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청 내부망 익명게시판에 올라온 게시글. ⓒ제주의소리
제주도청 내부망 익명게시판에 올라온 게시글. ⓒ제주의소리

갑진년 새해를 준비하는 민선8기 제주도정이 직원들을 반강제로 차출하는 퍼포먼스를 계획하면서 논란을 자초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오는 2일 새해 업무 시작과 맞물려 제주문예회관에서 '2024년 시무식'을 갖는다. 

새해 시무식은 통상적으로 제주도청에서 진행됐지만, 올해는 2024년 비전 선포와 APEC 유치 기원 의미를 담아 분위기를 자아낼 수 있는 퍼포먼스를 구성했다는게 제주도의 설명이다.

문제는 이 퍼포먼스를 계획함에 있어 내부 직원들을 동원하면서 업무 외 지시가 반강제됐다는 점이다.

제주도는 시무식에서 최근 작곡된 '제주인드림' 노래에 맞춰 오영훈 제주도지사를 비롯한 직원들이 참여하는 '플래시몹(flash mob)' 퍼포먼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댄스팀을 중심으로 제주도 16개 실국 부서의 참여로 의미를 부여할 예정이었지만, 총무부서의 '직원 참여' 요청은 사실상 '막내 직원 차출'로 변질됐다.

실제 제주도청 내부망 익명게시판에는 퍼포먼스 동원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글이 여럿 올라왔다.

지난 27일 '시무식 플래시몹' 제목의 게시글에는 "연말이어도 정신이 없는데, 시무식 퍼포먼스 차출? 희망찬 플래시몹? 차출된 것도 속상한데 춤 연습 시키고 플래시몹? 이게 맞나? 불쌍한 막내인생"이라는 하소연을 내뱉었다.

또 다른 '시무식 퍼포먼스 도와주세요' 제목의 게시글에는 "단순히 막내라는 이유로 시무식 플레시몹을 하게 되었는데요. 정말 하기 싫은데 어떡하죠? 공직 선배님들 도와주세요"라는 보다 직관적인 도움 요청의 메시지가 담겼다.

이 게시글에는 '직장내 괴롭힘 아니냐', '과거로 돌아가는 이 기분, 조직혁신이 아니라 퇴행하고 있다'는 동조 댓글과 동시에 '직장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는게 좋을듯', '싫으면 떠나라. 아무도 잡지 않는다'고 타박하는 댓글도 올라왔다.

이 같은 논란은 모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알려지며 일파만파 번졌다. 해당 게시자는 "직원 수백명 불러모아놓고 차출당한 막내들 춤 추는거 직관할 예정"이라며 "막내들이 하기싫다 익게(익명게시판)에 하소연했지만 모조리 묵살당했다"고 호소했다.

이 게시자는 "요새는 뭐만하면 직원을 동원한다. 사무관들 주말에 해변 쓰레기 주우러 강제 집합걸고, 얼마전에는 전 직원 동원 체육대회를 주말에 열려다가 노조 반발로 무산됐다"는 하소연을 덧붙이기도 했다.

게시자의 원 게시글은 현재 삭제됐지만, 관련 내용이 타 커뮤니티를 통해 퍼져나가며 논란이 확산됐다.

이와 관련 제주도청 관계자는 "막내 직원만 차출하려는 의도가 아닌, 도지사와 부지사, 간부공무원까지 함께 참여하는 자연스런 퍼포먼스였는데, 의미가 잘못 전달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각 부서의 참여를 요청한 것은 맞지만, 강제성을 띤 것은 아니었다. 최근에는 명단이 제출되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를 삼지 않는다"며 "논란이 된만큼 직원들의 참여는 배제하고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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