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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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출신 수필가 겸 시인 이철수가 첫 번째 시집 ‘넘어지다’(황금알)를 펴냈다.

이철수는 2010년 수필가와 시인으로 등단한 뒤 8년 만에 첫 수필집을 냈고, 첫 시집은 13년의 기다림 끝에 비로소 내보냈다. 시인은 이번 시집에 5부에 걸쳐 창작 시 60여편을 실었다. 

넘어지다 
이철수

넘어져 본 사람은 안다
나를 넘어뜨리는 건
거대한 바위가 아니다
바위를 휘덮는 파도가 아니다
아주 보잘것없는 돌부리다
잘 보이지 않는 물방울이다
조그마한 것에 벌러덩
넘어지는 날이 있다

누군가에게 보인다는 건
때로는 밤하늘에 돋는 아득한 별이다
부끄러움으로 빛나는 아픔이다
누구나 넘어지는 그런 날이 있다
부끄러워하지 마라
은연중에 빛나는 별로
반짝이고 싶지 않았던가
넘어질 수 있다는 건
사람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빛나는 별이다

그냥 훌훌 털고 일어나
걸어가면 된다

시 소개글을 쓴 허상문 문학평론가(영남대 명예교수)는 “이철수 시인은 그 어둠의 길을 시적 서정의 힘으로 밀고 가고자 한다. 그러한 시적 작업은 단순히 시인의 초월적 혹은 은유적 언어의 가치에만 의지하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삶과 인생을 바라보는 아름답고 진실한 가치에 대한 지향으로 인해 재생산되고 있다”면서 “시인의 마음 속에 흐르는 밥과 별을 하나하나 세는 마음으로 이 시집을 읽는다면 세상은 별빛처럼 아름답고 찬란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자는 책머리에서 “나는 행복하다. 이렇게 쓰고 싶었다”면서 “서로 다독이며 공감하는 세상, 인간적이고 인간다운 세상이 낭만”이라고 시에 대한 애정, 세상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가난해진 밥상이 낭만으로 돌아오는 날, 낭만 속에서 인간적인 위안을 얻고, 사람들이 다시 행복해지길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이철수 작가
이철수 작가

이철수 작가는 제주에서 태어나 2010년 ‘에세이문예’와 ‘한국미소문학’으로 각각 수필가, 시인으로 등단했다. 수필집으로 ‘나는 걷는다’가 있다. 제2회 한국에세이작품상, 제6회 한국에세이작가상, 국세문예전 시·수필 부문 금상 등을 수상했다. 2018년과 2023년 제주문화예술재단 창작지원금을 받았다. 현재 제주세무서에서 복무 중이다.

128쪽, 황금알,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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