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이후 더 힘든 소상공인들] ③ 이자·빚 갚지 못해 줄줄이 폐업
손 내미는 제주신용보증재단…“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금융지원 강화”

코로나19 여파와 고물가-고환율-고금리 ‘3고’로 도민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골목상권을 비롯한 소상공인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더 심해 차디찬 겨울처럼 꽁꽁 얼어붙었다. 

내수경기도 부진한 데 물가와 인건비, 대출금리가 계속 오르면서 제주지역 소상공인들은 “코로나 때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곳곳에서 경기 회복의 신호탄이 쏘아 올려졌다는 소식이 들려오지만, 남의 나라 이야기인 듯 전혀 체감할 수 없다는 것. 게다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이뤄지면서 수산업 관련 소상공인들은 설상가상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며 폐업하는 소상공인들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제주신용보증재단은 담보 여력이 없는 소상공인들의 금융기관 대출을 보증하며 버팀목 역할을 해주고 있다. 

제주신용보증재단은 유흥과 향락업을 제외한 거의 모든 업종의 중소기업, 소상공인에게 운영자금과 사업확장, 재기를 위한 보증을 지원하고 있다. 또 경영역량을 높이기 위한 맞춤형 교육과 컨설팅 등 비금융 지원도 시행 중이다.

소상공인을 위한 종합금융기관 역할을 맡고 있는 제주신용보증재단 김광서 이사장을 [제주의소리]가 만나 제주지역 소상공인들이 처한 어려움과 앞으로의 대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광서 제주신용보증재단 이사장은 어려움에 처한 소상공인들을 위해 여러 금융 정책 지원기관이 힘을 합쳐 장기간에 걸친 원금상환 제도나 저금리 대환 지원, 만기연장, 금리인하, 상환유예 등 채무조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주의소리
김광서 제주신용보증재단 이사장은 어려움에 처한 소상공인들을 위해 여러 금융 정책 지원기관이 힘을 합쳐 장기간에 걸친 원금상환 제도나 저금리 대환 지원, 만기연장, 금리인하, 상환유예 등 채무조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주의소리

김 이사장은 현재 소상공인들이 처한 어려움의 원인으로 해외여행 수요 증가, 국내 항공편 축소 등에 따른 개별 입도 관광객 감소세를 들었다. 

소상공인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제주지역 산업 구조를 살펴보면, 관광업 위주인 데다 음식 및 숙박업 비중이 높아 개별 관광객 감소에 따른 피해가 많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한국은행 제주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제주를 찾는 관광객은 약 117만명을 기록, 지난해 같은 달 대비 약 11만명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관광객이 줄어들고 있어 가뜩이나 어려운데 정부의 대출규제가 강화되고 금리가 인상되면서 상황은 계속 나빠지고 있다. 

김 이사장은 현장에서 만난 소상공인들이 “코로나19 발생 당시만큼 어렵다고 말한다”고 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원이 발표한 8월 지역별 경기체감지수에 따르면 제주는 전국 평균인 63.6보다 낮은 54.8을 기록했다. 이는 광주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수치로 소상공인들이 느끼는 경기 체감도가 매우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벼랑 끝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은 제주신용보증재단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제주재단을 이용 중인 보증업체의 사고율은 지난해 1.83%에서 올해 8월 5.46%로 3배 가까이 치솟았다. 대위변제율 역시 1.17%에서 3.37%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관련해 김 이사장은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소상공인 대상 심사기준이 완화되고 다각적인 금융상품과 정책이 추진됐지만, 사업들이 종료되면서 소상공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가 끝났다고 이야기하는 지금까지도 지역 내 소득여건이 크게 개선되지 못한 상황에서 대출금리가 오르니 원리금 상환 부담이 가중됐다는 것이다. 그는 소상공인들이 빚을 갚지 못하게 되면서 재단 사고율과 대위변제율이 급증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지금과 같은 경기둔화, 고금리 등 대내외 여건이 개선되지 못하고 장기간 이어질 경우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 저신용 소상공인들의 연체 위험은 더 높아질 것”이라며 “중(中)신용 차주의 잠재 리스크도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 우려된다”고 말했다. 

제주신용보증재단 사고율과 대위변제율. 사고는 보증업체가 이자를 내지 못해 발생하는 일을 뜻하며, 대위변제는 대출금을 보증재단이 금융기관에 대신 갚아주는 것을 뜻한다. 지난해보다 올해 사고율과 대위변제율이 크게 늘어나는 등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수치로도 드러나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신용보증재단 사고율과 대위변제율. 사고는 보증업체가 이자를 내지 못해 발생하는 일을 뜻하며, 대위변제는 대출금을 보증재단이 금융기관에 대신 갚아주는 것을 뜻한다. 지난해보다 올해 사고율과 대위변제율이 크게 늘어나는 등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수치로도 드러나고 있다. ⓒ제주의소리

또 대위변제율이 급증한 것과 관련해 “올해 8월 대위변제율인 3.37%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높은 수치”라며 “이 같은 부실이 늘어나게 된다면 재단 기본재산도 지속적으로 줄어들어 보증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염려했다. 

지난해 기준,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을 비롯한 전체 보증기관 가운데 지역 신용보증재단의 보증 잔액 점유율은 34.4%까지 늘어난 상황. 그러나 신용보증재단의 재원이 되는 금융기관 출연요율 비중은 전체 보증기관의 10%에 불과하다. 

금융기관이 보증기관에 내는 출연요율은 총 0.4%다. 여기서 신용보증기금이 0.225%, 기술보증기금이 0.135%로 0.36%를 차지하고 신용보증재단은 0.04%에 그친다. 이에 정부는 금융기관 출연요율을 높이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 이사장은 “낮은 출연요율로 재단은 손실을 보는 구조다. 재단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총 출연요율인 0.4%를 높여야 한다”며 “출연요율이 높아지면 추가재원을 확보, 소상공인을 위한 적극적인 보증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소상공인 지원대책과 관련해 김 이사장은 “소상공인 채무상환을 점진적으로 유도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 금융-보증기관 등 여러 정책 지원기관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장기간에 걸친 원금상환 제도나 저금리 대환 지원, 만기연장, 금리인하, 상환유예 등 채무조정 노력이 필요하다”며 “장기적으로는 소상공인들의 성장력과 자생력을 강화할 수 있는 생애주기 맞춤형 교육 컨설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재단 역시 매출 하락과 경영 애로를 겪는 소상공인을 위해 특별보증 상품을 추가로 개발하고 대출만기연장 지원, 보증료 인하 등 다양한 정책적 지원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지속적인 모니터링으로 현장에서 효과를 보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이사장은 “추석 연휴과 중국인 단체여행 전면 허용 등 9월 들어 관광객이 늘어 내수경기가 점차 호전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재단 역시 지역밀착형 플랫폼으로 거듭나 도정방침에 맞춘 금융지원을 확대하고 도민만족도를 높여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금융복지센터를 구축해 사업에 실패한 소기업, 소상공인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금융 취약계층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며 “한가위 보름달처럼 소상공인 앞날을 밝힐 수 있는 재단이 되도록 모든 직원이 힘을 모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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