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제주대, 16일 정책 자문기구 한림원 포럼 개최
지방대학 소멸 위기 속 경쟁력 강화 방안 모색

 

급변하는 교육환경 속 각계 저명 인사들이 축적한 경험과 네트워크를 통해 제주대학교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제주대학교는 16일 오후 본교 아라뮤즈홀에서 정책 자문기구인 ‘제주대학교 한림원’ 포럼을 개최했다.

제주대학교는 16일 오후 본교 아라뮤즈홀에서 정책 자문기구인 ‘제주대학교 한림원’ 포럼을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제주대학교는 16일 오후 본교 아라뮤즈홀에서 정책 자문기구인 ‘제주대학교 한림원’ 포럼을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제주대학교 한림원은 학령인구 감소, 산업혁명, 디지털 대전환 등 급변하는 고등교육 환경변화에 대처하고, 제주대학교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혁신방안과 정책을 제언하는 자문기구로, 올해 6월8일 출범했다.

이날 포럼은 대학 외부의 다양한 시각을 대학 내에 전달하고, 대학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대학이 지역사회와 동반 성장할 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추진됐다.

포럼은 사단법인 마로의 전통문화 공연을 시작으로, 송승환 감독과 조율래 한국창의과학재단 이사장의 발표, 한림원 위원과 제주청년들의 종합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 송승환·조율래 위원 “제주가 가진 지리적·문화적 이점 활용해야”

송승환 위원이 16일 제주대 아라뮤즈홀에서 열린 정책 자문기구 한림원 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송승환 위원이 16일 제주대 아라뮤즈홀에서 열린 정책 자문기구 한림원 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2018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총감독을 맡았던 송승환 위원은 ‘문화가 경쟁력이다’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송 위원은 8살에 아역배우로 출발해 평생 배우이자 문화기획자의 길을 걷고 있다. 비언어 퍼포먼스 공연 ‘난타’를 만든 장본인으로 PMC프러덕션 예술총감독을 맡고 있다. 

송 위원은 “1970년대만 해도 공연을 한다고 하면 주변 사람들이 티켓을 사줄 생각은 안 하고 다 초대권을 달라고 한다. 우리 문화시장에 콘텐츠를 돈 주고 소비한다는 의식조차 없었던 시대였고 그 이후에도 공연해서 수익을 낸다는 건 참 힘든 일이었다. 가장 큰 이유는 시장이 작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를 무대로 한 연극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던 송 위원은 언어라는 장벽을 허물 수 있는 ‘난타’ 공연을 기획했다. 난타는 1997년 10월 막을 올린 이후 지금까지 약 60개국 350개 도시에서 공연했다.

송승환 위원이 16일 제주대 아라뮤즈홀에서 열린 정책 자문기구 한림원 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송승환 위원이 16일 제주대 아라뮤즈홀에서 열린 정책 자문기구 한림원 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그는 “이제는 글로벌 시장에 우리가 함께 뛰고 있다. K팝을 비롯해 K콘텐츠까지 한국 문화는 더 이상 한국인만이 아닌 전 세계인이 즐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송 위원은 “제주도가 대한민국 속의 섬이라는 것에 벗어나 전 세계 속의 제주, 제주 속의 세계라는 인식을 가져야 제주대 학생들이 활동할 무대도 제주,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로 확장될 수 있다. 제주도를 세계 속의 섬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제주도가 가진 장점이 무엇인지, 이를 어떻게 세계인에 알릴 것인지, 어떻게 마케팅할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제주대학교 학생들에게 전 세계로 무대를 넓혀나가라는 당부도 남겼다. 송 위원은 “제주도는 전 세계인이 평생 한 번은 오고 싶은 섬이 되기 위한 너무나 좋은 환경을 갖고 있는 섬이다. 이 섬을 어떤 아이디어로 어떻게 전 세계인이 오고 싶어 하는 섬으로 만들 수 있을지, 또 어떻게 홍보할 것인지가 남은 과제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여러분이 전 세계를 향해 능력을 펼치는 일”이라고 조언했다.

