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소비시장 특성 가져 ‘대규모 점포↔지역상권’ 영향 X
단, 브랜드 중복 시 대규모 점포 구매 가능성↑…“조정 및 상생방안 필요”

2021년 문을 연 제주신화월드 내 대규모 점포, 신세계사이먼 제주 프리미엄 전문점(이하, 전문점)이 지역상권에 큰 영향을 못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대규모 점포인 전문점과 제주시-서귀포시 지역상권이 서로 다른 소비시장 특성을 보이며 서로의 매출액에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대규모 점포와 지역상권이 취급하는 브랜드 포지션이 겹치고 중장기적으로 지역 내 쇼핑 수요가 늘어날 때 서로 경쟁 관계에 놓일 수 있어 조정하고 상생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덧붙여졌다. 

지역 상권과의 갈등을 빚은 대규모 점포가 제주시와 서귀포시 지역 상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상생 협력 방안을 찾기 위해 진행된 이번 연구는 제주연구원 연구위원인 고봉현 박사가 맡았다. 

고 연구위원은 최근 ‘대규모 점포 입점에 따른 지역상권 영향분석 및 상생방안’ 연구를 마무리하고 결과보고서를 도출했다. 앞서 서귀포시는 대규모 점포가 지역 소상공인 상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 상생방안을 도출하는 등 내용의 제주도 정책 연구과제를 제출했다. 

지역 상권의 역량을 분석하고 앞으로 대규모 점포가 새로 생겨날 때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예견, 이에 따른 상생방안을 도출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2020년 11월 25일 개설 등록한 제주 프리미엄 전문점은 간담회와 중소벤처기업부 사업조정심의회 등을 거쳐 1년여 뒤인 2021년 10월 15일 문을 열었다. 

당시 지역 상인들의 피해 호소에 중기부 심의, 조정이 이뤄지면서 전문점은 △중복브랜드 입점·판매 제한 △도민 대상 매체 홍보 제한 연 4회 이내 △명절 연휴 판촉행사 제한 등 제약을 받아들여야 했다. 

이후 2년여가 지난 시점에서 연구를 진행, 전문점이 지역상권에 미치는 인과관계를 모형을 통해 검정한 결과 상호 간 매출액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주된 이유는 전문점과 지역상권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전문점과 제주시 칠성로 상권, 서귀포시 중앙동 상권의 월평균 매출액을 분석한 결과 가장 높은 매출액을 차지한 곳은 3924만원의 제주시 상권이었다. 전문점은 점포당 월평균 3416만원으로 나타났으며, 서귀포시 상권의 경우 1682만원으로 가장 낮았다.

점포당 월평균 객단가의 경우는 달랐다. 전문점이 30.1만원으로 제주시 10.2만원, 서귀포시 7.5만원보다 많게는 4배까지 높았다. 

서귀포시 안덕면 제주신화월드 내 입점한 신세계사이먼의 '제주프리미엄전문점'.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서귀포시 안덕면 제주신화월드 내 입점한 신세계사이먼의 '제주프리미엄전문점'.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고객층을 분석해본 결과 전문점은 도민 24.7%, 관광객 75.3%로 관광객이 압도하고 있었으며, 제주시와 서귀포시는 도민이 조금 더 많은 가운데 거의 비슷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또 브랜드를 ▲럭셔리 명품 ▲대중적 명품 ▲중고가 대중적 명품 ▲중저가 대중적 제품 등 순으로 구분할 때 전문점은 ‘대중적 명품’과 ‘중고가 대중적 명품’ 브랜드가 입점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상권의 경우 주로 ‘중고가 대중적 명품’과 ‘중저가 대중적 제품’으로 이뤄졌다.

‘중고가 대중적 명품’ 브랜드가 일부 겹치는 것과 관련해 고 연구위원은 “전문점과 지역상권의 브랜드가 완벽하게 겹치지는 않지만, 이미지나 가격, 유통 경로 등을 볼 때 겹친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지역상권 브랜드와 같은 브랜드가 아닐지라도 주 소비층이나 가격, 컨셉, 추구하는 가치 등이 비슷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브랜드가 비슷하더라도 각 상권의 특성이 명확해 소비자들이 해당 브랜드를 구매하기 위해 방문하기보다는 상권 특성에 따라 방문할 가능성이 높다고 풀이했다. 전문점과 지역상권을 완전한 경쟁 상권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판단이다. 

관련해 고 연구위원은 경쟁상대를 온라인쇼핑몰이나 플랫폼으로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각 상권이 서로 경쟁상대로 삼지 말고 오프라인 상권에 대한 방문 및 구매 경험을 높이도록 상생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유리하다는 제언이다.

제언처럼, 중장기적으로 제주지역 내 쇼핑수요가 늘어날 경우 전문점과 지역상권이 경쟁 관계에 놓일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상생 협력 방안은 더 절실한 상황이다. 

상생 협력 방안으로 고 연구위원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 적합하다고 분석했다. CSR은 전문점과 지역상권이 1km 이상 떨어져 소비자가 동시 방문할 수 없고 상권 확대가 어려워 상생보다 경쟁 관계일 때 적용할 수 있는 유형이다. 

지역 주민과 상권 입장에서 그는 △중복되지 않는 브랜드 선정 및 입점방안 마련 △중기부 권고 유지 △고용예정 인원 약 200명 중 80% 지역 우선 채용 △전통시장 및 소상공인 상생방안 추가 마련 △지역 화폐를 통한 지역 물품 구매액 증액 등을 협력 방안으로 제시했다.

또 브랜드 포지셔닝을 통한 상생 협력 방안으로 전문점이 럭셔리 명품 및 대중적 명품 브랜드를 핵심으로 구성해 지역 상권과의 제품 유형 중복을 피해야 한다고 했다. 명품 브랜드를 취급하는 ‘고급 유통망’으로 인식되도록 차별성을 갖춰야 한다는 제언이다.

고 연구위원은 “제품 유형을 중심으로 해당 상권을 하나의 브랜드로 인식하게 한다면 타겟 범위가 정해질 것”이라며 “전문점과 지역상권이 경쟁 상권이 아닌 각각의 고객창출 역량을 확보할 수 있는 시장환경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으로 제주지역에 추가로 생길 수 있는 대규모 점포와 관련해서는 제주의 교통망과 제주시 중심 단핵 쇼핑 인프라를 고려할 때 영향 범위를 제주도 전역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고 연구위원은 대규모 점포와 지역상권 간 갈등이 높은 경우 △정규 협의체 △갈등 조정기구 △합의방법 등을 통해 상생 협력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서귀포지역은 국내외 관광객 유입 요인이 있어 언제든 복수의 대규모 점포 진출을 예상할 수 있다”며 “대규모 점포가 제시한 상생 협력 방안 이행실태를 점검하고 기간을 늘리는 등 모범적 협업사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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