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거수를 찾는 사람들, 아왜나무에서 발병 발견
국립산림과학원 “학계 공식 보고 처음, 조사 필요”

천연기념물 제374호인 제주 구좌읍 평대리 비자나무숲에서 자라는 아왜나무에 빗자루병이 발생했다. / 이하 사진=오마이뉴스 박정기<br>
천연기념물 제374호인 제주 구좌읍 평대리 비자나무숲에서 자라는 아왜나무에 빗자루병이 발생했다. / 이하 사진=오마이뉴스 박정기

천연기념물 제374호인 제주 구좌읍 평대리 비자나무숲(비자림)에서 자라는 ‘아왜나무’에 ‘빗자루병’이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아왜나무에 빗자루병이 발병한 것은 처음일 것이라며, 천연기념물 수림지 안에서 발생한 빗자루병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노거수를찾는사람들 제주비자림답사단은 지난 8일 ‘B코스 오솔길 중간지점 왼쪽’ 위치에서 빗자루병이 발생한 아왜나무를 발견했다. 이번 답사에는 박정기 대표활동가와 강창원(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김재은(나무의사), 김구미(숲해설가) 활동가가 참여했다.

비자림은 1993년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고, 유네스코 생물권보호구역, 제주특별자치도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으며, ‘한국관광 100선’에 들어가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빗자루병은 균(곰팡이) 또는 파이토플라스마에 의해 나무의 잔가지와 잎이 빽빽하게 돋아나서 밀생하고, 빗자루와 같은 모습을 가졌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파이토플라스마는 세균보다 크고 바이러스보다 작은 병원체이다. 아왜나무는 상록활엽수 난대수종으로 비자나무와 군집구조(종조성)을 이루는 수종 중 하나이다.

박정기 대표활동가는 “제주 평대리 비자나무 숲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천연기념물 수림지이다. 유네스코 보호지역으로 많은 예산을 들여 조사·연구와 보존·관리를 한다고 들었다”며 “탐방로 바로 옆에 있는 아왜나무가 오래전에 빗자루병이 발생해 죽어 가는데 발병 사실조차 모르고 방치하는 걸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빗자루병이 발생한 비자림 아왜나무 모습.<br>
빗자루병이 발생한 비자림 아왜나무 모습.
빗자루병이 발생한 비자림 아왜나무 모습.<br>
빗자루병이 발생한 비자림 아왜나무 모습.

그러면서 “이는 보호지역 서식지 환경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비자나무나 다른 나무의 생육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걱정된다”라며 “아왜나무의 빗자루병이 오래 전부터 상당히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아직 학계에는 보고된 적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상태 국립산림과학원 박사(나무병원)는 “비자림에 빗자루병이 발생했다는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 빗자루병의 원인은 곰팡이 등 여러 가지”라며 “비자림에 빗자루병이 어느 정도 발생했는지를 조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빗자루병이 발생하면 나무 생육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고, 무엇보다 미관상 좋지 않다. 빗자루병이 비자나무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라며 “현재로서는 병이 발생한 가지에서 20cm 정도 밑으로 잘라내는 물리적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왜나무의 빗자루병 사진을 살펴본 서상태 박사는 “사진을 보고 여기저기 알아봤는데 아직 학계에 공식적으로 보고된 게 없다. 저도 처음 본다”고 말했다.

비자림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숲 내 아왜나무에 빗자루병이 발생한 사실을 알고 있다. 관리업체에 요청해서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연기념물 제374호인 제주 구좌읍 평대리 비자나무숲 안내표지판.<br>
천연기념물 제374호인 제주 구좌읍 평대리 비자나무숲 안내표지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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