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웅의 借古述今] (355) 나무도 늙어서 고목이 되면 놀던 새도 아니 온다

차고술금(借古述今), 옛것을 빌려 지금을 말한다. 과거가 없으면 현재가 없고, 현재가 없으면 미래 또한 없지 않은가. 옛 선조들의 차고술금의 지혜를 제주어와 제주속담에서 찾는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들도 고개를 절로 끄덕일 지혜가 담겼다. 교육자 출신의 문필가 동보 김길웅 선생의 글을 통해 평범한 일상에 깃든 차고술금과 촌철살인을 제주어로 함께 느껴보시기 바란다. / 편집자 글 


낭도 : 나무도
늙엉 : 늙어서, 늙어
뒈민 : 되면
생이 : 새, 참새

나무가 고목이 되면 자주 찾던 새도 뜸하듯 사람의 경우도 매한가지라는 비유다. 비유가 적절하면 바로 공감하게 되는 게 비유라는 수사다. / 사진=픽사베이
나무가 고목이 되면 자주 찾던 새도 뜸하듯 사람의 경우도 매한가지라는 비유다. 비유가 적절하면 바로 공감하게 되는 게 비유라는 수사다. / 사진=픽사베이

이리저리 뻗친 수많은 가지와 우거진 이파리로 무성했던 나무도 늙으면 세월의 무게를 견뎌내지 못해 엉성한 모습으로 변하고 만다. 고목이 되면 서서히 시들다 고사(枯死)하고 만다. 하늘을 꿰뚫을 듯이 활기 충천하던 나무도 노쇠하면 자신의 생을 내려놓지 않을 수가 없다. 자연의 섭리다.

그렇게 되면, 우거진 나무에 깃들던 새들, 하루에도 수십 번 나고 들던 새들도 내왕을 끊는다는 얘기다. 

이와 마찬가지로 젊고 활동적으로 생활력이 왕성할 때 그야말로 문전성시를 이루던 사람들도 늙어 관계가 느슨해지고 생활 반경이 줄어들면, 주위의 사람들이 자연히 발길을 끊게 된다 함이다. 

크게는 흥망성쇠의 이치가 그러하다 함이다. 제아무리 활개 치고 그 세(勢)가 질풍노도라 해도 한때, 한 시절이 있는 법, 폭풍에 거세게 일던 파도도 바람이 지나면 잔잔하게 마련 아닌가.

나무가 고목이 되면 자주 찾던 새도 뜸하듯 사람의 경우도 매한가지라는 비유다. 비유가 적절하면 바로 공감하게 되는 게 비유라는 수사다.

사람은 그 이치를 잘 알면서도 노쇠하면 사람들로부터 버림받는 것 같은 소외의식을 갖기 쉽다. 무심의 경지에서 노경을 보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으랴. 

유사한 것으로, ‘가지 지곡 잎 진 낭엔 오던 새도 안 촞아온다’가 있다.


# 김길웅

동보(東甫) 김길웅 선생은 국어교사로서, 중등교장을 끝으로 교단을 떠날 때까지 수십년 동안 제자들을 가르쳤다. 1993년 시인, 수필가로 등단했다. 문학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도서관에 칩거하면서 수필, 시, 평론과 씨름한 일화는 그의 열정과 집념을 짐작케한다. 제주수필문학회, 제주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대한문학대상, 한국문인상 본상, 제주도문화상(예술부문)을 수상했다. 수필집 ▲마음 자리 ▲읍내 동산 집에 걸린 달락 외 7권, 시집 ▲텅 빈 부재 ▲둥글다 외 7권, 산문집 '평범한 일상 속의 특별한 아이콘-일일일'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