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 눈·눈·눈](13) 눈에도 중풍이 온다? / 박용석 이지봄안과 원장

우리 몸의 눈과 뇌는 가장 밀접한 신체 기관입니다. 눈의 건강이 바로 뇌 건강으로 직결됩니다. 눈은 뇌의 중요한 정보원이자 균형추 역할을 합니다. 우리 몸이 천 냥이면 눈은 구백 냥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의학칼럼 눈·눈·눈]은 그동안 잘 몰랐던 눈 건강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좋은 눈, 밝은 눈, 맑은 눈을 갖게 할 것입니다. / 편집자 글 

우리 눈을 필름 사진기에 비유했을 때  필름에 해당하는 망막은, 우리 신체에서 CT나 MRI 등 특수 검사를 하지 않고 혈관 상태를 그대로 관찰할 수 있는 곳이다. 망막혈관은 우리 신체에서 일부에 불과하지만, 망막혈관 상태로 전신 혈관 상태를 유추해 볼 수 있거나 안과 질환 외 다른 전신질환이 의심되어 내과나 신경과 등 다른 과로 의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망막혈관이 다른 사람에 비해서 유난히 좁아져 있어서 혈압을 측정했더니 수축기 혈압이 200mmHg이 넘게 측정되어 혈압조절을 위해서 응급실로 전원하는 경우도 있고, 미세혈관류나 출혈, 삼출물이 관찰되어 혈당을 측정했더니 혈당이 높아서 내과로 전원해서 당뇨가 진단되는 경우가 있으며, 망막혈관폐쇄가 발견되어 신경과로 의뢰하여 고지혈증이 발견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시력 손실의 흔한 원인 중 하나인 망막혈관폐쇄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망막분지정맥폐쇄의 오른쪽 눈 망막사진. 망막 위쪽 절반에 광범위하게 망막출혈이 관찰된다. ⓒ제주의소리
망막분지정맥폐쇄의 오른쪽 눈 망막사진. 망막 위쪽 절반에 광범위하게 망막출혈이 관찰된다. ⓒ제주의소리

망막혈관폐쇄는 시력 손실의 흔한 원인 중 하나로, 당뇨망막병증 다음으로 성인에서 두 번째로 흔한 망막혈관질환이며 눈에 생기는 중풍이라고도 부른다. 크게 정맥폐쇄, 동맥폐쇄로 나누며, 정맥폐쇄가 동맥폐쇄보다 더 흔하며 예후가 더 좋고, 중심정맥폐쇄, 분지정맥폐쇄 등 폐쇄된 위치에 따라 시력 저하 정도가 다르게 나타난다. 대부분 통증 없이 한쪽 눈이 갑자기 잘 안 보이는 증상으로 시작되며, 중심정맥폐쇄는 갑작스러운 시력 감소를 호소하지만, 분지정맥 폐쇄는 발생한 위치에 따라 증상이 없거나, 시야 장애나 시력 감소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망막혈관폐쇄의 정확한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혈액 순환 장애를 일으키는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녹내장이 있는 사람에서 발생하기 쉬우며, 50대 이상에서 더욱 흔하게 발생한다. 흡연, 음주, 과격한 운동, 호르몬 약(피임약 등)이나 이뇨제 복용, 백혈병, 림프종, 류마티스 관절염, 루프스, 수면무호흡증 등과 같은 다양한 질환과 관련이 있다고도 알려져 있다.

혈전에 의해 망막 혈관이 막혀서 터진 것이기 때문에 우리 몸의 다른 곳의 혈관에도 빨간불이 켜진 상태일 수 있다. 뇌혈관에 문제가 생기면 뇌출혈이나 뇌졸중이 발생할 수 있고, 심장혈관에 문제가 생기면 심근경색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망막혈관폐쇄를 진단받았다면, 내과와 신경과에도 방문해서 심장초음파, 경동맥 초음파, 뇌 CT나 MRI 등의 전신적인 검사를 시행해서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등의 발생 가능성을 평가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망막혈관폐쇄의 진단 시 황반부종이 동반되지 않으면 먹는 약으로만 치료하면서 경과를 관찰하지만, 황반부종이 동반되어 시력 저하가 발생하면 유리체강 내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유리체 출혈 등의 합병증이 발생하면 유리체절제술이 필요할 수 있고 이차성 녹내장 예방을 위해서 레이저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어 주기적인 경과 관찰이 필요하다.

박용석 이지봄안과 원장
박용석 이지봄안과 원장

망막혈관폐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전신질환, 즉 고혈압이나 당뇨병, 고지혈증, 동맥경화증 등의 치료와 관리가 중요하다. 평소 혈압 당뇨약 등 만성질환약 등을 잘 챙겨 복용하고, 정기적으로 혈액검사를 받아보는 게 필요하다. 혈관을 튼튼하게 하는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위해서 평소 하루 30분 이상 걷는 가벼운 운동을 습관화하고, 기름진 음식을 되도록 피하고 균형 잡힌 영양분을 섭취, 흡연이나 과음을 피해서 혈압과 콜레스테롤을 관리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 박용석 이지봄안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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