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을 ‘알고, 기억하고, 나누고’ 싶은 제주 현직 교사의 친절하면서 진정성 있는 책이 나왔다. 한상희가 쓴 ‘4.3이 나에게 건넨 말’(다봄)이다.

이 책은 총 5장에 걸쳐 4.3의 역사적 사실, 예술 창작과 연계한 역사로서의 4.3, 그리고 고난을 극복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4.3 당시 의인들을 소개한다. 마지막 장에서는 평소 저자가 강조해온 ‘회복적 정의’ 관점에서 4.3의 교훈이 무엇인지 고찰한다.

“4․3이 대체 왜 일어났는지, 당시 제주의, 한국의, 한국 밖의 상황은 어떠했는지, 무엇이 누구를 희생시켰는지” 4.3의 역사를 살피고, 당시 사람들의 이야기를 덧붙이면서 친절한 역사서로의 덕목을 갖췄다. 책을 펴낸 출판사 ‘다봄’은 교육, 아동, 청소년 전문 출판사다.

출판사는 책 소개에서 “저자는 4.3이 그 자체로 한국현대사는 물론 세계사적으로 큰 교훈을 주는 교재임을 강조한다. 첫째, 4.3은 어떤 목적으로든 국가폭력은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평화의 교재다. 둘째, 사람의 목숨은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고 삶은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로 훼손돼선 안 되는 것임을 보여주는 인권의 교재”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자는 4.3의 교훈이 시민성을 확장하고 회복적 정의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말한다”면서 “회복적 정의란 피해‧관계의 회복을 통해 무너진 공동체와 정의를 복원하는 방안이다. 오랜 대척 관계에 있었던 4.3유족회와 경우회의 화해, 그리고 검사의 무죄 구형과 판사의 무죄 선고가 이루어진 4.3수형인 재심 재판은 4.3이 ‘응보적 정의’를 넘어 ‘회복적 정의’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소개했다.

“‘4.3이 나에게 건넨 말’은 4.3의 역사뿐만 아니라 4.3과 관련 있는 많은 분이 저에게 건넨 말이기도 합니다. 4.3의 영혼들, 역경을 극복해 낸 유족들, 진상규명에 힘을 모은 시민들, 광풍 이후에 다시 제주섬에 찾아와 꽃 피운 자연까지…. 이 모든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 있습니다.”
-  ‘4.3이 나에게 건넨 말’ 가운데

현기영 선생은 추천사에서 “한상희 박사가 전하는 역사적 진실은 예리하게 다듬어져 명쾌하지만, 그걸 전하는 방식은 무척 친근하고 다정하다. 4.3을 인류 보편의 문제로 알리고, 평화‧인권‧통일‧정의의 가치를 진솔하게 실천해 온 저자에게 깊은 경의를 표한다”고 호평했다.

4.3중앙위원회 김종민 위원도 “저자는 교육자답게 4.3이라는 복잡한 사건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해 주고 있다. 특히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어려운 내용을 쉽게 설명해 준다는 점이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학교 선생님과 어른들이 함께 필독하시기를 권한다”고 추천했다.

저자 한상희는 역사‧사회‧지리‧특수교육을 전공했고, 지역 기반 세계시민교육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청소년을 위한 제주 역사 ▲새로운 교육과정에 담은 세계시민교육 ▲4.3 피해자 회복탄력성 연구 등을 공동으로 연구‧집필했다. 

1996년부터 2015년까지 역사‧사회 교사로, 2016년부터 2022년 8월까지 교육청 전문직으로 일했다. 현재는 중학교 교감으로 재직하면서 회복적 학교문화 만들기에 힘쓰고 있다. 2015년 유네스코 세계교육포럼에서 ‘제주에서 세계시민을 만나다’를 발표하면서 4.3을 전 세계 사람들에게 전하기도 했다. 각 시‧도 교육청 교사 연수 때 4.3 강의와 유적지 답사 안내를 맡아 평화‧인권‧통일‧정의의 가치에 관해 소통하고 있다. 

한상희는 [제주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이 책을 처음 구상한 때는 5년 전 현재 책 편집자가 4.3 기행에 참석하면서 물꼬를 텄다. 그때부터 꾸준히 집필을 준비했다. 외할아버지가 4.3 행방불명인으로 예전부터 4.3에 대해 계속 질문을 해왔다”며 “현기영 작가와 여덟 차례 토크 콘서트를 가지면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 전국 교사 4.3 연수, 유네스코 세계교육포럼 발표 등을 비롯해 4.3으로 많은 사람을 만나고 경험을 쌓으면서 ‘4․3이 나에게 건넨 말’을 비로소 세상에 내놓을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216쪽, 다봄, 1만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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