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일률적 제도 시행시 혼란 우려"...제주도 "환경부 입장이 혼란 가중"

제주에서 시범적으로 운용하고 있는 '1회용컵 보증금제'를 앞두고 제주도와 정부 간 엇박자가 선명해지고 있다. 정책 필요성을 강조하며 강하게 드라이브를 건 제주도와 달리 환경부는 사실상 미온적으로 대응하면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국민의힘 권명호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에 대한 검토보고서를 공개했다. 해당 법률안은 1회용컵 보증금 제도를 각 지방자치단체 자율 시행으로 변경하는 안을 담고 있다.

1회용컵 보증금제란 1회용컵에 음료를 구매할 때 보증금 300원을 지불하고,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 전액을 돌려받는 제도다. 현 시점에서는 전국적으로 1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커피 및 음료·제과제빵·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대상으로 한다. 

환경부는 당초 이 제도를 지난해 6월 전국적으로 시행하려 했지만, 반발 여론에 부딪혀 지난해 12월 2일부터 제주와 세종을 대상으로 우선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예정대로면 2025년에는 시범사업을 마치고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돼야 한다.

그러나, 여권을 중심으로 한 반대 여론에 부딪히며 사실상 전국 확대시행은 무산 위기에 놓였다. '테스트베드'로서의 역할을 자임했던 제주로서는 뒤통수를 얻어맞은 결과다.

환노위는 "소상공인의 부담과 사업자 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는 현행법상 1회용컵 보증금제를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하는 것은 전국의 적용대상 소상공인에게 큰 부담과 형평성 논란을 가져올 것이므로 적용 여부 결정에 신중함이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법안의 당위성을 대변했다.

1회용컵 월간 반환율이 제도 시행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에도, 시범운영을 한 제주와 세종시에서 발생했던 미적용 매장과의 형평성 문제, 1회용컵 보증금제 이행에 대한 부담, 소비자 이탈 및 갈등 등의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특히, 환경부 역시 "제주·세종지역 시행과정에서 지역별 여건에 따라 시행결과에 차이가 있었고, 소상공인 매장이 제도 이행과정에서 부담·불편이 상당하며, 업종별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어, 일률적으로 전국 시행시 많은 혼란과 다양한 문제 발생을 우려하고 있다"는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제주도는 1회용컵 보증금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이날 오전 영상으로 주재한 도정현안 공유 회의에서 "제주에서 1회용컵 보증금제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며 선도적으로 시행하는 가운데 환경부가 자율 시행, 제도 폐지 등으로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방시대 정책방향에 부합하지 않는 정부의 방침에 대해 문제를 정확하게 지적하고, 방향을 바꿀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날 진행된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의 새해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도 제주도는 1회용컵 보증금제 유지 필요성을 적극 어필했다.

양제윤 제주도 기후환경국장은 "1회용컵 보증금 제도는 정부에 지속적으로 관련법 시행령 개정을 요구하면서 추진할 계획"이라며 "그동안 형평성 문제로 확산하는데 지장이 됐기 때문에, 이를 해소하면서 모든 업체가 참여토록 하는 것이 제주도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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