조율래 의원이 16일 제주대 아라뮤즈홀에서 열린 정책 자문기구 한림원 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조율래 의원이 16일 제주대 아라뮤즈홀에서 열린 정책 자문기구 한림원 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 조율래 위원은 ‘Beyond Technology-Education Race’를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조 위원은 기술 혁신을 따라가지 못하는 교육 시스템 문제를 꼬집었다. 그는 “디지털 전환과 AI 기술의 진보가 빠르게 이뤄지는 가운데 우리 삶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조 위원은 “18세기 1차 산업혁명 당시에는 교육보단 기술의 중요성이 컸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군의 승리를 이끌기 위한 기술 개발을 위해 대학의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졌고, 이때부터 대학은 지식 창출과 연구개발에 있어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그런데 21세기에 들어서는 기술 혁신의 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 교육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이 상당히 있다”고 진단했다.

조율래 의원이 16일 제주대 아라뮤즈홀에서 열린 정책 자문기구 한림원 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조율래 의원이 16일 제주대 아라뮤즈홀에서 열린 정책 자문기구 한림원 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이어 “대학이 기술의 혁신 속도에 따라가지 못하다 보니 대안적 교육 실험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 일례로 빌 게이츠나 마크 주거 버그, 스티브 잡스나 오스틴 러셀 모두 대학 중퇴자다. 2009년 뉴욕타임스에는 대학을 중퇴하는 것이 대단한 성공으로 가는 길은 아니라는 칼럼도 나올 정도로 대안 교육의 다양한 모색과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대로 이는 대학의 존립를 흔들 수 있는 일이었다. 조 위원은 “특히 최근 생성형 AI가 소개된 이후부터는 앞으로 대학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근본적인 물음이 떠올랐다. 이제 누구나 쉽게 AI 등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만큼 개인에게 필요한 것은 문제해결과 협업 능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학은 다가오는 미래의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창의적인 해결 방법을 모색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 이 점에서 제주도가 갖고 있는 지리적, 문화적 강점이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제주대 혁신 방향부터 기업의 인재상까지…다양한 제언 쏟아져

ⓒ제주의소리
제주대학교는 16일 오후 본교 아라뮤즈홀에서 정책 자문기구인 ‘제주대학교 한림원’ 포럼을 개최했다.ⓒ제주의소리

2부에서는 ‘우리들의 로망, 나의 제언’이라는 주제로 황진택 (사)글로벌에너지포럼 이사장이 사회를 맡아 한림원 위원들과 청년 대표들의 종합토론이 진행됐다.

전북대학교 총장을 지낸 김동원 위원은 ‘디지털 혁명 시대와 대학의 미래’에 대한 견해를 들려줬다.

김 위원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인 현재 오프라인 교육이 온라인 혹은 온·오프 하이브리드 교육으로 바꿔가는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미국의 애리조나 대학도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는 학생이 5~9만명에 달한다. 또한 기존 연구비의 3배를 투자하며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지역이 해결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우리나라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지역 불균형이다. 수도권에 몰려있는 대학의 현실과 일자리와 문화생활을 찾아 떠나는 지역 인재들의 현실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대학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제주대학교가 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제주올레 이사장 서명숙 위원은 ‘간세 산티아고 가다’를 주제로 진솔한 조언을 남겼다.

제주도 서귀포가 고향인 서 위원은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해 어렸을 적부터 꿈꿔왔던 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여자라서, 제주 출신이라서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25년 기자생활 끝에 진정 원하는 삶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무작정 살기 위해 산티아고로 떠나 길을 걸었고, 그 길에서 다시 제주를 맞닥뜨렸다. 제주가 가진 자연의 가치는 산티아고보다 더 높게 평가 받을만하다. 제주대학생들이 올레길을 찾아 많은 고민을 내려놓고 자신의 삶을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걸어갈 것인가를 길에서, 제주에서 찾아보길 바란다”고 제언했다.

자유칼럼그룹 공동대표 김수종 위원은 제주대의 혁신과 관련해 △학생에 대한 인간적인 컨설팅과 지도 △외국어 교육의 특화 △스타 학과 배출 필요성 △수도권의 유수 대학교와의 학과·학점 교류제 강화 등을 강조했다. 한국일보 편집국장과 주필을 지낸 원로 언론인인 김 위원도 제주가 고향이다.  

그는 “그리스는 인구가 30만명밖에 되지 않지만, 각지에서 오는 지식을 모으고 연마했기 때문에 찬란한 문화를 꽃피울 수 있었다. 제주도 또한 작은 섬이라고 여길 것이 아니라 전 세계로 나아가는 장으로 만드는 각오를 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비엠아이 대표이사·회장 김창희 위원은 기업 필요 인재와 대학의 역할을 제언했다. 제주대 동문인 김 위원은 대학 졸업 후 삼성그룹에 입사했다가 현대로 재취업한 후 38살에 최연소 현대차 임원에 발탁됐다. 현대차 그룹 부회장과 현대건설 대표이사 부회장을 역임한 제주가 낳은 입지전적 인물이다. 

