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웅의 借古述今] (356) 남도 원님 살고 신하 산다

차고술금(借古述今), 옛것을 빌려 지금을 말한다. 과거가 없으면 현재가 없고, 현재가 없으면 미래 또한 없지 않은가. 옛 선조들의 차고술금의 지혜를 제주어와 제주속담에서 찾는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들도 고개를 절로 끄덕일 지혜가 담겼다. 교육자 출신의 문필가 동보 김길웅 선생의 글을 통해 평범한 일상에 깃든 차고술금과 촌철살인을 제주어로 함께 느껴보시기 바란다. / 편집자 글 


* 놈도 : 남도  
* 원 : 원님
* 신 : (한 니리 조정의) 신하
* 살곡 : 하고, 살고

옛날이라고 청렴리만 있었겠는가. 어느 시대건 권세를 남용해 선량한 백성을 학대했던 것이다. / 사진=픽사베이
옛날이라고 청렴리만 있었겠는가. 어느 시대건 권세를 남용해 선량한 백성을 학대했던 것이다. / 사진=픽사베이

원은 원님. 신(臣)은 신하이니, 국록을 먹는 조정의 관리를 가리킨다. 한 나라의 벼슬아치를 일컬음이다. 

이들 나라의 관직에 있는 자들은 높은 지위를 이용해 백성들을 업신여기고 냉대하며 이만저만 권세를 부리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그런 자들을 일러 탐관오리라 했겠는가.

관리들의 행태가 백성들로부터 원성을 사지 않을 수 없었다. 백성들의 원성이 쌓이고 쌓이면서, 이런저런 불만 어린 목소리들이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왔을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다.

“나라의 벼슬을 혼다고 소못 으시대고 큰 소리 팡팡 치멍 행세해염주마는, 놈도 벼슬호주기 그냥 사름을 우습게 보자 마라게. 어느 젠가는 놈도 원도 허곡 산허도 홀 날이 올거매.”
(나라의 벼슬한다고 사뭇 으스대고 큰 소리 팡팡 치며 하고 있지마는, 남도 벼슬하지 그냥 사람을 우습게 보지 마라. 언젠가는 남도 원도 하고 신하도 할 날이 올 것이니.)

여염가 저잣거리에 삼삼오오 모여서 성토했을 게 아닌가.

옛날이라고 청렴리만 있었겠는가. 어느 시대건 권세를 남용해 선량한 백성을 학대했던 것이다. 벼슬아치에게 휘둘리던 힘없는 백성들이 가련하기 그지없다. 


# 김길웅

동보(東甫) 김길웅 선생은 국어교사로서, 중등교장을 끝으로 교단을 떠날 때까지 수십년 동안 제자들을 가르쳤다. 1993년 시인, 수필가로 등단했다. 문학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도서관에 칩거하면서 수필, 시, 평론과 씨름한 일화는 그의 열정과 집념을 짐작케한다. 제주수필문학회, 제주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대한문학대상, 한국문인상 본상, 제주도문화상(예술부문)을 수상했다. 수필집 ▲마음 자리 ▲읍내 동산 집에 걸린 달락 외 7권, 시집 ▲텅 빈 부재 ▲둥글다 외 7권, 산문집 '평범한 일상 속의 특별한 아이콘-일일일'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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