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남북소통아카데미] 엄현숙 교수 "미리 준비돼야 대 더 나은 미래 구축"

남북소통공감아카데미

 

온라인을 통해 공개된 2023남북소통아카데미 엄현숙 국립통일교육원 교수 강연. ⓒ제주의소리
온라인을 통해 공개된 2023남북소통아카데미 엄현숙 국립통일교육원 교수 강연. ⓒ제주의소리

혼잡한 국제 정세 속에서도 연일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북한 위협에 대응해 통일인식에 대한 끈을 놓쳐선 안된다는 현실적인 제언이 건네졌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주최하고 [제주의소리]가 주관하는 '2023년 남북소통공감아카데미' 2학기 두번째 강연이 1일 온라인을 통해 공개됐다. 이번 강연은 '정부의 통일·대북정책과 남북관계 현황'이라는 주제로 국립통일교육원의 엄현숙 교수가 나섰다.

엄 교수는 북한에서 김정숙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혜산교원대학에서 교원을 맡던 중 2005년 남한으로 넘어와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북한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북한에서 대학을 나오고 남한에서 대학원을 졸업한 특별한 이력의 소유자로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는 인물로 꼽힌다.

엄 교수는 "지난해 8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비핵화 로드맵'이라고 할 수 있는 담대한 구상을 발표했을 때, 북한은 '자신의 운명을 강낭떡 따위와 바꾸지 않겠다', '제발 간절한 소원인데 서로 의식하지 말고 살자'고 반응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어떤 면에서는 '서로 의식하지 말고 살자'라는 발언은 우리 사회에서도 비슷하지 않나 생각할 수 있다. 요즘 젊은 세대는 특히 이와 같은 인식이 강해졌다"고 진단했다.

실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분기별로 실시하는 통일인식 조사를 살펴보면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통일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떨어지는 결과를 보인다. 

2022년 기준 '통일이 필요한가'를 묻는 질문에 13~18세에서는 필요하다 53.8%, 불필요하다 40.0%로 응답했고, 30대는 필요하다 61.9%, 불필요하다 35.8%로 나타났다. 반면 60세 이상에서는 필요하다 76.4%, 불필요하다 22.1%로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엄 교수는 "최근 몇 년간의 자료를 살펴보면 'MZ세대가 통일 인식이 낮다'는 결과가 나오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기성세대 역시 점차 통일의 인식이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특정 세대의 현상이 아닌 사회 전반적인 상황이 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요즘 10~20대가 얼마나 중요한 결정을 목전에 두고 있나. 그러다보니 그들이 갖고 있는 모든 노력과 정신을 눈 앞의 문제에 집중을 해야 되는 것도 현실"이라며 "통일에 부정적인 것인지, 통일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는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특히 엄 교수는 북한이 우리에게 실질적인 위협이 될 수 있음을 다시금 각인시켰다. 경제력이나 군사력에서 절대적인 우위에 있는 한국 사회의 젊은 세대는 더이상 북한을 위협으로 느끼지 않을 뿐더러 북한을 가난하고 후진적인 국가로 여기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북한은 핵무기를 위시로 한 위협은 물론, IT기술 탈취, 사이버테러 등에 있어서도 두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되돌아봤다.

엄 교수는 "우리가 현재 자각하지 못하고 있을 뿐, 한반도는 비무장지대를 사이에 두고 엄청난 병력이 대치된 상태다. 매우 불안정한 구조로, 우리 아이들이 생각하듯이 '그냥 우리 이대로 살래요, 관심 없어요'리고 무시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올바른 남북관계의 구현의 필요성과 정부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엄 교수는 "북한 권위주의 정부는 70년 동안 정권이 교체되지 않았지만,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정권이 교체된다는 속성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며 "통일은 준비가 됐을 때 더 나은 미래를 구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통일에 대한 대비는 단계적으로, 점진적으로 해야 하지만, 갑자기 들이닥칠 상황도 미리 대비해야 한다"며 "우리는 흡수 통일이 아닌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 통일을 원하는 것이고 그 평화통일을 지금 방해하는 것은 핵으로 우리를 위협하는 북한이라는 점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엄 교수는 "당장 전쟁이 날 것 같다가도 갑자기 평화적인 기류가 오는 것처럼 항시 우리는 준비돼 있어야 된다"며 "남북 관계가 생각하는 대로 잘 안 풀리고, 교류와 협력을 원함에도 여전히 강경 기조로 가는 정부가 못마땅할 수도 있지만, 국제 정치 관점으로 볼 때 우리는 분단 국가고, 전쟁이 멈춘 상태고, 굉장히 비정상적인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에 준비가 필요하다는 관점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