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항쟁 75주년 교류전 첫 번째...11월 9일까지 포지션 민 제주에서 개최

좌우 이념과 남북 분단의 경계를 초월하는 미술 전시를 만나본다.

(사)제주4.3기념사업위원회가 주최하고 (사)제주민예총, 포지션 민 제주가 주관하는 전시 ‘분단속에서’가 10월 24일(화)부터 11월 9일(토)까지 제주시 삼도2동에 위치한 문화공간 포지션 민 제주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2023 4.3항쟁 75주년 기념 4.3예술 교류전으로, 미술작가 ‘선무(線無)’의 개인전으로 준비했다. 선무는 1998년 두만강을 건너 중국, 라오스를 거쳐 2002년부터 남한에 정착한 탈북 작가다. 2007년 홍익대 회화과와 2009년 홍익대 미술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해 국내는 물론이고 미국, 독일, 호주, 중국 등에서도 개인전을 열며 꾸준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전시 주최 측에 따르면, 선무의 작업은 ‘선을 지운다’는 의미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쪽저쪽, 좌우 이념의 경계를 지워내는 그림을 그려낸다. 한반도의 분단이 작가에게 정치적 구속을 행사했다면, 그림은 정치적 구속에서의 해방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해방된 상상력의 공간에서 펼쳐낸 선무의 예술세계는 분단된 현실에서 평화로운 한반도, 하나된 나라, 행복한 조국으로 나가가길 희망하는 작가의 눈빛을 드러내고 있다. 선무의 그림은 남과 북이 아닌 보편적 인간의 간절한 소망을 담고 있다. 그 소망은 작가 개인의 소망이 아니라 통일을 염원하는 우리의 소망이면서 75년 전 4.3 항쟁의 깃발을 들었던 제주도민들의 열망이었다. 

선무는 작가의 글에서 “남과 북의 화해와 평화를 이야기 하는 것이 ‘죄’가 되어 돌아왔다. 세상의 평화를 이야기 하는 것이 ‘죄’가 되어 돌아 왔다. 이 세상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내가 살아온 삶과 앞으로 살아갈 미래를 이야기 하는 것이 ‘죄’가 되어 돌아왔다. 그 ‘죄’인이 북경에서 전시 하면서 소리쳐 부르려 했던 노래가 여기 있다”고 강조한다.

이번 전시는 선무 작가의 작품을 제주에서 처음 선보이는 자리라 의미가 더욱 크다. 작가와의 대화는 24일 오후 6시 전시장에서 열린다. 대담 진행은 제주민예총 김동현 이사장이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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