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담회 시작하자마자 원로당원들 “왜 혼자 떠드나” 허용진에 직격
인요한 “이러니까 욕먹는 거다…원희룡, 제주 출마 도민열망 전달”

14일 오전 국민의힘 제주도당사에서 열린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과 제주지역 당원과의 간담회가 고성과 욕설로 얼룩졌다. ⓒ제주의소리
14일 오전 국민의힘 제주도당사에서 열린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과 제주지역 당원과의 간담회가 고성과 욕설로 얼룩졌다. ⓒ제주의소리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제주지역 당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고성과 욕설이 오가는 소동이 벌어졌다. 반 년도 남지 않은 총선을 앞두고 혁신을 위해 마련된 자리였음에도 도당 내부 분열을 여실히 드러낸 모습이다.

인 위원장은 14일 오전 제주를 찾아 국민의힘 제주도당사에서 지역 당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허용진 도당 위원장을 비롯한 국민의힘 소속 제주도의원, 총선 출마 예정자, 주요 당직자 등이 참석했다.

이날 간담회는 모두발언까지만 공개하고, 비공개로 전환키로 사전 협의됐음에도 초반부터 사달이 났다. 허용진 위원장의 모두발언이 길어지면서 이에 불만을 가진 당원이 목소리를 높이면서다.

허 위원장은 보수정당으로서 제주지역에서의 애환을 비롯해 정치권의 중앙집중화 현상 등에 대한 의견을 전달했다. 허 위원장은 "여기에 모인 당원들이 40~50년 당을 지켜온 분들임에도 하나같이 느끼지 못했다. 총선 때 아무런 도움을 안 준다"며 "대선 때 새벽같이 일어나 당원들을 격려하며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노력했지만, 딱 관심이 거기까지다. 이래서 개혁이 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허 위원장은 "지난 당 대표 선거 때 제주에 비례대표를 하나 달라고 요청했고, 김기현 대표가 약속을 했는데 아직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며 "지방 정치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양지에서 발 뻗고 3선, 4선, 5선 하는 분들의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냈다.

약 10분에 걸쳐 이어진 허 위원장의 발언이 끝나지 않자, 배석해 있던 한 당원이 "의사진행 발언을 하겠다"며 손을 들었고, 허 위원장이 "이 자리는 회의가 아니"라고 제지하자 소란이 커졌다.

14일 오전 국민의힘 제주도당사에서 열린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과 제주지역 당원과의 간담회. ⓒ제주의소리<br>
14일 오전 국민의힘 제주도당사에서 열린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과 제주지역 당원과의 간담회. ⓒ제주의소리

문제를 제기한 당원은 "시간도 없고, 다른 위원들도 말을 해야하는데, 혼자만 한풀이하고 있나. 고문단이 아침 9시부터 모여있는데, 도민들도 다 알고 있는 이야기를 왜 늘어놓나"라고 거세게 반발했다.

또 다른 당원이 "젊은 사람들도 생각하시고, 이 자리에서 뭐하시는 거냐"라고 맞대응하자, 해당 당원은 "너희들끼리만 다 해먹고, 자기들끼리 도당 위원장, 당협위원장 다 나눠먹고, 당원은 누가 남았나. 내가 전두환 정권 때부터 43년 당원인데,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려드나"라며 적나라한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이에 대한 반발로 "부끄러운 줄 알라", "점잖게 좀 그만 하라"는 등의 면박이 오갔고 분위기는 급격히 얼어붙었다.

중재에 나선 인요한 위원장은 "제주는 살아있다는 것을 느낀다. 다양한 의견을 들었다"며 "다만 이러한 토론은 문을 닫아놓고 해야 한다. 이렇게 싸우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우리 국회의원들이 미움을 사는 이유"라고 했다.

인 위원장은 "문을 닫아놓고는 우리끼리 소리를 지르고, 무슨 얘기를 해도 다 좋다"며 "개인적인 감정은 조금씩 자제해달라"며 간담회를 비공개로 전환했다.

한편, 인 위원장은 혁신위의 '험지출마론'과 연계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제주 출마 요구에 대해 "제주도민들도 어려움을 안고 결단하는 것에 대해 다 아는만큼 보상할 것이라고 본다"며 "결단은 본인이 해줘야겠지만, 주신 말씀 (원희룡)장관에게도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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