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립미술관 ‘제4회 비엔날레 발전 방안 토론회’ 개최

제주도립미술관은 10일(금) 오후 2시 강당에서 ‘제4회 제주비엔날레 발전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제주도립미술관은 10일(금) 오후 2시 강당에서 ‘제4회 제주비엔날레 발전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2024년 말에 열릴 ‘제4회 제주비엔날레’를 위해, 도내·외 미술계 인사들이 방향성을 점검하는 자리가 열렸다. 무엇보다 ‘지역성’과 ‘예술성’을 균형 있게 유지하기 위한 조언들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제주도립미술관(도립미술관)은 10일(금) 오후 2시 강당에서 ‘제4회 제주비엔날레 발전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비엔날레는 통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국제 미술행사를 의미한다. 도립미술관 제주비엔날레는 ▲2017년(1회) ▲2021년(2회) ▲2022년(3회)까지 총 세 차례 열렸다. 2회 행사는 코로나19 유행 등의 영향으로 사전 프로그램 정도에서 그친 바 있다. 3회 행사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움직이는 달, 다가서는 땅’이란 주제로 열렸다. 사실상 두 번째로 봐도 무방한데, 기대와 우려 속에 무난한 평가와 함께 관람객 7만3574명을 불러 모았다.

네 번째 제주비엔날레는 내년 11월부터 2025년 2월까지 열기로 예정한 상태다. 도립미술관은 올해 안에 제4회 비엔날레 추진 계획과 예술감독 선정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제주비엔날레 인지도, 일반 도민과 예술 관계자 격차 ‘현격’

이날 토론회는 여론조사 전문 업체가 진행한 ‘제주비엔날레 성과평가 설문조사’를 먼저 공유하고, 참가자들 의견을 듣는 순서로 진행했다.

설문조사는 만 19세 성인 제주도민 1000명과 제주에서 활동하는 문화 예술 관계자 204명에 대한 조사로 구분했다. 전자는 면접 조사로 진행했으며, 후자는 예술작가, 기획·평론가, 교육자 등을 대상으로 면접과 이메일을 병행했다. 

조사 결과, 제주비엔날레에 대한 인지율은 도민 46.8%, 문화 예술 관계자 62.7%로 나타난 반면, 관람 경험률을 묻는 질문에는 도민 3.1%, 문화 예술 관계자 94.1%로 매우 큰 격차를 보였다.

다만, 내년 제4회 제주비엔날레 관람 의향을 묻는 질문에는 도민 52.9%, 문화 예술 관계자 94.1%로 긍정 답변이 모두 과반수를 넘었다.

‘제주지역 작가 참여 비율을 더 높여야 한다’는 응답은 도민이 46.9%, 문화 예술 관계자가 44.6%로 나타났다. ‘외국인을 포함한 제주 외 지역 작가의 참여 비율을 더 높여야 한다’는 의견은 도민은 9.6%에 그친 반면, 문화 예술 관계자는 20.1%로 두 배 이상 높아 대비를 이뤘다.

제주도민이 제주비엔날레에서 선호하는 작품·전시는 ▲제주의 자연과 문화적 특성을 반영한 작품(38.2%)이 가장 높았고 ▲제주지역 미술가들의 전시참여 확대(33.2%) ▲국내외 유명 작가의 개인전이나 특별전(27.5%) ▲사진, 영상, 설치 등 다양한 매체의 작품을 활용한 전시(23.2%) 순으로 나타났다.

토론회 참가자들.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토론회 참가자들.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지역 작가 참여 필요한가? 필요하다면 얼마나? 중요한 것은 방향!

토론회 참가자들은 저마다의 입장에서 제4회 제주비엔날레를 위한 조언을 전했다. 특히 이전에도 계속 논의됐고, 설문조사 문항에서도 포함된 ‘지역 작가 참여’에 대한 논의가 주목을 받았다. 

