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홍의 교육春秋] (43) 정서행동위기학생을 바라보는 태도

기본적으로 교사는 교육의 전문가로 학생들을 가장 잘 전문적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믿음이 필요해 보인다. / 사진=픽사베이
기본적으로 교사는 교육의 전문가로 학생들을 가장 잘 전문적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믿음이 필요해 보인다. / 사진=픽사베이

“무엇보다 교사를 어렵게 하는 것은 정서행동위기학생에 대한 학부모의 왜곡된 인식이나 요구, 교육 당국의 지원 부재다.” 

교육 계간지 ‘민들레’ 9~10월호에 실린 한희정 선생님의 말이다. 여기서 정서행동위기학생이 문제가 아니라 문제는 학부모와 교육 당국에 있다는 진단에 주목하자! 

정서행동위기학생이란 ADHD, 분노조절장애, 학습장애, 경계선 지능, 발달장애 징후 등의 문제로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보이는 학생을 말한다. 제주지역의 상황이 궁금해서 한 초등교사에게 한 학급에 이런 학생들이 몇 명 정도 있는지 물어봤더니 평균적으로 한 반에 5~6명은 있다고 답을 해서 깜짝 놀랐다. 정서행동위기학생이 늘어난 것은 코로나19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마스크와 비대면 생활이 불러온 청구서가 학교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했다. 

교사들이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는 수많은 통계가 말해주고 있다. 높아지는 교사의 이직률과 교대 학생의 자퇴율, 낮아지는 교대 경쟁률은 2023년 한국사회 교사의 위상을 보여준다. 교사 사망원인의 11%가 자살이라는 수치까지 접하면 그야말로 절망적이다.

교사를 가장 힘들게 하는 문제 중의 하나가 정서행동위기학생과 관련된 민원이다. 교사는 이런 학생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통해 상황을 개선하기를 바란다. 이때 선생님들이 가장 먼저 부딪히는 장벽은 학부모다. 학부모의 동의가 있어야 학생을 위한 지원책을 실행할 수 있지만, 많은 학부모들이 우리 아이는 그렇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 학교에서는 특별한 보살핌의 손길을 내밀지만, 학부모들은 그 특별한 손길이 우리 아이에 대한 차별이고 판단 오류라고 인식한다. 차별이라고 인식한 학부모는 학교와 교육 당국에 민원을 제기하고 교사에게 그 민원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학부모의 동의를 얻기 위해선 학부모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제도적 보완장치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 기본적으로 교사는 교육의 전문가로 학생들을 가장 잘 전문적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믿음이 필요해 보인다. 그간 기형적 입시 제도에 기반한 교육 과정이 사회 전반에 공교육에 대한 불신을 키워왔지만, 교사의 역할을 부정할 수는 없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교사는 교육의 전문가다. 교사에 대한 인식 마련과 함께 교육현장에선 교사의 판단과 동료 교사들과의 협의를 통한 1차적 판단과 행동의 재량권을 부여하는 제도 마련도 필요하다.

여기에 교육 당국의 역할이 보태져야 한다. 다행히 제주도교육청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정서지원강사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매년 요청하는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정서지원강사제도와 함께 퇴직한 교사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것이다. 훌륭한 교육 전문가들이 퇴직하고 그간의 경험을 제대로 활용할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데 각 학급의 보조 교사로 이들을 모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이미 제주지역 초등학교에는 교사 1명이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학급들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이런 교실에 보조 교사를 지원한다면 학급의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다. 

초등학교 때 읽기와 쓰기의 소통 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은 상급 학교로 진학할수록 수업에 흥미가 떨어지게 된다. 어릴 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초등학교 저학년보다는 유치원에 다닐 때 세심하게 파악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덧붙일 말들이 많지만, 교사들에 대한 정기적 심리상담과 치료도 기억하자! 

아이 한 둘을 키우면서도 힘들다고 느낀다. 불안한 시대에 과로로 스트레스 받는 우리 이웃들에게 아이는 버거운 짐이 되어가고 알게 모르게 학교에 그 짐을 다 떠넘긴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주말이나 연휴가 길어지면 부모들의 걱정도 늘어난다. 이렇듯 집에서는 한 아이도 힘든데 매일 수십 명의 아이들과 부대끼며 생활하는 교사들의 마음을 헤아려보자. 가장 일선에서 고생하는 우리의 이웃인 교사들이 행복하게 일할 방법을 지역 사회에서 함께 고민해보자. 


안재홍

안재홍은 간디학교를 비롯한 대안교육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살아왔다. 제주에서 탈학교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잠시 운영하기도 했다. 대안교육에 대한 관심을 학교 밖에서 학교 내로 옮겨와 다양성이 존중받고 자립적이고 주체적인 삶의 교육이 자리잡길 바라고 있다. 필자가 살고 있는 마을에서라도 시작해보자는 고민으로 2016년 10월 애월교육협동조합 이음을 설립해 애월지역 마을교육공동체 활동을 하고 있다. 기후위기가 두 딸의 삶을 앗아가지 않게 하려면 뭘 해야 하나 고민하며 환경과 평화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2020년부터 애월중학교에서 기후위기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대학교 사회학과 박사과정에서 공부하다 지금은 귤 농사지으며 휴학 중이다. 제주의소리 '교육春秋' 칼럼을 통해 독자들과 격주로 만난다. KBS제주 TV 시사프로 '집중진단' 진행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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