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3시께 제주시 영평동 첨단과학기술단지 내 한 도로에서 바퀴가 헛도는 차량을 자치경찰관이 뒤에서 힘껏 밀고 있다. ⓒ제주의소리
17일 오후 3시께 제주시 영평동 첨단과학기술단지 내 한 도로에서 바퀴가 헛도는 차량을 자치경찰관이 뒤에서 힘껏 밀고 있다. ⓒ제주의소리

17일 오후 3시께 제주시 영평동 첨단과학기술단지.

눈이 발등 높이까지 쌓여 푹푹 빠지는 도로 위로 차량 일곱여 대가 아슬아슬하게 서행하다 멈춰 섰다. 교차로 신호등이 빨간불에서 녹색불로 바뀌자 선두 차량이 출발하는가 싶더니 바퀴를 헛돌며 굉음을 냈다.

뒤따르던 차들도 당황한 듯 우왕좌왕하더니 이내 교차로 일대는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차들로 혼잡이 빚어졌다. 앞으로 나아가지도, 뒤로 후진하지도 못하는 난감한 상황이었다.

마침 자치경찰이 인근에서 제설작업과 교통 지도를 하던 참이었다. 자치경찰관 2명이 황급히 달려와 선두 차량 뒤를 양손으로 힘껏 밀기 시작하자 헛돌던 바퀴가 그제야 제 역할을 했다.

얼마 뒤 제주시 제설차량이 도착했다. 제설차량은 곳곳을 달리며 눈을 치우고 제설제를 살포했다. 하지만 제설차량이 지나간 자리에는 금세 또 눈이 쌓이길 반복했다.

이번엔 한 승용차 운전자가 창문을 내리더니 “서귀포로 넘어 가려는데 5.16도로를 이용해도 될까요”하고 물었다. 자치경찰관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일주도로를 이용할 것을 당부했다.

제설작업이 한창인 모습. ⓒ제주의소리
제설작업이 한창인 모습. ⓒ제주의소리

자치경찰단은 기상악화에 따른 안전상황에 대비해 전날인 16일부터 외근 경력을 추가 배치하고 예비대를 편성하는 등 특별교통관리에 나섰다.

이날 만난 이영철 제주자치경찰단 교통관리팀장은 오전 6시부터 나와 교통관리를 하고 있었다. 그는 눈을 보기 위해 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어리목부터 제주시내 생활권 중 고지대에 있는 첨단과학기술단지까지 곳곳을 오가며 교통지도를 벌이는 모습이었다.

이 팀장은 “차가 언덕길을 올라갈 때는 한번 멈추면 다시 출발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차량 미끄러짐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난다”며 “교차로나 신호등이 있는 언덕길마다 제설제를 뿌려 사고에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10분 사이에만 같은 도로에서 차량 미끄러짐 3건이 발생했다. 그럴 때마다 자치경찰관들은 차량 뒤에 붙어 양손으로 힘껏 차를 밀었다. 해발 400m의 고지대임에도 차량 대부분이 체인을 감지 않고 운행하는 모습이었다.

이 팀장은 “빙판길 운전할 때에는 체인이 필수”라며 “이 정도 날씨에는 체인만 감아도 대부분의 도로에서 무난하게 통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주의소리
17일 특별교통관리에 나선 자치경찰관들이 무전하며 실시간 도로교통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자치경찰관들은 쉴 새 없이 무전을 주고 받으며 실시간 도로 교통 상황을 공유했다.

무전에서는 산록도로에 출동한 자치경찰관들의 다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쌓인 눈으로 교통 정체가 극심하다는 내용이었다. 곧이어 제설차량 출동을 요청하겠다는 보고가 들려왔다.

이 팀장은 “교통량이 많은 도로의 경우 차량 1대가 멈춰버려도 혼잡이 빚어질 수 있어 발빠른 대처가 필요하다”며 “긴박한 상황에는 번영로, 평화로, 애조로 등과 같이 교통량이 많은 도로부터 제설작업을 실시하고 그 외 지역은 자치경찰의 손이 닿는 대로 제설제를 뿌리며 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차 적재함에 가득 싣고 온 제설제는 금세 바닥이 나기 일쑤였다. 자치경찰들은 수시로 사무실을 오가며 제설제를 퍼 나르며 안전 사고에 대비했다.  

한편, 17일 오후 5시 기준 주요 지점별 적설량은 ▲사제비 24.6㎝ ▲삼각봉 23.6㎝ ▲어리목 22.6㎝ 등을 기록했다. 제주에는 18일 아침까지 비 또는 눈이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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