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웅의 借古述今] (354) 노름은 끝 날 때 봐야 안다

차고술금(借古述今), 옛것을 빌려 지금을 말한다. 과거가 없으면 현재가 없고, 현재가 없으면 미래 또한 없지 않은가. 옛 선조들의 차고술금의 지혜를 제주어와 제주속담에서 찾는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들도 고개를 절로 끄덕일 지혜가 담겼다. 교육자 출신의 문필가 동보 김길웅 선생의 글을 통해 평범한 일상에 깃든 차고술금과 촌철살인을 제주어로 함께 느껴보시기 바란다. / 편집자 글 


* 신 신을 때 봐사 : 끝날 때 봐야

축적된 경험에서 나온 재미있는 얘기다. 

어떤 일이 끝났다고 다 끝난 게 아니라. 끝내고 신 신어 나갈 때를 보아야 안다는 말이나. 이쯤 되면 하는 일에 대한 집착이 여간 강한 게 아니다. 

기다려 그 결과가 확실해지기 전에 속단하는 것은 이르다, 옳지 않다는 것이다. 예견(豫見)한다는 것은 헤아림일 뿐, 기다리다 보면 달라질 여지가 있다는 신중한 입장이기도 한다.

특히 노름(도박)은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 하지 않는가. 그날 운세가 7이면 기술이 3. 그러니 운수가 7할이다. 기술이 좋아 판돈을 다 따 손에 넣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함이다. 기술이 워낙 특출해 노름판을 좌지우지하는 것 같지만 꼭 그렇게 기울지 않는다는 것. 

처음에 황황하다가도 판세가 기울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이 기우는가 하면, 반대로 돈을 다 잃고 쪽박을 찰 것 같다가도 갑자기 판세가 불같이 일어나 일시에 상황을 뒤집기도 하는 게 노름이라는 것이다.

노름의 속성이다. 그러니 노름이라는 것은 처음에 (돈을) 많이 딴다고 속단하는 것은 금물, 끝내고 나가면서 신을 신는 그 마지막을 봐야 한다는 말이다. 중간 과정을 가지고 누가 잃고 누가 땄다고 섣불리 말할 게 못된다는 얘기다. 

이 말을 일상사에 빗대는 것은 온당치 않지만, 다만 일을 추진함에 그 진행이 순탄치 않다고 망설이거나 쉽게 포기할 것이 아니라,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쪽으로 생각하는 것은 지혜로운 판단일 것이다. 

끝까지 인내하는 것도 성공을 위한 비결의 하나이기 때문에.


# 김길웅

동보(東甫) 김길웅 선생은 국어교사로서, 중등교장을 끝으로 교단을 떠날 때까지 수십년 동안 제자들을 가르쳤다. 1993년 시인, 수필가로 등단했다. 문학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도서관에 칩거하면서 수필, 시, 평론과 씨름한 일화는 그의 열정과 집념을 짐작케한다. 제주수필문학회, 제주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대한문학대상, 한국문인상 본상, 제주도문화상(예술부문)을 수상했다. 수필집 ▲마음 자리 ▲읍내 동산 집에 걸린 달락 외 7권, 시집 ▲텅 빈 부재 ▲둥글다 외 7권, 산문집 '평범한 일상 속의 특별한 아이콘-일일일'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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