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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고유의 전통 문화인 '제주해녀 어업시스템'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중요농업유산(Globally Important Agricultural Heritage Systems, GIAHS)으로 등재됐다. 수 차례에 걸친 보완 끝에 이룬 쾌거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이탈리아 로마에서 개최된 유엔 식량농업기구 과학자문평가단 심의를 거쳐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가 확정됐다고 밝혔다. 

이번 심의에서는 우리나라 제주해녀 어업시스템을 비롯해 안도라 목초지, 오스트리아 건유, 중국 밤, 백생강, 왁스베리 지역, 이란 홍수 확산 정원, 호두 재배지역 등 5개국 8건의 유산이 등재됐다.

제주해녀 어업시스템은 산소공급 장치 없이 맨몸으로 10m 이내 깊이의 바다로 잠수해 전복, 소라, 미역 등 해산물을 채취하며 독특한 해녀문화를 진화시켜온 전통 생태적 어업 시스템이다.

전 세계적으로 여성이 단독으로 관리하는 유일한 어업으로 여겨진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부여됐다. 상업적 어업이 아닌 가계의 생계 수단 역할을 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는 점도 주목받았다.

FAO는 "제주 해녀의 잠수 기술과 전통적 지혜는 유네스코가 세계무형유산으로 등재한 살아 있는 사회 시스템을 대표한다"고 평가했다.

특히 "한국의 농업시스템은 아시아의 전통적 농업 관행이 식량 안보와 기후 변화 및 생물 다양성 손실을 방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제주 해녀문화의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는 2015년 제1호 국가중요어업유산에 지정된데 이어 2016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2017년 문화재청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등 4관왕을 달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세계농업유산에 등재되기까지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앞서 제주도는 해녀어업 문화의 국제적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2018년 12월 등재신청서를 최초로 제출했고 세 차례에 걸쳐 보완서류를 제출했다.

해녀 문화에 대한 최신화 작업이 필요했고, 통계 자료도 새롭게 보완해야 했다. 자료를 수합하는 과정에서 일관되지 못했던 표현이나 단어를 재차 수정하는 작업도 거쳤다.

더 큰 난관은 전세계적인 코로나19로 인해 등재 업무 자체가 아예 중단됐던 점이다. 이 과정에서 등재 업무를 추진하던 연구 주체가 교체되는 등의 진통을 겪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올해 FAO의 재추진 방침에 따라 등재 추진에 박차를 가했고, 지난 5월 세계중요농업유산 과학자문그룹(SAG) 위원인 야기 노부유키 도쿄대 교수의 현지 실사가 이뤄지는 진전을 보였다.

제주도 관계자는 "올해부터 등재 업무가 본격화됐지만, 2015년부터 쭉 이어져 온 해녀문화 재발굴 작업이 밑바탕이 된 결과"라고 자평했다.

제주도는 이번 등재에 따라 기존 해녀축제를 유네스코(UNESCO) 인류무형문화유산과 FAO 어업유산의 가치를 더한 융복합축제로 확대하고, 윤석열 정부의 주요 공약인 '해녀의 전당 건립'을 통해 해녀문화 상설 공연과 해외 해녀문화 프로모션 등 활용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오는 23일에는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를 기념하기 위한 등재 선포식을 개최하고, 제주해녀박물관은 11월 말까지 무료 개방할 예정이다.

한편, 세계중요농업유산은 2002년 유엔 식량농업기구에서 창설한 제도로, 국가 또는 지역의 사회나 환경에 적응하면서 수 세기에 걸쳐 발달하고 형성돼온 농·어업과 관련한 문화, 경관,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세계적으로 중요한 지역을 차세대에 계승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등재 조건으로 △식량 및 생계 안정성 △생물다양성 △지역 전통 지식체계 △문화가치체계 및 사회조직 △경관 등 다섯 가지 기준에 따라 평가하고 있다. 제주의 경우 지난 2014년 등재된 제주밭담 농업에 이은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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