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참여환경연대 민선8기 업무추진비 집행내역 분석, 방만 운영 도마

민선8기 오영훈 제주도정의 업무추진비 집행에 있어 민감한 내용 공개를 피하기 위해 결제를 쪼개거나 인원을 부풀리는 등의 관행이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른바 '오마카세 논란'을 일으킨 전임 원희룡 도정의 잘못을 답습하고 있다는 날선 지적이다.

사단법인 제주참여환경연대는 지난해 8월1일부터 올해 7월 31일까지 오영훈 제주도지사를 비롯한 제주도 본청 및 기획단이 집행한 업무추진비를 분석하고, 그 결과를 16일 공개했다.

업무추진비 정보공개 게시판을 통해 확인 가능한 도지사, 행정·정무부지사 본청 실과, 기획단 등이 해당 기간 집행한 업무추진비는 총 7301건에 17억3400여만원으로 집계됐다.

지출액 순으로는 도지사가 1억9259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총무과 1억2608만원, 행정부지사 1억1640만원, 정무부지사 1억1390만원, 정책기획관 1억60만원, 환경정책과 5273만원 등으로 파악됐다. 상위 10곳이 분석대상 68곳의 업무추진비 전체 집행액의 절반 이상(51%)를 차지한 결과다.

업무추진비 집행처는 직원노고격려·업무논의·전문가만남·회의 등 각종 간담회 개최에 따른 음식점 결제가 주를 이뤘고, 명절에 따른 공직자 격려 및 유공자 위문 등을 위한 상품권 구입, 중앙부처 및 도정업무 협조를 위한 지역특산물 구입 등에 집행됐다.

제주참여환경연대는 민선8기 오영훈 도정의 업무추진비 집행이 전임 도정의 논란을 답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먼저 관련 조례에 따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업무추진비를 게시하지 않거나 시간·집행대상 등의 세부내역을 누락한 사례가 잇따라 발견됐다. 해운항만과의 경우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7월까지 단 한 차례도 업무추진비 내역을 공개하지 않았고, 경제일자리과도 2월부터 8월까지의 집행 내역을 누락했다. 

경제활력국 고용센터도 1월부터 6월까지 6개월간 업무추진비를 게시하지 않았고, 카지노정책과의 경우는 2020년 12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약 2년간의 업무추진비를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청렴혁신담당관의 경우 오류가 발생하는 잘못된 파일을 올려 내용 확인이 불가했다.

심지어 도정 정보공개 업무를담당하고 있는 총무과는 2018년 9월 이후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을 단 한 차례도 도청 업무추진비 공개 게시판에 공개하지 않다가, 2023년 1월 업무추진비 집행내역부터 다시 게재하기시작했다.

각종 꼼수를 비롯한 규정위반 의혹을 부추기는 정황도 속속 발견됐다.

지방자치단체 회계관리에 관한 훈령 등에 다르면 업무추진비를 건당 50만원 이상 집행할 경우에는 상대방의 소속 또는 주소 및 성명을 증빙서류에 반드시 기재해야 한다. 이 같은 조항을 피하기 위해 50만원이 넘는 금액은 '쪼개기 결제'를 한 정황이 드러났다.

도지사는 지난해 12월 21일 '고향사랑기부제 간담회' 명목으로 A식당에서 47만원을 집행했는데, 같은 날짜, 시간, 장소에서 도 서울본부 '고향사랑기부제 행사 간담회' 명목으로 21만원을 집행했다. 지난 2월 9일에는 정무부지사와 행정부지사가 각 9분 간격으로 소고기 전문점 B식장에서 업무추진비로 각각 41만5000원과 48만원을 결제한 것으로 파악됐다.

부서 간 쪼개기 결제와 별개로 '시간차 쪼개기' 행태도 도마에 올랐다. 복지청책과와 여성청소년과는 지난해 12월 20일 C식당에서 오후 7시32분과 8시54분에 각 49만5000원, 45만원을 결제한데 이어 다음날인 12월 21일 아동보육청소년과는 오후 1시43분에 5만6000원을 추가 결제했다.

해당 음식점의 영업시간은 오후 3시부터인데, 아동보육청소년과가 결제한 오후 1시43분은 음식점 영업이 개시하기도 전이었다. 결제 금액이 100만원이 넘어서자 증빙을 회피하기 위해 세 번에 걸쳐 쪼개기 결제를 했고, 다음날 같은 음식점을 찾아 잔금을 집행했다는 의혹을 사는 대목이다.

업무추진비로 주점, 와인바를 이용한 사실도 발견됐다. 관련 훈령에 따르면 '주류판매를 주 목적으로 하는 업종'에서의 업무추진비는 원칙적으로 사용이 불가함에도  대변인, 환경정책과 등은 간담회 명목으로 주점 등에서 업무추진비를 집행했다. 제주참여환경연대는 '직무 관련성이 입증되는 객관적 증빙서류를 제출한 경우에만 사용할 수 있다'는 예외규정에 따라 증빙 여부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집행인원을 부풀리거나 명확하게 기재하지 않은 정황도 곳곳에서 발견됐다. 지난 1월 4일 정책기획관실이 '상반기 경제정책 방향 논의 간담회' 명목으로 소고기 전문점인 D음식점에서 8만8000원을 결제했는데, 당시 집행인원은 '15명 이내'로 기재됐다. 1인 평균 식대로 환산하면 1인 5866원을 지출한 것인데, 해당 식당의 가장 저렴한 메뉴도 후식 개념의 냉면으로 8000원이 넘었다.

이 밖에도 최저 식사메뉴가 2만원대인 E일식집 등에서 1인 평균 1만원 이하 선에서 식대를 지출하는 등 집행 인원을 부풀리는 행위가 만연하다는 것이 참여환경연대의 주장이다. 사실상 사후에 참석인원을 직접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을 필요로 하고 있다.

제주도의 업무추진비 집행이 연말인 12월에 몰리는 점도 문제시 된다. 연간 집행계획을 수립하고, 그 계획에 근거해 분기별로 균형있게 집행해야 함에도 집행 잔액 반납을 회피하기 위해 12월에 몰아쓴다는 지적이다.

분석 대상의 12월 업무추진비 총 집행액은 2억5067만원으로, 전체 월평균 집행액 1억4450만원의 1.7배를 상회했다. 특정 부서의 경우 월 평균 집행액보다 5.3배를 상회하는 업무추진비를 12월에 사용했다. 12월말에 사용된 업무추진비는 '직원 격려 간식 구입', '직원 격려 물품 구입' 등에 집중됐다.

제주참여환경연대는 "오영훈 도정의 업무추진비는 과거의 집행 행태와 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악화된 지점도 있다"며 "집행 대상에 대한 상세정보를 밝히지 않기 위해 업무추진비를 쪼개기 분할 집행하는 것은 이른바 '오마카세 논란'을 불렀던 원희룡 도정을 떠올리게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도정은 스스로 업무추진비를 엄격하게 집행하지 않으면서 민간에 지원하는 각종 사업에는 까다로운 증빙을 요구한다"며 "도민의 입장에서 보면 이는 제주도의 예산을 마치 자기 주머닛돈으로 착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제주도정은 방만·꼼수·각종 규정위반 업무추진비 집행에 대해 해명하고, 문제가 있다면 사과와 반성을 통해 문제점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제주도 감사위원회는 제주도정 전반의 업무추진비 실태점검 및 집중감사를 통해 각종 탈법적 관행을 밝히고, 문제가 있다면 엄중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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