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시선] 윤석열 정부 2024년 예산 살펴보니, 사실상 사회적경제 없애기?

‘소리시선’(視線) 코너는 말 그대로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입장과 지향점을 녹여낸 칼럼란입니다. 논설위원들이 집필하는 ‘사설(社說)’ 성격의 칼럼으로 매주 수요일 정기적으로 독자들을 찾아 갑니다. 주요 현안에 따라 수요일 외에도 비정기 게재될 수 있습니다. / 편집자 글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사진=대통령실 누리집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사진=대통령실 누리집

내년도 사회적경제에 빨간 불이 켜졌다. 정부가 사회적경제를 아예 없애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스런 이야기마저 나올 정도다.    

정부가 사회적경제를 축소하려는 움직임은 올 들어 관련 부서 통폐합에서 드러났다. 기획재정부가 기존 사회적경제과와 협동조합과를 지속가능경제과로 통폐합해버렸다. 두 과를 하나로 줄인 것만이 아니라 아예 사회적경제라는 이름마저 지웠다.

조직 개편으로 사회적경제와 협동조합 정책 집행 기능과 총괄기능이 축소되며 기존 사회적경제 활성화 정책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어서 내년 사회적경제 예산 대폭 삭감 계획이 밝혀지면서 사회적경제 기업들에게 당혹감과 함께 분노를 사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2024년 사회적경제 관련 예산을 보면 사회적경제를 없애려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고도 남는다.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에 따르면 정부는 취약계층 일자리를 만들고 유지하는데 쓰이던 사회적기업 한시적인 인건비 지원에 대해 일반 기업 운영 원리와 맞지 않다면서 내년 신규 일자리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이로 인해 938억원이던 사회적기업 육성사업 예산은 285억원으로 70% 줄어드는 등 고용부 사회적기업 지원예산은 60% 넘게 삭감됐다.

부족한 예산과 불안정한 일자리라는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해 일하던 중간지원조직도 사라지게 돼 500명 넘는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을 상황이다.

70억여원에 불과한 전국 2만5000여 협동조합 활성화 예산마저 90% 가까이 삭감됐다. 행정안전부가 지원하는 마을기업육성사업 예산도 69억원에서 26억원으로 62%가 삭감됐다. 

그나마 자활기업 관련 예산은 1000억원 늘어난 1조원이 배분됐다.

예산삭감에 대해 정부는 사회적기업에 대해 취약계층 고용유지 지속가능성을 문제 삼으며 획일적 지원이 아닌 자생력을 높이는 차등 지원정책 등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군색한 이유이며 예산 총량을 크게 줄이는 것은 결국 사회적경제 축소로 나타날 수 밖에 없다.

여파는 당연히 제주에 까지 미친다. 삭감 예산이 확정되면 제주지역에서도 사회적기업이 고용한 취약계층 일자리가 사라지고 사회적기업 중간지원조직도 문을 닫아야 한다.

제주지역 사회적경제 관련 단체와 기업들이 위기감속에 정부 정책을 강하게 비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달 제주지역 사회적경제 단체 및 사회적경제 기업 92곳이 성명서를 내고 윤석열 정부에 대해 사회적 경제 말살 시도를 중단하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제주지역 사회적경제 기업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과 사회서비스 제공 등 사회적 가치 실현에 힘을 쏟아오고 있다”며 “사회적기업 등 사회적경제를 악의적으로 매도하는 것은 사실상 말살 정책을 펴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며 윤석열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느끼듯 여러모로 봐도 윤석열 정부가 사회적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곱지 않은 것 같다.

무엇보다 윤석열 정부가 사회적경제를 외면하는 데는 사회적경제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서 출발한다.

그 하나는 사회적경제가 마치 좌파들이 주도하는 사회주의 경제로 인식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사회적경제가 시장경제 질서를 왜곡한다는 우려다.

이를 바탕으로 사회적경제 실효성 지적과 예산 낭비란 비판을 펼친다. 이는 사회적경제에 대한 무지이거나 의도적 색깔론이 낳은 왜곡이다.

아담 스미스가 살아 돌아온다 해도 시장경제를 완벽한 경제 방식이라고 말하지 못할 것이다. 이미 우리 주변은 시장실패를 숱하게 경험해왔다.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 취약계층 일자리 부족, 자원분배 비효율성, 환경오염 등 숱한 사회문제를 겪고 있다.

사회적경제는 단순히 이윤보다 이러한 시장경제가 파생하고도 해결하지 못하는 사회문제 해결을 주요 목적으로 활동하는 경제기업들이다. 우리에게 아직은 익숙하지 않으나 사회적기업을 비롯해 협동조합과 마을기업, 자활기업들이 지역사회에서 취약계층 일자리 만들기를 비롯한 사회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어쩌면 사회적경제 기업들이 시장경제 지속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 보수 정치인이자 경제학자인 유승민 전 국회의원이 2014년 사회적경제기본법을 대표 발의한 이유를 곱씹어야 한다.

이미 유엔이나 국제노동기구 등 국제사회도 시장 자본주의에서 발생한 다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사회적경제에 주목한지 오래다. 

그럼에도 취약계층 일자리를 늘리며 경제위기속 사회안전망 역할을 다하기 위해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벌인 노력과 성과를 무시하며 오히려 예산삭감 이유로 드는 것은 사실왜곡이다.

고용노동부 2022년 사회적기업 조사를 보면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과 2021년 사회적경제 기업이 평균 고용한 인원은 20.2명에서 20.5명, 이중 취약계층 평균 고용인원은 12.1명에서 13.7명으로 작게나마 오히려 늘었다. 경제위기속에 사회적기업들이 일자리를 늘리며 사회안전망 역할을 해오고 있음을 보여준다.

제주지역도 사회적경제는 성장세다. 2023년 8월 현재 도내 사회적경제 기업은 예비사회적기업 77개, 인증사회적기업 90개, 예비마을기업 7개, 마을기업 44개, 자활기업 19개, 사회적협동조합 73개, 일반협동조합 355개 등 665개로 양적성장을 이뤘다.

2022년 12월 말 기준으로 사회적기업 고용자수는 총 1548명이며 이중 장애인 등 취약계층 838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정부는 사회적경제 지우기 정책과 예산 삭감이 지난 10여년 동안 쌓아온 사회적경제 토대와 생태계를 붕괴 시킬 것이라는 사회적경제 현장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사회적경제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바로잡고 예산을 정상화해야한다. 국회를 비롯한 정치권도 사회적경제 시범도시를 약속한 제주도도 사회적경제 예산확보를 비롯한 사회적경제 활성화에 나서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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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사회적경제 기업 또한 더 큰 사회가치 실현을 위해 자생력 키우기와 회계 투명성 확보 등 공감과 지지를 얻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올 추석은 어느 때보다 치솟은 차례상 비용에 한숨소리가 깊었다. 장기침체로 빠져드는 경제위기 속에 국민 실제 소득은 뒷걸음하고 있다. 급격한 고령화 사회, 기후위기도 우리 앞에 놓인 미래다.

지속가능한 우리 사회를 위해 사회적경제는 더욱 더 힘을 내야한다. / 김효철 논설위원(곶자왈사람들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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