토론회에는 강민석 제주대 교수, 고순철 제주미협 서귀포지부장, 김기대 제3회 제주비엔날레 작가, 김민경 제주중등미술교과연구회 총무, 부지현 제1회 제주비엔날레 작가, 송재경 제주미협 회장, 홍덕표 탐라미술인협회장을 비롯해 김성연 부산비엔날레 집행위원장, 박민희 전 부산비엔날레 전시팀장, 심상용 서울대 미술대학 미술경영과 교수, 안미희 광주비엔날레 정책기획팀장, 양옥금 서울시립미술관 전시교육팀장 등 타 지역에서도 미술계 인사들이 참여했다.  

강민석 교수는 제주비엔날레가 제주 지역 작가 참여를 일정 비율로 보장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봤다.

그는 “지역 작가 입장에서는 비엔날레라는 제주 안의 대형 미술 이벤트에 참여하는 자긍심을 가질 수도 있다. 반면, ‘(실력이 아닌) 쿼터제로 기회를 얻은 건가’라는 어쩌면 수치스럽기도 한 감정을 느낄 수도 있다”면서 “저는 지역 작가 비율에 개의치 말고 비엔날레를 이어가자는 입장을 계속 고수해왔다. 중요한 건 얼마나 주제에 부합하는지 여부다. 굳이 제주 작가 참여를 비율로 정하겠다면 비엔날레라는 행사 목적에 걸맞도록 균형 있게 최소한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해 김기대 작가는 “제주 입도 12년차 설치 작가로서, 직전 제3회 비엔날레에 참여하면서 기대에 부응하고자 한계를 넘어선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서 스스로도 성장할 수 있었다고 느낀다”면서 지역 작가 참여의 긍정적인 면을 밝혔다.

김성연 집행위원장은 “부산비엔날레도 제주와 비슷한 상황이다. 부산 지역 작가에 대한 이야기는 행사 처음부터 계속 나왔다”면서 “물론 부산비엔날레는 1986년 부산의 청년 작가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열었던 행사가 출발이라 조금 다른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산도 미술 대학이 제법 있지만, 뚜렷한 방향으로 작업하는 작가를 찾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비엔날레를 열면서 지역 작가를 일정 비율로 확정짓는 건 어렵다고 보여진다”면서 “비엔날레를 미술관과 지역 미술계가 같이 만들어가는 행사라고 여기자. 미술관은 지역 작가의 현황 자료를 꾸준히 관리-축적하고, 예술감독은 그 자료를 미술관으로부터 받아 살펴보면서 행사를 만들어가는 구조가 중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토론회 참가자들.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토론회 참가자들.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안미희 팀장은 “국내에서 열리는 많은 비엔날레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지역 비엔날레다. 지역을 대표하는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가 바로 비엔날레다. 그래서 지역에서 비엔날레를 여는 본질, 이유, 목표 가운데는 그 지역을 드러내는 방법도 포함돼 있을 것”이라며 “이런 면에서 제주비엔날레를 여는 이유는 제주라는 풍부한 문화적 자산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꼽았다.

안미희 팀장은 “비엔날레를 위해 해당 지역에 대해 연구하고 고민하는 건 두 말 할 나위도 없이, 비엔날레를 위해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할 부분이다. 지역 작가 숫자에 대한 고민, 예산 증가보다는 제주비엔날레 만의 특수성을 어디서 찾아낼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밖에 ▲11월~2월은 학생들이 시험 끝내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시기인 만큼, 비엔날레와 연계한 교육 활동 적극 추진 ▲제주로 수학여행을 오는 학교에 대한 지원·홍보 ▲교사 대상 비엔날레 전시 탐방 연수 도입 ▲서귀포 지역 비엔날레 장소로 서귀포예술의전당 같은 접근성, 시설 완성도가 좋은 장소 최우선 고민 등의 의견이 나왔다.

한편, 도립미술관은 제4회 제주비엔날레 개최 예산을 19억5000만원으로 책정하고, 연말 제주도의회 심의에서 최선을 다해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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