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웅의 借古述今] (360) 너무 지나치게 고르다가 눈 상한 사위 한다

차고술금(借古述今), 옛것을 빌려 지금을 말한다. 과거가 없으면 현재가 없고, 현재가 없으면 미래 또한 없지 않은가. 옛 선조들의 차고술금의 지혜를 제주어와 제주속담에서 찾는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들도 고개를 절로 끄덕일 지혜가 담겼다. 교육자 출신의 문필가 동보 김길웅 선생의 글을 통해 평범한 일상에 깃든 차고술금과 촌철살인을 제주어로 함께 느껴보시기 바란다. / 편집자 글 


* 너미 : 너무, 지나치게, 과도하게
* 골리당 : 고르다가
* 눈 까진 : 눈 상한, 눈 망가진

‘눈 까진 사위’는 최악의 실패작임을 토로하며 내뱉는 탄식이다. 그야말로 가슴을 치고 있는 것 아닌가. / 사진=픽사베이
‘눈 까진 사위’는 최악의 실패작임을 토로하며 내뱉는 탄식이다. 그야말로 가슴을 치고 있는 것 아닌가. / 사진=픽사베이

처녀가 혼기가 되면 금지옥엽으로 귀하게 키운 딸자식도 시집을 보내야 한다. 옛날에는 조혼 풍습으로 열다섯, 열여섯이면 서서히 시집 보낼 걱정을 시작했다. 춘향의 나이가 열여섯이 아닌가.

어느 부모인들 좋은 배필을 만나 혼인하기를 바라지 않으랴. 양친 생존하고 형제자매 싱싱해서 어디 갔다 대도 빠질 데 없는 집안이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거기다 부유해 토지와 많은 가축을 거느려 마을에서 몇째 안 가는 부농(富農)이면 안성맞춤, 그 이상 바랄 것이 무엇이겠는가.

그러니 대충 괜찮다고 얘기하는 혼처에서 청혼이 들어오면 허락해 혼례를 올리는 것이 상책일 게 아닌가. 한데 제 딸만 아깝게 여긴 나머지 여기저기 퇴짜를 놓다 보니, 끝장에는 온전치 못 한 사위를 만나게 된다 함이다. 

혼처 중에는 좋은 사윗감도 있었건만 소용없는 일이 되고 말았다. 이런 낭패가 없다.

딸의 혼인 문제는 섣불리 할 수는 없는 일로 인륜지대사다. 하지만 혼처에 사람을 놓아 꼼꼼히 알아보든지 용의주도하게 챙겨 웬만하면 연(緣)을 맺어 줬더라면 좋았을 것을…. ‘눈 까진 사위’는 최악의 실패작임을 토로하며 내뱉는 탄식이다. 그야말로 가슴을 치고 있는 것 아닌가. 

너무 과하지도 않고 너무 빠지지도 않은 것을 중용(中庸)이라 한다. 이도저도 다 미치되 안 미치지 않는 ‘중간’이 곧 최상(最上)임을 깨달아야 하리라. 중용지도(中庸之道) 말이다.


# 김길웅

동보(東甫) 김길웅 선생은 국어교사로서, 중등교장을 끝으로 교단을 떠날 때까지 수십년 동안 제자들을 가르쳤다. 1993년 시인, 수필가로 등단했다. 문학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도서관에 칩거하면서 수필, 시, 평론과 씨름한 일화는 그의 열정과 집념을 짐작케한다. 제주수필문학회, 제주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대한문학대상, 한국문인상 본상, 제주도문화상(예술부문)을 수상했다. 수필집 ▲마음 자리 ▲읍내 동산 집에 걸린 달락 외 7권, 시집 ▲텅 빈 부재 ▲둥글다 외 7권, 산문집 '평범한 일상 속의 특별한 아이콘-일일일'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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