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청 1청사 ‘사월걸상아트월-하영올레안내판’에 누군가 낙서
지난 19일 최초 발견 당시 구두약 흔적…새벽 시간대 범행 저질러

제주 서귀포시청 1청사 동편 공개공지에 조성된 ‘사월걸상아트월’에 칠해진 낙서 모습. 현재 흰 천으로 가려져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 서귀포시청 1청사 동편 공개공지에 조성된 ‘사월걸상아트월’에 칠해진 낙서 모습. 현재 흰 천으로 가려져 있다. ⓒ제주의소리

서울 경복궁과 국회의사당 지하철역, 울산 기암괴석 등 전국 곳곳에서 낙서 테러가 벌어져 떠들썩한 가운데 제주에서도 낙서가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국가폭력 아래 시민들이 영문도 모른 채 희생당한 제주의 사월과 광주의 오월을 기억하자는 뜻깊은 의미가 담긴 서귀포시청 내 조형물에 누군가 낙서 테러를 저지르면서다. 

서귀포시에 따르면 지난 19일 서귀포시청 1청사 동편 공개공지에 조성된 ‘사월걸상아트월’과 ‘하영올레안내판’에는 커다란 ‘X’자 낙서가 여러 군데 칠해졌다. 

인근 CCTV를 확인한 결과, 범행은 당일 새벽 1시부터 2시 사이쯤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으며, 이날 오전 시청 직원이 발견한 당시 현장에는 구두약 통이 남아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상황을 인지한 서귀포시는 곧바로 서귀포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한 뒤 낙서가 칠해진 벽면을 흰 천으로 가리는 등 조치했다. 검은색 ‘X’자 낙서는 여러 군데 있었다.

취재기자가 현장을 확인한 결과 ‘제주의 사월과 광주의 오월, 기억하고 함께하다’라는 글귀가 새겨진 벽면에는 누군가 일부러 칠한 듯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맞은편 기둥에 부착된 하영올레안내판에도 낙서가 칠해져 있었다.

낙서 테러가 이뤄진 공간은 제주4.3으로 희생된 영령을 상징하는 동백꽃과 민주, 인권, 평화의 상징인 오월어머니를 형상화한 걸상이 설치된 ‘평화의 햇살이 머무는 뜨락’이다.

제주 서귀포시청 1청사 동편 공개공지에 조성된 ‘사월걸상아트월’과 사진 앞쪽 ‘하영올레안내판’에&nbsp;낙서가 칠해져 현재 흰 천으로 가려져 있다. ⓒ제주의소리<br>
제주 서귀포시청 1청사 동편 공개공지에 조성된 ‘사월걸상아트월’과 사진 앞쪽 ‘하영올레안내판’에 낙서가 칠해져 현재 흰 천으로 가려져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 서귀포시청 1청사 동편 공개공지에 조성된 ‘사월걸상아트월’에 낙서가 칠해지기 전 모습. 사진=인권연대.<br>
제주 서귀포시청 1청사 동편 공개공지에 조성된 ‘사월걸상아트월’에 낙서가 칠해지기 전 모습. 사진=인권연대.

지난해 5월 17일 제주4.3희생자유족회 서귀포시지부와 서귀포오월걸상위원회는 서귀포시 안내센터와 무인민원발급창구가 있는 공개공지에 조형물을 설치하고 제막식을 열었다. 

낙서가 칠해진 ‘사월걸상아트월’에는 제주4.3의 상징인 동백꽃과 광주5.18을 상징하는 촛불행진의 여인이 도자기로 제작돼 부착돼 있다. 그 앞으로는 4.3과 5.18을 기억하고 함께 한다는 연대의 의미가 담긴 현무암 의자 ‘사월걸상’과 ‘오월걸상’이 설치됐다. 

오월걸상은 5.18광주민주항쟁의 정신을 전국화, 현재화하자는 취지가 담긴 실용적인 조형물로 시민들이 일상 곳곳에서 역사를 기억하자는 의미가 녹아났다. 사월걸상 역시 연대의 의미로 함께 조성됐다. 

서귀포시는 경찰 조사가 끝나는 대로 임시 조치한 흰 천을 걷어내고 페인트를 새로 칠하고 안내판을 교체하는 등 시설물을 복구할 예정이다. 경찰은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한편, 오월걸상은 2017년 김희중 전 천주교 광주대교구 교구장과 홍세화 선생을 위원장으로 시민들이 참여한 ‘오월걸상건립추진위원회’가 진행하는 프로젝트다. 서귀포시 설치에 앞서 부산 서면 쌈지공원, 목포역 광장, 명동성당 앞, 경기도청 시민쉼터, 마석 모란공원 등에 조성됐다. 

지난해 5월 17일 제막식 당시 모습. 사진=서귀포시.
지난해 5월 17일 제막식 당시 모습. 사진=서귀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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