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사업비 10억원 삭감, 전년 대비 예술지원금 -1%p 선방...“행사성 경비 최소화”

제주도가 2024년 문화·예술 분야 예산을 대폭 삭감하며 예술인들이 집단행동까지 나선 가운데, 마찬가지로 예산이 줄어든 제주문화예술재단(이하 문예재단)은 예술창작 지원금을 지난해 수준으로 지켜 주목을 받고 있다.

문예재단에 따르면, 올해 문예재단 총 사업비는 58억4100만원이다. 지난해 사업비(68억5200만원)와 비교하면 10억1100만원, -15%p가 줄었다. 문예재단 사업비 감소는 비단 본인들만의 사정이 아니다.

제주도는 2024년 문화·예술 분야 예산을 지난해에 비해 217억원(-16.30%p) 줄어든 1118억원으로 편성했다.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9년에 비해, 전체 예산 대비 문화·예술 분야 비율은 오히려 감소했다.(2.29%→1.55%) 결국 새해 활동을 구상한 문화예술계는 예산이 줄줄이 삭감되거나 사라지는 직격탄을 맞았다. 

제주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예산 심의 과정에서 문제를 지적했고, 보다 못한 제주 문화예술인·단체 130여명(팀)은 “2024 제주도 문화예술 공공예산 정상화를 촉구한다”는 초유의 집단 성명서를 지난해 11월 30일 발표하기에 이른다.

10억원 넘게 사업비가 줄어들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문예재단은, ‘예술지원금 최대·우선 확보’라는 대원칙을 세우고 조정에 나섰다. 나머지가 후순위로 밀리더라도, 예술인 창작을 위한 지원만큼은 최우선으로 지키겠다는 취지다.

이런 기준으로 조정한 결과, 올해 문예재단 예술창작 지원 분야 지원금은 36억4100만원이 배정됐다. 지난해 36억8000만원과 비교하면 3900만원, 단 -1%p만 감소한 수준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지역문화예술특성화지원은 지난해와 동일하게 27억5800만원으로 유지했고, 청년예술활동지원은 기획사업을 대폭 삭감하면서 오히려 1600만원(+9%p) 늘어난 2억300만원을 책정했다.

다만, 애초 적어진 자원에서 배분하다보니 ▲예술교육(-24%p) ▲생활문화(-55%p) ▲예술인복지(-9%p) 등 다른 분야 지원금은 삭감을 피할 수 없었다.

문예재단은 “행사성 경비를 최소화하고 여러 비용들을 최대한 절감하면서 예술인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했다. 올해도 도민 문화 창작·향유 기회를 차질없이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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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문예재단은 2024년 지원사업 제도를 개선하고자 설문조사(747명 참여), 라운드테이블(15회·76명 참여), 전문가 심층면접(2회) 등을 진행했다. 그 결과 15개 과제를 추려 순차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개선된 지원사업 제도는 올해 바로 도입하는 단기 과제와 중·장기로 나뉜다.

2024년 단기 과제는 ▲제주문화예술재단 지원사업 통합안내 ▲조기 공모 ▲창작자의 창작비(본인 사례비) 책정 또는 창작활동비 지급 ▲심의위원의 공정성 및 사회적 책무 강화 ▲지원신청자격 완화 및 행정절차 간소화 ▲지원사업 신청요건 명확화 ▲지원유형 정교화를 통한 지원 사각지대 ▲예술활동 홍보지원 강화 등이다.

중기 과제는 ▲모니터링 전수 ▲심의위원 풀 확대 및 전문성 제고 ▲지원금 내 돌봄비용 지원 ▲집중(다년) 지원사업 확대 ▲지원선정 총액·총량제 도입 ▲대표공연 레파토리 창·제작지원 등이다. 장기 과제는 소액 창작지원금 무정산이다.

단기 과제가 적용되면서 2024년도 지원사업 공모는 지난해 보다 한 달 앞당긴 2023년 12월에 나왔다. 본인 사례비(창작활동비)도 지원금의 최대 10%(100만원 이내)까지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변화에 제주 예술인들은 긍정적인 반응이다.

제주 문학인 A씨는 “본인 사례비를 통해 기획 업무에 대한 비용을 어느 정도 인정받을 수 있어 좋았다. 지원 사업 신청 과정도 올해 더 간편해졌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제주 공연예술인 B씨는 “사례비를 포함해 개선 사례를 보면 늘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이라 반가우면서도, 당연한 것들이기도 하다. 앞으로 더 빠르게 개선되길 기대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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