김 위원은 “세계적인 기업들이 공통으로 요구하는 것은 ‘창의성’이다. 그리고 창의성의 전제 조건이 협력이다. 또 창의적 인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전문성이 두드러져야 한다. 제주대가 재학생들의 전문성, 협력, 창의성을 고루 교육하는 기관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NSI 수요포럼 3.0 대표 김용근 위원은 스티브 잡스가 스탠퍼드 연설에서 언급한 명언 ‘Stay hungry, Stay Foolish’라는 말을 인용하며 재학생들의 동기를 부여했다.

김 위원은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은 모두 무언가에 미친 사람이었다. 그들이 가진 천재성이 세상을 바꾼 것이다. 요즘 대학생들은 쉽게 벤처에 도전하지만, 한 분야에서 20~30년을 버텨야만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온 인생을 바쳐야만 하는 것이다. 항상 배고픈 것처럼, 바보처럼 꾸준히 무언가에 도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청년 대표 종합토론자 제주대 무역학과 4학년 박미선(사진 왼쪽) 학생과 ㈜캐플릭스 윤형준 대표. ⓒ제주의소리
청년 대표 종합토론자 제주대 무역학과 4학년 박미선(사진 왼쪽) 학생과 제주대 동문인 ㈜캐플릭스 윤형준 대표. ⓒ제주의소리

제주대 무역학과 4학년 박미선은 재학생이자 청년 대표로 취업에 대한 고민을 솔직하게 전했다.

박미선은 “제주대를 졸업한 학생 대부분 공공기관이나 공기업, 사기업 취업을 준비한다. 이 중에서도 제주에서 사기업은 영세기업이 대부분인 실정이다. 전국 최하위 수준의 급여와 복지 수준을 기대하는 청년은 없다. 현실과 이상과의 괴리, 발달 산업의 편중 이 두 가지 문제로 청년들은 타지역 취업을 고민한다. 취업 시장 속 힘든 현실을 마주한 청년들의 어려운 부분을 지역사회가 이해해 주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청년 대표로 마이크를 잡은 ㈜캐플릭스 윤형준 대표는 ‘AI 시대, 제주대학교 학생들의 글로벌 진출’이라는 주제로 조언을 남겼다. 윤 대표는 제주대 동문이다. 

그는 “대학 졸업 후 26살에 서울에 올라가 동대문 새벽시장에서 일을 했다. 이후 창업에 13번 도전했으나 모두 망했다. 33살이 돼서야 남은 돈으로 창업할 수 있는 게 무엇일지 고민하던 중 프로그램을 배우면 컴퓨터 하나로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인근 구청에서 지원하는 웹프로그래밍 무료 강좌를 듣게 됐다. 그때부터 10만 원짜리 홈페이지를 만들며 쭉 성장해 왔다. 이제는 플랫폼 사업, AI, 빅데이터를 모두 총괄하는 사업까지 벌이고 있는데, 지나고 보니 열정만 있다면 무엇이든 못 할 게 없다는 교훈을 얻었다. 절대 제주 출신이라는 점이나 학점 따위에 기죽지 말라. 자기 의지만 있으면 뭐든지 해낼 수 있다”고 격려했다.

제주대학교는 16일 오후 본교 아라뮤즈홀에서 정책 자문기구인 ‘제주대학교 한림원’ 포럼을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제주의소리
제주대학교는 16일 오후 본교 아라뮤즈홀에서 정책 자문기구인 ‘제주대학교 한림원’ 포럼을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제주의소리

마지막으로 김일환 총장은 재학생에게 ‘1능1어’, 교직원에게 간절함, 진정성을 당부했다.

김 총장은 “제주대학교가 제주의 미래이고, 제주의 미래가 대한민국의 미래다. 제주가 동북아시아에서 나아가 전 세계에서 가장 살고 싶고, 방문하고 싶고, 누구나 행복한 곳이 됐으면 좋겠다. 또 제주대가 그 중심 역할을 하는 날을 함께 만들어가자”고 힘줘 말했다.

한편, 포럼은 제주대학교와 제주의소리 공식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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