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 눈·눈·눈] (19) 백내장 수술과 인공수정체

우리 몸의 눈과 뇌는 가장 밀접한 신체 기관입니다. 눈의 건강이 바로 뇌 건강으로 직결됩니다. 눈은 뇌의 중요한 정보원이자 균형추 역할을 합니다. 우리 몸이 천 냥이면 눈은 구백 냥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의학칼럼 눈·눈·눈]은 그동안 잘 몰랐던 눈 건강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좋은 눈, 밝은 눈, 맑은 눈을 갖게 할 것입니다. / 편집자 글

출처=픽사베이
출처=픽사베이

백내장이란?

백내장(白內障)은 ‘흰 백’, ‘안 내’, ‘가로막을 장’ 말 그대로 ‘하얗게 안에서 가로막다’ 라는 뜻으로, 눈의 수정체가 탁하게 변하여 빛의 진행 경로를 가로 막아 시력에 변화를 일으키는 병적 상태를 말한다. 현대의학에서는 당연하게 생각되는 정의이지만 초기에는 수정체, 백내장에 대한 오해가 많았고 현재의 의미로 정의되기 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고대 그리스 로마인들은 눈 안은 단순하게 균일한 액체로만 채워져 있고, 수정체는 눈의 일부분으로 시력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고 믿었다. 당시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정체를 죽은 후에 눈 속의 부산물로 형성된 점액결정체(액체설)라고 보았다. 백내장이 수정체를 흐릿하게 만드는 탁한 액체가 흘러가서 발생한다고 생각하여 백내장(Cataract)이라는 용어는 폭포를 의미하는 라틴어 ‘cataracta’에서 유래되었다. 16세기 들어서야 유럽에서 최초로 인체를 체계적이고 정확하게 연구한 해부학자인 안드레아스 베살리우스(Andreas Vesalius, 1514~1564)가 안구에 있는 수정체의 존재를 확인했고 그간 잘못 인식되었던 눈의 해부학적 구조가 점차 바로 잡혔다. 

백내장 수술 방법의 발전, 인공수정체의 발견

가장 오래된 백내장 수술의 시작은 기원전 800년 전 인도에서 시행된 발와술(couching, 카우칭, 실이나 코드를 천 위에 놓고 작은 스티치로 고정시키는 자수법)로 바늘로 눈을 찔러서 백내장으로 변한 수정체를 눈 뒤쪽으로 밀어 넣는 방법이었다. 이후 1700년대에 프랑스 안과의사에 의해 낭내적출술, 낭외적출술 등 더 진보한 방법으로 수정체를 제거하는 수술 방법이 발견되었지만 여전히 수술 후 수정체를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은 없어 수술 후 실명은 면하였지만, 큰 시력 상승은 기대할 수 없었다.

현재의 백내장 수술 방법을 아주 간략히 설명하면 크게 두가지 과정으로 나눌 수 있는데, 각막에 약 2mm 정도의 미세절개창을 만들어 그 사이로 기구를 집어 넣어 수정체를 초음파로 잘게 깨부수어 흡입한 후, 수정체의 역할을 대신할 인공수정체(Intraocular lens, IOL)를 삽입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공수정체는 언제부터 눈안에 넣게 된 것일까? 1940년대에 영국의 Ridley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눈 손상을 입은 영국 왕립 공군 비행사들을 치료했는데 이중 많은 사람들이 전투기 조정석 덮개에 사용된 투명한 플라스틱 파편이 눈에 박혀 있었고 수년동안 염증 반응 없이 지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백내장 수술 중에 환자에게 수정체를 대체할 수 없어 아쉬워한다는 소식을 들은 Ridley는 세계 최초로 인공수정체를 개발하였고 1949년에 세계최초로 인공수정체 삽입술을 시행하게 되었다.

백내장 수술만 받고, 인공수정체는 눈에 안 넣으면 안될까요?

진료실에서 백내장 수술 상담 시 드물게 듣는 질문 중 하나는 ‘백내장 수술만 하고 인공수정체는 넣지 않으면 안될까요? 눈 안에 인공으로 만든 수정체를 넣는 다니, 너무 끔찍하고 두렵습니다.’ 이다. 아마도 ‘인공' 이라는 단어가 주는 거부감과 몸안에, 그것도 눈안에 무언가를 집어 넣는다고 하니 망설여질 수도 있겠다. 이 질문을 받으면 눈을 카메라에 비교하며 ‘카메라 부품이 고장나서 수리를 받을 때 고장난 부품을 제거만 하고 새 부품을 장착하지 않으면 카메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듯이, 우리 눈도 고장난 부품(백내장)을 하나 없애면 그 역할을 대신 해줄 무언가(인공수정체)를 꼭 넣어줘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수술 후 시력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라고 설명드린다. 

박용석 이지봄안과 원장
박용석 이지봄안과 원장

인공수정체의 종류

단초점 인공수정체의 경우 원거리 시야가 선명하고, 야간에 빛 번짐이 나타나지 않는 장점이 있지만 중간거리, 원거리를 보기 위해선 돋보기를 써야 한다. 연속초점 인공수정체는 원거리, 중거리에서 선명한 시야를 제공하지만 아주 가까운 근거리의 경우는 안경 착용이 필요하고, 다초점 인공수정체는 원거리부터 근거리까지 모두 선명한 시야를 제공하지만 야간운전시 일부 환자에게서 빛 번짐이 발생할 수 있다. 충분한 상담후에 본인에게 맞는 인공수정체를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 

전투기 조종사들 눈에 박힌 플라스틱 조각에 대한 영국의 Ridley 박사의 세심한 관찰이 없었더라면 현대 백내장 수술의 발전은 몇십년 뒤쳐졌을지 모른다. 혁신은 항상 작은 것과, 남과 다른 관점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같다. / 박용석 이지봄안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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