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위 “타 교육청 2024년 예산 규모 줄이는데 제주는? 시설비 등 조정 불가피” 지적

제주도교육청(교육청)이 2024년 살림살이를 위해 비축 기금까지 끌어다 쓴 가운데, 부족한 예산 문제는 내년 이후 더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무엇보다 빚까지 내면서 시설비로 쓰는 게 타당하냐며 혹독한 예산 심사를 예고했다. 

제주도의회 교육위원회는 20일 제422회 제2차 정례회 첫 번째 회의에서 교육청 내년 본예산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교육청은 내년 본예산은 올해 1조5935억원보다 28억원(0.2%p)이 늘어난 1조5963억원 규모다. 불과 0.2%p 증가했지만 역대 가장 큰 규모다.

2024년 교육청 본예산 세입은 1조5963억원이다. 이 가운데 중앙정부로부터 받는 보통교부금은 2023년도 본예산과 비교할 때 무려 1282억원이나 줄었다. 1조1783억원에서 1조501억원으로 깎였다. 여기에 ▲증액교부금(-1억원) ▲국고보조금(-13억원) ▲유아교욱지원 특별회계전입금(-57억원) 등 다른 국비 지원도 삭감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제주도로부터 받는 지방교육세전입금도 지난해에 비해 164억원이 줄었다. 결국 교육청은 모아둔 기금 가운데 1578억원을 내년 본예산에 끌어다 쓰는 방법을 택했다.

기금 사용액을 살펴보면 학교 설립에만 사용하는 설립기금 106억원, 시설 목적에만 쓰는 시설기금 1160억원, 특별한 제한 없는 재정안정화기금 312억원까지 포함해 1578억원이다. 만약 기금 유입이 없다면 2023년 예산보다 -9.7%p 줄어든 수준이다.

김황국 의원은 “교육청 중기재정계획, 내년 본예산을 살펴보면 인건비 부분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올해보다 내년에는 약 500억원 정도 늘어나는 수준”이라면서 “뿐만 아니라 2025년 유보통합(유치원-어린이집 관리 통합)을 앞두고 있고 스마트기기 공급도 추가하면 2025년, 2026년 상황이 굉장히 어려울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또 “이렇게 되니 교육청은 내후년부터 지방채를 발행할 예정인데, 시설 사업비가 답이 없는 정도다. 2028년까지 1조2570억원이 시설비로 투입된다. 지방채 빚 내서 시설비에 쓰겠다는 계획인데, 인건비와 계속 사업에 대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이남근 의원은 “전문용어로 교육청 예산을 ‘나라시’ 안하면 큰일 난다”고 언급했다. 나라시는 바닥을 평평하게 만드는 작업을 뜻하는 은어다. 

이 의원은 “지금 회의장에 앉아 있는 교육청 고위 공무원들은 남은 기간 동안에 다 퇴임할 지 모르지만, 그 뒤에 앉아 있는 분들은 (예산 문제로) 나중에 또 곤욕을 치르실 것”이라면서 “우리 아이들에게 사용할 예산이 콘크리트 건물 짓는데 다 쓰여서는 안된다”고 꼬집었다.

더불어 “시설과 직원 한 명이 감당해야 할 사업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인건비, 시설비 등 이것저것 더하면 아이들에게 가는 예산이 너무 없다”면서 “교육청 예산에 대한 평탄화 작업이 꼭 필요하다. 그리고 시설 사업에 대해서 상상력이 필요하다. 폐교, 임시학교 등 여러 가지 형태를 활용해서 결정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고의숙 의원은 “2025년에 발행할 예정인 교육청 지방채는 2031년부터 상환한다. 2031년이면 부교육감님을 비롯해 여기 계신 국·과장 가운데 누가 교육청에 계실 것이냐”라며 “아무도 없는데, 지방채 발행을 염두에 두고 이렇게 예산을 편성하면 되겠느냐”고 질타했다.

김명기 교육예산과장은 “지방채를 빚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현 세대와 미래 세대의 필요에 의해 갭을 채우는 방법일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  같은 답변에 고의숙 의원은 “도청과 달리 교육청은 자체 수입 구조가 없다. 교부금 안에서 빼서 지방채를 상환해야 한다”며 “수입이 없는 교육청이 지방채를 갚으려면 땅이나 건물을 팔아야 한다는 게 보통의 상식이다. 기본적인 교육 활동이 정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예를 들어 감염병 발병 같은 어려운 상황에 발행해야 하는게 지방채”라고 지적했다.

특히 “다른 시도 교육청은 내년 예산에서 적극적으로 감액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대부분 교육청이 예산을 감액했다. 그런데 제주도교육청은 모아둔 기금 40%를 가져오면서 역대 최대 규모의 본예산을 편성했다”면서 “2025년 지방채 발행을 전제로 계속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저는 교육위원회 한 사람으로 2024년 예산 편성을 무책임하다고 본다. 계속비 사업은 모두 시설 예산들”이라며 교육청 내년 본예산에 대한 대대적인 조정을 예고했다.

김창식 위원장도 “예산을 삭감했다고 주장하지만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면서 “축제나 사업을 봐도 교육청이 너무나 방만하게 경영하고 있다. 비효율적으로 쓰면서 학생, 선생 모두 피곤하다. 교육감이 선출직이다보니 다시 당선되기 위해 모든 분들이 여기에 줄 맞추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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