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민예총, 22일 찾아가는 위령제 개최...‘한라산 아미봉 해원상생굿’

(사)제주민예총은 22일(일) 오전 10시부터 관음사 영락원 인근 4.3유적지에서 ‘찾아가는 해원생상굿―한라산 아미봉 해원상생굿’을 개최한다. 

제주민예총의 4.3 해원상생굿은 지난 2002년 다랑쉬굴에서 처음 시작했다. 제주도 곳곳에 남아있는 아픔의 현장을 찾아다니며 사람과 자연을 치유하고 보듬는 예술적 행위로 치러져왔다.

제주민예총은 21번째를 맞는 ‘한라산 아미봉 해원상생굿’에 대해 “산에 대한 기억을 소환하고 공유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애써 지워내려는 기억에 대한 저항이고 먼저 꿈을 꿈꿨다는 이유로 처참한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이들에 대한 위무의 자리”라고 소개했다.

‘한라산 아미봉 해원상생굿’이 열리는 관음사는 4.3당시 무장대라고 알려진 인민유격대의 근거지였다가 초토화작전 이후 1949년부터는 토벌대의 주둔지가 됐던 곳이다. 유격대와 토벌대가 첨예하게 대치했던 4.3당시, 관음사는 1949년 2월 12일 토벌작전 중에 불에 타 소실됐다. 

해원상생굿 순서는 ‘제주큰굿보존회’의 초감제를 시작으로 유족 증언과 시낭송, 현기영의 소설 ‘제주도 우다’, 김석범의 소설 ‘화산도’의 일부를 발췌한 낭독극(제목 : 산, 사람들), 산오락회의 노래와 마로의 진혼무 등 추물 공연을 통해 산자와 죽은 자, 아픔의 현장을 위무한다. 그리고 서천꽃밭 질치기로 해원상생굿을 마무리한다.

현장에는 탐라미술인협회 회원들이 ‘움막’, ‘열두문’ 등을 설치한다. 또한 한라산 곳곳에 남아있는 4.3의 흔적들을 조사한 결과물도 전시한다.

2022 구좌 연두망 해원상생굿 / 사진=제주민예총
2022 구좌 연두망 해원상생굿 / 사진=제주민예총

산사람들
김경훈

배곯아 죽는 사람 없는
낫 놓고 기역 자 모르는 사람 없는
바람 막을 집 한 채 안 가진 자 없는 
외래 모리배 없는
검은머리 외국놈 없는 
그런 순수 절정의 
그런 평등한 인민의 나라를 위해
그런 해방 통일의 
그런 자주의 탐라를 지키기 위해
얼어 죽고 굶어 죽고 총 맞아 죽으면서도
혁명을 움켜쥔 사람들
좌절과 체념을 딛고 오직 분노로 
숯불처럼 투쟁의 불씨를 일군 사람들
의롭게 싸우다 외롭게 죽어간 사람들
역사에도 지워지고 그 흔적만
한라산에 남아있는 사람들
산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두 번 죽어간 사람들
우리가 애써 다시 이름을 불러야 할 사람들
다시 살아 돌아올 사람들
산사람들
한라산의 의인들

제주민예총은 해원상생굿을 앞두고 “이제 우리는 단단한 침묵을 부수고 진정한 상생의 시간을 만들고자 한다. 가해의 책임을 외면한 강요된 상생이 아니라, 기억의 자살에 동조했던 시간을 고백하는 자기반성이자, 외면과 회피의 시간을 선택했던 스스로를 고해하는 참회”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 시간 살고자 했던 이들은 산으로 갔다. 오늘 계절을 어기지 않고 피는 억새처럼 우리 모두는 맹렬하게 삶을 희구했다. 우리의 산과 들이 뭇 생명을 품듯, 이제 우리도 이데올로기의 굴레에서 벗어나 75년 전 그날, 봉화처럼 타오를 수밖에 없었던 그들을 우리의 기억 속에 품고자 한다. 살아서 불운했고, 죽어서 잊혀졌던 그들을. 살아야 해서 그 모든 시간들을 끝내 잊어야 했던 그 모든 시간들을 함께 기억하고자 한다”고 취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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