대 제주시농산물공판장 과일번영회장은 “사과는 냉해 피해로 작황이 좋지 않아 수확량이 줄었다”며 “반대로 샤인머스캣은 물량이 늘어 가격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일의 경우 제주시농산물 공판장의 위판 가격이 육지부와 비슷하다”며 “물류비를 고려해도 지역 소비자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태 농산물공판장 과일경매과장은 “전반적으로 사과는 크게 오르고 배는 지난해 수준”이라며 “샤인머스캣 공급이 지속될 경우 향후 감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1985년 문을 연 제주 농산물공판장은 지난해 과일 및 채소 취급실적이 800억원에 육박했다. 오늘 거래된 물량은 1만8000상자, 112톤으로 금액은 4억7355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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