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에서 희망을 보다] (1)가능성을 현실로, 사회적협동조합 희망나래

사회문제 해결과 사회적 가치 실현을 통해 제주의 일상을 바꿔나가는 이들이 있다. 참여, 협동, 연대의 원리로 꾸려진 사회적경제 공동체는 시장과 정부를 보완하는 제3의 영역으로 기능하고 있다. 제주의소리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대안을 보여주고 있는 사회적경제 기업들의 발자취와 목소리를 다섯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 편집자

사회적협동조합 희망나래의 구성원들. 왼쪽부터 채정민 직업훈련교사, 바리스타 김수현 씨, 근로자의 어머니이자 조합원인 이춘선 씨. 뒤에 새겨진 이름은 희망나래 복합공간 조성에 십시일반 함께한 조합원들과 후원자들.  ⓒ제주의소리
사회적협동조합 희망나래의 구성원들. 왼쪽부터 채정민 직업훈련교사, 바리스타 김수현 씨, 근로자의 어머니이자 조합원인 이춘선 씨. 뒤에 새겨진 이름은 희망나래 복합공간 조성에 십시일반 함께한 조합원들과 후원자들. ⓒ제주의소리

중증 발달장애인 아들을 둔 이춘선(58)씨는 사회적협동조합 희망나래만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지난 몇 년 간의 변화는 큰 선물과 같다. 이씨는 희망나래의 조합원이고, 27살인 그의 아들은 지금 희망나래 일터에서 일하고 있다.

“우리 가정을 행복하게 할 첫 단계가 마련된 것 같아요. 배우고, 일을 하고, 월급을 받으면서 아이의 자존감이 높아졌어요. 희망나래에서 40명의 장애인들을 채용해서 꾸려나가는 것을 보면 정말 대단해요. 부모들도 못하는 일이에요. 힘든 일이 있을 때 가족 일처럼 발 벗고 나가서 해결해주시고...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고마워요”

잘 적응할까 걱정하던 아들은 이제 사회인으로서 잘 자리잡고 있다. 키오스크를 이용해 물건을 구입하고, 대중교통을 잘 이용하고, 다른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아들의 모습은 이씨의 가족들에게는 감격스런 변화다. 희망나래에서 제공하는 일자리와 함께 다양한 교육과 동아리 활동이 큰 힘이 됐다.

이 곳에서 바리스타로 근무하는 김수현(28)씨도 그의 동료이다. 김씨는 “제과제빵과 바리스타 같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게 가장 기쁘다”며 “월급을 받는 게 제일 좋고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벌써 7년째 희망나래와 함께하고 있다.

희망나래에서 7년째 함께하고 있는 김수현 씨가 커피를 내리고 있다. 그는 이 곳에서 제빵 기술과 바리스타 교육을 받았다. ⓒ제주의소리
희망나래에서 7년째 함께하고 있는 김수현 씨가 커피를 내리고 있다. 그는 이 곳에서 제빵 기술과 바리스타 교육을 받았다. ⓒ제주의소리

희망나래는 성인 발달장애인들이 직업을 가지고 이웃들과 함께 살아가려는 소망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회적협동조합이다. 직업 훈련과 상담을 제공하고 자립을 위한 취업 기회를 제공한다. 실제 일을 제공하는 희망나래 일터, 희망나래TV 등 디지털일자리를 위한 미디어센터, 교육과 여가·취미 활동 등 서비스 제공을 위한 장애인주간보호시설인 활동센터와 제주시동백주간활동센터까지 큰 4개의 기둥이 희망나래를 이루고 있다.

이 곳에서 발달장애인들은 매일매일 생활하는데 필요한 교육을 받는데 여기에는 인권교육과 성교육도 포함돼 있다. 미술, 스포츠 등 다양한 활동을 경험하고 전문적인 직업훈련도 받을 수 있다. 이후에는 인쇄업, 카페테리아, 영상 콘텐츠 제작 등 희망나래의 사업분야에서 일자리를 얻고 있다. 이곳이 발달장애인의 설자리, 일자리, 살자리, 놀자리를 만들고 있다고 불리는 이유다.

희망나래는 2015년 설립 인가를 받은 이래 장애인고용촉진대회 고용노동부장관상, 경실련 좋은사회적기업 최우수기업상, 제주를 밝히는 사회적 가치 실현 대상 사회적경제기업 부문 최우수상 등을 받으며 사회복지 분야 혁신사례로 인정받았다.

이 변화는 조합원과 후원자들의 십시일반 출자에서 시작됐다. 지금의 부지와 쾌적한 복합공간은 480명이 합심해 15억원 가량을 모으면서 현실화했다. 전국적으로도 쉽게 찾기 힘든 ‘시민자산화’의 대표적 모델이다. 건립 참여자 모두가 건물주다. 

현재 희망나래에는 40명의 장애인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다. 이들에게 희망나래는 교육의 기회를 준 곳이자 소중한 일터이다. 동시에 정서적으로 기댈 수 있는 커뮤니티이기도 하다. ⓒ제주의소리
현재 희망나래에는 40명의 장애인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다. 이들에게 희망나래는 교육의 기회를 준 곳이자 소중한 일터이다. 동시에 정서적으로 기댈 수 있는 커뮤니티이기도 하다. ⓒ제주의소리

희망나래의 채정민 직업훈련교사는 “희망나래는 발달장애인의 평생 파트너로 행복한 미래를 만들어간다는 미션을 가지고 있다”며 “발달장애인들에게 사회서비스를 제공함과 동시에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내고 이를 통해 안정적인 일자리도 제공할 수 있기에 우리 사회에서 소중하게 자리잡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능성에 날개를 단다’라는 슬로건으로 시작된 희망나래는 지역 커뮤니티가 어떻게 건강한 변화를 만들어내는 지 보여주고 있다. 같은 지향점을 가진 사람들이 평등한 관계를 맺으며 힘을 합치면 더욱 강력해진다는 사실을 증명해낸 것이다.

조합원에서 시작해 부모회장까지 맡게 된 이춘선 씨는 희망나래를 통해 행복을 얻은 산 증인이 됐다. 이제 앞으로 다가올 내일을 더욱 기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발달장애인의 설자리, 일자리, 놀자리는 마련된 것 같아요. 이제 살 자리가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주거 부분까지 마련되면 부모님도 마음을 놓을 수 있을 거예요. 젊어서는 우리가 케어할 수 있지만, 나이가 들면 그게 힘드니까요.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행복하게 더불어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희망나래에게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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