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시선] 도청 해양환경 업무 주무관 1명 담당, 구조 개선돼야

‘소리시선’(視線) 코너는 말 그대로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입장과 지향점을 녹여낸 칼럼란입니다. 논설위원들이 집필하는 ‘사설(社說)’ 성격의 칼럼으로 매주 수요일 정기적으로 독자들을 찾아 갑니다. 주요 현안에 따라 수요일 외에도 비정기 게재될 수 있습니다. / 편집자 글

제주도민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제주바다의 환경과 생태계를 주무관 1인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도민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제주바다의 환경과 생태계를 주무관 1인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섬에서 바다는 땅 못지않게 중요한 공간이다. 제주특별자치도가 관리하는 바다는 제주도 면적의 55배 정도나 되고, 우리 영해의 25퍼센트를 차지한다. 제주바다는 해양생물의 삶터이자 어부와 해녀의 일터이고, 관광객과 여행객의 쉼터이며, 기후위기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하는 곳이다.

지구 해양환경은 지구열대화, 해양쓰레기, 해양오염으로 급변하면서 악화하고 있다. 제주 해양환경 역시 다르지 않다. 제주바다가 황폐되어 해양생물들이 사라진다면, 제주경제의 중요한 축인 수산업과 해녀문화는 더욱 빨리 소멸되고, 제주도민의 삶도 힘들어질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것은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

멀리서 바라보는 제주바다는 참으로 아름답다. 하지만 바닷가를 걷다 보면 각종 해양쓰레기들이 널려 있다. 2017년에 1만 톤이던 해양쓰레기가 2021년에는 2만 톤으로 급증했다. 밧줄, 플라스틱, 스티로폼, 페트병, 비닐, 담배꽁초 같은 해양쓰레기들은 대부분 육지뿐만 아니라 중국과 동남아에서 떠밀려오고, 조업하던 어선에서 버려지고, 제주도 산야의 쓰레기들이 큰비에 휩쓸려 내려온 것들이다. 그뿐만 아니라 해양오염으로 생긴 구멍갈파래가 이상 번식하여, 악취를 풍기면서 해안을 볼썽사납게 하고 있다.

바닷속은 더 심각하다. 해저에는 폐어구와 산업쓰레기가 쌓이고,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플라스틱이 조류에 따라 밀려다니며, 농사에 사용한 농약과 비료가 빗물에 쓸려 녹아들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출되는 방사능오염수도 앞으로 제주바다를 죽음의 바다로 만들지도 모른다. 바다지킴이들이 해양쓰레기들을 수거하고, 여러 단체에서 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수거되는 것들은 전체 분량에 비해 미미한 실정이다. 

모자반, 톳, 우뭇가사리, 미역, 감태 등의 해조류와 바닷물에 잠겨 생육하면서 꽃과 열매를 맺는 잘피와 같은 해초류(Sea grasses)는 오염물질을 정화하고, 해양 저서동물의 산란장과 도피처가 되며, 수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최근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성산읍 시흥을 비롯한 제주 동부 연안에 잘피류인 거머리말이 비교적 광범위하게 서식하고 있어서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서식지를 확대시켜나갈 것을 제안한 바 있다.

제주도에서 인류문화유산인 해녀문화를 전승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해양보호생물인 남방큰돌고래를 보호하기 위한 법과 제도를 만들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으려면 해녀들이 잡을 물건이 있어야 하고, 돌고래가 살아갈 수 있도록 해양생태계가 건강하게 유지되어야 한다. 제주바다가 살아야 해녀도 살고, 도민들의 삶도 높아진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추진하는 해양산업, 해녀문화, 남방큰돌고래 보호정책도 해양환경이 황폐되면 공염불에 그치고 만다. 제주 해양산업을 활성화하고, 인류유산인 해녀문화를 전승하며, 최근 논의되는 생태법인 제도를 완성하기 위해서라도 제주 해양환경을 잘 보전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유일한 섬인 제주도에서 해양환경 보전에 힘을 쏟아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러지 못하다.

안타깝게도 제주특별자치도에 해양환경을 담당하는 부서가 없다. 제주도 해양수산국은 수산정책과, 해양산업과, 해녀문화유산과, 해운항만과로 구성되어 있다. 해녀문화유산과가 있다는 것만 다를 뿐 다른 광역자치단체와 큰 차이가 없고 오히려 부족한 감이 있다. 이를테면 전라남도 해양수산국의 경우, 섬해양정책과, 친환경수산과, 수산유통과, 해운항만과, 해양생태계보전추진단으로 되어 있어 해양환경과 해양생태계가 강조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제주특별자치도의 경우, 해양환경 분야는 해양산업과의 해양관리팀에서 주무관 1인이 담당하고 있다. 제주도청 조직도를 보면, 그가 담당하는 업무는 무려 22개이다. 아름다운 해안가꾸기 기본계획 수립, 해양환경 보전 및 활용 시행계획 수립 추진, 해양시설 신고 및 안전점검, 해양폐기물 관리 세부 실천계획 수립, 괭생이모자반 및 파래 처리, 청정 바다지킴이 운영지침 수립, 환경관련 보조사업 집행, 해양생태계 보전 및 관리 시행계획 및 관리대책, 해양보호구역 지정, 해양보호생물의 포획·채취 등 신고 및 금지, 대규모 해양오염사고, 낚시육성법 및 환경개선, 공유수면 관할권 권한쟁의심판, 제주바다살리기 워킹그룹, 해양쓰레기 종합처리장 추진, 제주남방큰돌고래 생태허브 조성사업 및 생태법인제도화 총괄 등을 주무관 한 명이 담당하고 있다. 초인이 아니고서 이 모든 업무를 어떻게 한 사람이 담당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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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민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제주바다의 환경과 생태계를 주무관 1인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진정으로 해양환경과 생태계를 보전할 의지가 있다면, 인력과 예산을 투입하여 해양수산국 안에 해양환경과 내지는 해양생태계보전과 등의 해양환경 부서를 신설해야 한다. 제주도의 해양환경과 생태계를 잘 보전하는 것이야말로 제주경제를 살리고, 제주해녀문화를 전승하며, 제주도민의 삶의 질과 제주를 찾는 이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일이다. / 윤용택 논설위원, 제주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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