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제주 우주산업의 미래] 한화우주센터 등 산업기반 구축 가시화

지난해 12월 4일 서귀포시 중문 앞바다에서 한화시스템이 자체 개발·제작한 소형 영상레이더 위성이 발사됐다. ⓒ제주의소리
지난해 12월 4일 서귀포시 중문 앞바다에서 한화시스템이 자체 개발·제작한 소형 영상레이더 위성이 발사됐다. ⓒ제주의소리

역사적으로 제주는 물론 인류에게 있어 우주는 미지의 대상이자 동경의 대상에 불과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과학이 괄목할 성장을 이루고 있는 오늘날에도 우주산업은 다소 허황된 꿈으로 치부되기도 했다.

역설적이게도 우주산업은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지닌 분야이기도 하다. 전세계 열강들이 앞다퉈 우주에 눈길을 돌렸고, 세계 10대 경제대국의 반열에 들어선 대한민국 역시 우주의 꿈을 놓지 않았다.

나로호·누리호 발사 성공의 감격이 남아있는 제주도 역시 우주경쟁의 한복판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말 제주 중문 앞바다의 바지선에서 민간위성이 성공적으로 쏘아올려지는 등 우주산업에 대한 인식도 확산되는 추세다.

민선8기 제주도정은 새해 새로운 성장과제로 '미래산업 육성'을 필두로 삼았다. 드론과 그린수소 등 교통과 에너지 분야를 중심으로 한 신산업을 제주의 경제발전 전략으로 삼겠다는 포부를 제시했다.

그중에서도 우주산업은 보다 가시적인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는 분야다. '우주산업 전진기지'를 자처한 제주도는 위성 활용 분야 소형 발사체, 지상국 서비스, 우주 체험 등을 선도하고 있다.

우주산업에 있어 후발주자로 분류되는 제주는 지리적 측면에서의 이점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대한민국 최남단에 위치해 있으며 사면이 바다인 제주가 우주산업에 뛰어든 것은 필연적인 도전이기도 했다.

한 차례의 발사 시도에 수천억원의 예산을 들여야 하는 우주산업에서 지정학적 입지는 절대적인 조건이다.

우선 기술적으로 위성을 궤도에 올리기 위한 로켓 발사체는 위도가 적도에 가까울수록 유리하다. 로켓 발사 과정에서 지구가 자전하는 원심력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우주산업을 선도하는 열강들도 대체로 자국 내에서 적도에 가장 가까운 곳에 우주기지를 두고 있다.

한화시스템 용인연구소 위성관제센터. ⓒ제주의소리
한화시스템 용인연구소 위성관제센터. ⓒ제주의소리

특히, 제주의 경우 전파 간섭과 공역 제한이 적다는 이점을 지녔다. 전국적인 공역이 촘촘하게 설정된 우리나라에서 군 작전지역이나 통제구역이 없는 제주 남쪽 바다는 뚜렷한 장점을 지녔다.

최근 기술 발달에 따라 분리된 발사체나 페어리(덮개)를 안전하게 낙하시킬 수 있는 방안이 연구되고 있어 이 또한 사면이 바다인 제주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제주도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미국의 민간기업 테슬라의 '스페이스X'를 빗대 이른바 '제주형 스페이스X'를 육성하겠다는 포부를 감추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기술 혁신이 두드러지고 있는 만큼 비용 절감과 효율성을 중시하고 있는 업계 특성상 빠른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도 뒤따른다.

당장 옛 탐라대학교 부지에 조성되는 가칭 '하원테크노캠퍼스'는 제주 우주산업의 산실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화시스템과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등의 기업이 새로운 발사체 사업을 준비중에 있다.

하원테크노캠퍼스 등을 통해 제주가 공략하고자 하는 틈새시장은 '저궤도 상용위성'이다. 정부가 운영하는 국가 위성은 고도 3만6000km의 정지 궤도에 있는 반면, 저궤도 위성은 160~2000km 정도의 낮은 고도로 지구 주위를 도는 위성이다.

무게가 채 100kg도 되지 않는 저궤도 위성은 하루 평균 12~13번 지구 주위를 공전하는 매우 빠른 속도를 지녔다. 연속적인 위성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다수의 위성을 확보해야 하다보니 시장성이 높게 평가되고 있다.

최근 한화시스템이 쏘아올린 소형 SAR 위성은 지구 궤도에서 레이더파를 쏜 후 반사되는 시간에 따라 합성하는 방식의 시스템이다. 통신 분야를 비롯해 대기환경 감지, 재해재난 대비 등 다양한 목적의 쓰임새를 지녔다.

지난해 4일 제주도 남쪽 해상에서 발사된 소형SAR위성 이미지. ⓒ제주의소리<br>
지난해 4일 제주도 남쪽 해상에서 발사된 소형SAR위성 이미지. ⓒ제주의소리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위성의 형태와 다르게 본체와 태양전지판이 일체화된 형태를 띠고 있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한 기의 발사체에 여러 기의 위성을 실을 수 있도록 설계되고 있다.

하원테크노캠퍼스 내에는 내년 상반기부터 부지 면적 3만㎡, 건물면적 1만7400㎡에 '한화우주센터'가 들어설 예정이다. 우선적으로 월 2기 이상의 위성을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공정 효율화로 월 8기 이상 위성 생산을 목표로 하게 된다.

국가 단위의 우주 개발도 보다 구체화될 전망이다. 항공우주연구원은 제주에 별도의 국가위성센터를 두고 지상관측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민간 주도로 도래한 뉴 스페이스 시대지만, 산업의 특성상 민간에만 미뤄둘 수 없는 구조이기도 하다. 우주산업 육성 의지를 다지는 정부와 지방행정 간의 연계의 필요성도 뒤따른다. 제주도는 우주 거버넌스 구축을 목표로 실행력을 담보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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