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시선] 애월-신창 30여km 직접 확인해보니 심각…다각적 대책 강구해야

‘소리시선’(視線) 코너는 말 그대로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입장과 지향점을 녹여낸 칼럼란입니다. 논설위원들이 집필하는 ‘사설(社說)’ 성격의 칼럼으로 매주 수요일 정기적으로 독자들을 찾아 갑니다. 주요 현안에 따라 수요일 외에도 비정기 게재될 수 있습니다. / 편집자 글

 

북서계절풍이 매서운 계절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제주섬 북쪽 해안은 해양쓰레기로 고통을 겪는다. 특히 올해는 제주시 해안의 해양쓰레기가 넘쳐나고 있어서 보는 이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해양쓰레기는 보기에도 안 좋지만 제 때 수거하지 않으면 미세 플라스틱으로 잘게 부서져서 결국 해양생물뿐만 아니라 인간에게도 치명적인 피해를 입힌다. 이참에 밀려드는 해양쓰레기를 어떻게 수거하고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 근본 대책을 고민해봐야 한다.

해양쓰레기는 지구적 차원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북태평양에는 제 7대륙이라 할 정도로  거대한 쓰레기 섬이 있다. 1997년 무어(C. Moore)가 엘에이에서 하와이까지 요트를 타고 가다가 처음 발견한 것으로, 거대한 태평양 쓰레기 지대를 뜻하는 ‘GPGP’이다. 이 쓰레기 섬의 면적은 160만㎢로 우리나라의 16배이고, 무게는 무려 8만 톤에 이른다. 그 쓰레기들의 발원지는 일본 34%, 중국 32%, 남북한 10%, 미국 7%, 대만 6%라 한다.

제주 해양쓰레기를 종류별로 보면 스티로폼과 플라스틱으로 된 부표들, 플라스틱 상자와 통발, 밧줄과 폐그물, 페트병과 폐비닐, 각종 낚시쓰레기, 심지어 드럼통도 있다. 이들 가운데 제주도에서 생긴 쓰레기도 적지 않지만 상당 부분은 서남해안과 중국의 양식장에서 나온 어구들이거나 어선에서 버린 어업폐기물들이다. 따라서 해양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려면 제주도 차원의 대책뿐만 아니라 중앙정부 차원의 대책과 외교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1월 중순 제주 서북쪽 해안에서 발견한 해양 쓰레기들. / 사진=윤용택
1월 중순 제주 서북쪽 해안에서 발견한 해양 쓰레기들. / 사진=윤용택
1월 중순 제주 서북쪽 해안에서 발견한 해양 쓰레기들. / 사진=윤용택
1월 중순 제주 서북쪽 해안에서 발견한 해양 쓰레기들. / 사진=윤용택

해양수산부와 해양환경공단에서는 2008년부터 우리나라 해안의 해양쓰레기에 대한 전국적, 정기적, 장기적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국가 해안쓰레기 모니터링을 해오고 있다. 2020년까지는 40곳, 2021년부터는 20곳을 추가하여 전국 60곳을 2개월에 한 번씩 홀수달에 모니터링하고 있어서 지역별 계절별 추세도 가늠할 수 있다. 해양쓰레기의 원인, 재질, 국가 등을 개수별, 무게별로 기록함으로써 그 실태를 파악하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제주섬은 산남과 산북, 동부와 서부가 계절별로 풍향과 풍속이 달라서 해양쓰레기의 양이 지역별, 계절별로 편차가 크다. 그런데 국가 해안쓰레기 모니터링 대상에는 김녕, 사계, 위미 해안만 포함되어 있다. 앞으로 제주 해양쓰레기에 대한 적절한 대책을 세우려면 애월이나 한림 해안도 꾸준히 모니터링 해야 한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어렵다면, 제주특별자치도 차원에서 제주 서북쪽 해안의 해양쓰레기 실태를 장기적으로 모니터링 하여 자료들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2015년 9월부터 바다환경지킴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해양관광과 해양산업 발전의 장애가 되는 해양쓰레기를 상시 수거하는 전문 인력을 배치하는 것이다. 지난 2023년에는 3월에서 10월까지 240명이 바다환경지킴이 활동을 하였다. 그리고 겨울철인 11월부터 2월까지는 일시근로자들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그러나 제주섬의 기후환경을 고려한다면 바다환경지킴이 운영 시기나 방법을 조정해야 한다.

1월 중순 제주 서북쪽 해안에서 발견한 해양 쓰레기들. / 사진=윤용택
1월 중순 제주 서북쪽 해안에서 발견한 해양 쓰레기들. / 사진=윤용택
1월 중순 제주 서북쪽 해안에서 발견한 해양 쓰레기들. / 사진=윤용택
1월 중순 제주 서북쪽 해안에서 발견한 해양 쓰레기들. / 사진=윤용택
수거된 해양 쓰레기들. / 사진=윤용택
수거된 해양 쓰레기들. / 사진=윤용택

제주사람이면 누구나 알고 있듯이, 산북(제주시) 해안은 북서풍이 부는 겨울에, 산남(서귀포시) 해안에는 태풍이 불어오는 여름에 쓰레기들이 밀려든다. 이는 2021년 국가 해안쓰레기 모니터링 보고서에서도 확인된다. 1년치 해양쓰레기 무게를 모니터링 한 결과 제주시 김녕해안에는 60%가 1월에, 서귀포시 사계해안에서는 80%가 7월에 수거되고 있다.

그만큼 산남과 산북의 해양쓰레기가 밀려드는 시기가 다르다. 실제로 이달 중순 애월에서 신창까지 제주섬 서북쪽 해안 30여km를 걸은 바 있다. 그 과정에서 목격한 해양쓰레기들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했다.

바다환경지킴이 제도는 3월부터 10월까지만 운영되고 있어서, 정작 산북(제주시)해안에 해양쓰레기가 밀려드는 겨울철에는 손을 놓고 있다. 이 시기에 일시근로자를 투입하고 있지만 매일 밀려드는 쓰레기의 양을 고려한다면 새 발의 피인 셈이다. 따라서 현재처럼 바다환경지킴이 제도를 8개월만 운영하더라도 산북(제주시)과 산남(서귀포시)의 해양쓰레기가 집중되는 시기에 맞출 필요가 있다. 이를 테면 바다환경지킴이 활동시기를 산북 쪽인 제주시는 10월부터 다음해 5월까지, 산남 쪽인 서귀포시는 4월부터 11월까지 운영하는 것도 한 방편일 것이다.

제주 해양쓰레기는 그 종류나 분량으로 볼 때, 제주섬에서 기인한 것도 있지만, 상당 부분은 육지 서남해안이나 중국에서 떠밀려온 것들이어서 제주도가 모두 수거할 수가 없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주 해양쓰레기와 관련된 상세한 자료를 제시하면서 다른 지방자치단체, 중앙정부, 유엔 등에 수거와 처리 대책을 촉구하고 비용도 청구해야 한다. 그러려면 제주특별자치도는 환경단체의 모니터링과 더불어 첨단 정보기술 등을 활용한 해양쓰레기 추적 등을 통해 구체적 자료들을 지속적으로 확보해나가야 한다. / 윤용택 제주대 철학과 교수

1월 중순 제주 서북쪽 해안에서 발견한 해양 쓰레기들. / 사진=윤용택
1월 중순 제주 서북쪽 해안에서 발견한 해양 쓰레기들. / 사진=윤용택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