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190) open-door

open-door [óupəndɔːr] ɑ. (문호) 개방의
아멩헤도 열긴 열어삽주
(어쨌든 열긴 열어야 한다)

이제, 개방과 통상은 선택의 문제(a matter of choice)가 아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의 모든 국가들에게 점점 더 피해갈 수 없는(unavoidable) 대세가 되어가고 있다. / 사진=픽사베이
이제, 개방과 통상은 선택의 문제(a matter of choice)가 아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의 모든 국가들에게 점점 더 피해갈 수 없는(unavoidable) 대세가 되어가고 있다. / 사진=픽사베이

open-door에서 open의 인도유럽어족 어근 upo는 “아래서 위로(=up from under)”란 뜻을 지닌다. 일반적으로, 닫을 때는 위에서 아래로 닫지만 열 때는 아래서 위로 열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이 open의 쓰임은 점점 넓어지면서 open-door외에도 “(수렵이나 어업에서의) 허가기간”을 뜻하는 open season, “펴 놓은 책”을 뜻하는 open book, “공개 파티(=hospitality for all visitors)”를 뜻하는 open house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 

흔히들 조선 멸망의 원인으로 대원군(1820~1898)의 쇄국정책(closed-door policy)을 들지만, 사실 그가 문호를 개방하지 못하고 쇄국정책을 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너무나 많았다. 당시 조선은 정치적으로 큰 혼란 상태에 빠져있었다. 임진왜란 전후부터 이어지는 붕당 싸움(factional struggle)에서 실질적 권력(real power)을 휘두른 건 세도가들(influential people)이었는데, 그들은 자신의 부를 쌓기 위해 뇌물(bribe)과 벼슬(government job) 거래, 막대한 사치(luxury)를 일삼았고 그 부담은 모두 백성들에게 돌아갔다. 대원군이 권력을 잡으면서 세도가는 몰락한다. 그럼에도 대원군은 세도가들이 지난 60년간 벌여놓은 난장판(mess)을 어떻게든 수습해야만 했으니, 파탄난 국고(broken treasury)를 채우기 위해 양반에게도 세금을 부과하는 등의 과감한 개혁을 단행했던 것이다.

바로 그때, 제국주의(imperialism) 세력은 인도, 동남아시아를 거쳐 동아시아로 침략의 손길을 뻗는다. 대원군은 밀려들어 오는 서구 세력 앞에 결단(decision)을 내려야만 했다. 통상(international commerce)이냐, 쇄국이냐! 흥선대원군은 현실 앞에서 쇄국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민생은 사실상 파탄에 가까웠고 유림(the Confucians)은 여전히 보수적(conservative)이었다. 대원군이 사실상 조선의 왕으로 자리 잡았음에도 유림의 반대로 인해 호포제같은 개혁을 실행하는데도 꽤나 어려움을 겪었다. 더군다나 아직 개혁할 게 산더미같이 남아있었으니 통상까지 감당해내기엔 너무도 벅찼던 것이다.

아시다시피, 건전한 무역이 이루어지려면 사는 만큼 파는 게 있어야 한다(You have to sell as much as you buy). 사는 게 많아도 파는 게 없으면 그 무역(trade)은 얼마 가지 않아 무너진다. 파는 것 없이 사면 살수록 판매자에게 점점 의존하게 되고 결국엔 경제적으로 식민지화(colonialization)가 되어간다. 더욱이 조선은 산업혁명 국가가 아니었으니 공업품은 모조리 수공업품(handworks)이었다. 다른 산업혁명 국가와는 양(quantity)도 질(quality)도 경쟁이 될 수 없었기에 조선과 서구가 무역을 한다면 조선의 시장은 처참히 무너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사실, 흥선대원군에게 통상의 의지가 처음부터 없었던 건 아니다. 소수의 병력으로 조선군 수백 명을 죽인 증기선(steamer)과 군함(warship), 후장식 소총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누가 몰랐겠는가. 보수적인 유림들은 몰랐다고 쳐도, 실리 파악(practical understanding)에 능한 대원군이 그 사실을 몰랐다고는 상상할 수 없다. 흥선대원군은 프랑스에 제한적인 통상을 제안한 적이 있을 정도로 통상의 유익함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조선은 그들과 협상하기엔 너무 덩치가 작았다. 흥선대원군이 아무리 조선을 틀어잡은 개혁가라 하더라도 통상까지 틀어잡기에는 조선이 너무도 약한 나라였던 것이다.

23년 전 중단된 프랑스·아일랜드산 쇠고기 수입(beef import)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EU는 올해 5월 한·EU 정상회담, 현지 대사관 등 고위급 채널을 통해 지속해서 불만(complaint)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도 이번 문제가 국가 간 분쟁으로 번질 시 WTO에서 패소(losing a case)할 확률이 크다고 보고 선제적으로(pre-emptively)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국회에 상정된 수입위생조건안은 국제 기준보다 엄격한 수입 기준을 담고 있지만 패소 시 전면 개방(overall opening) 압박에 놓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제, 개방과 통상은 선택의 문제(a matter of choice)가 아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의 모든 국가들에게 점점 더 피해갈 수 없는(unavoidable) 대세가 되어가고 있다.  

* ‘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코너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에 재직 중인 김재원 교수가 시사성 있는 키워드 ‘영어어휘’를 통해 그 안에 담긴 어원적 의미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해설 코너입니다. 제주 태생인 그가 ‘한줄 제주어’로 키워드 영어어휘를 소개하는 것도 이 코너를 즐기는 백미입니다. 


# 김재원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 교수(現)

언론중재위원회 위원(前)
미래영어영문학회 회장(前)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장(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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