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 개정과 제주지역 농축수산물/ 류재식 도민감사관

우리나라에 청탁금지법이 도입 시행된 이후로 대한민국 사회에는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2016년 9월에 도입된 청탁금지법은 공직자들이 직무관련자들로부터 부정한 청탁이나 금품 등을 수수하는 경우, 법률에 의거하여 처벌하도록 함으로써 공직사회에 청렴성을 강조하고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부정한 청탁 및 금품 제공 등에 대해서 각별한 경각심을 불러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 법이 공직자들에게 과도한 제한을 가함에 따라서 전반적인 경제활동 위축을 불러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이들도 있다. 사실 청탁금지법에서는 공직자 등은 직무와 관련하여 선물을 비롯한 일체의 금품 등을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원활한 직무수행과 사교·의례’ 등과 같은 정당한 목적 범위 내에서 제공되는 선물에 한해 예외적으로 5만원 한도 내에서 제공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직자등에 대한 선물 자체를 부정한 것으로 보아서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공공기관 등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오늘은 설 명절을 앞두고 공직자등에 대한 일체의 선물 자체를 부정한 것으로 보고 있는 우리 사회의 잘못된 인식 개선을 위하여, 지난 해 8월에 개정된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 내용을 자세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지난 해 8월에 새롭게 바뀐 ‘청탁금지법 시행령’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선, 농수산물·농수산가공품 선물 가액이 상향 조정되었다. 종전에는 공직자 등이 예외적으로 받을 수 있는 농수산물·농수산가공품 선물 가액이 10만원(설날·추석 20만원)이었으나, 법률 개정에 따라서 15만원(설날·추석 30만원)으로 선물 가액이 올라갔다. 설날·추석 선물 기간은 설날·추석 후 5일까지다. 즉, 올해 설 명절의 경우 상향된 금액이 적용되는 기간은 2024년 1월 17일부터 2월 15일까지 30일간이다. 만약 그 기간 중에 우편 등으로 발송해 그 기간 후 수수한 경우에는 그 수수한 날까지 적용된다(청탁금지법 시행령 제17조 제2항). 

그리고 선물의 범위가 확대되었다. 종전 선물은 물품만 허용되었지만, 법률 개정으로 물품 외에도 유가증권 중 물품 및 용역상품권에 한해 선물로 허용되며, 바로 현금화가 가능해 금전과 유사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백화점상품권 등 금액상품권은 선물에 포함되지 않는다. 

청탁금지법 개정은 기후 변화에 따라 연례행사가 되다시피 한 극심한 폭우, 태풍 등의 자연재해와 경기후퇴, 물가 상승 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제주지역 농·어민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에 따른 수산물 소비 위축이 대표적이다. 

제주지역은 공직자들에 의한 소비활동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여파가 결코 적지 않은 곳이다. 그런데 청탁금지법에서 정한 금품 수수 금지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 따라서 고마움과 감사의 마음을 전해야 하는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날마저도 주변 사람들에게 작은 선물을 주고받는 아름다운 미풍양속이 위축되는 것은 결코 이 법에서 원하는 바가 아니라 할 것이다. 

선물을 받는 사람이 공직자가 아니라면 누구도 청탁금지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즉, 공직자가 일반인에게, 그리고 일반인이 일반인에게 하는 선물은 어떠한 제한도 없다. 그리고 공직자인 친척에게 명절 선물을 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직무와 관련이 없으면 100만원까지 선물할 수 있다. 그리고 8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 배우자에게는 금액 제한 없이 가능하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공공기관 내 동료들 사이에서 주고 받는 선물의 경우에는 특별히 직무와 관련이 없는 동료관계 등이라면 100만원까지 선물을 주고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주의할 것은 설 명절을 맞아 감사의 의미로 업무 담당 공직자에게 선물하는 경우다. 공직자의 직무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으며, 예를 든다면 인가 또는 허가 신청 민원인, 입찰 참여 등 유관기관, 공직자의 인사·평가·감사 대상자인 경우에는 일체의 선물을 줄 수 없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직무관련 공직자 간에 명절 선물을 하는 경우, ‘원활한 직무수행, 사교·의례의 목적’의 선물은 5만원까지 가능하고, 설 명절 선물 기간 중에는 농수산물·농수산가공품과 농수산물·농수산가공품 상품권은 30만원(이 기간 외에는 15만원)까지 가능하다. 

이번 설 명절에는 가까운 지인들에게 감사와 고마움의 마음을 가득 담은 제주지역 농수축산물 등을 이웃들끼리 선물하는 따듯한 인정이 넘쳐났으면 좋겠다. 나의 작은 소비활동이 제주지역 경제 활성화에 큰 보탬이 된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돌아오는 설 명절에는, 비록 팍팍한 우리네 삶일지라도 넉넉한 인심이 넘쳐나는 제주지역사회가 되길 기대해본다. / 류재식 제주특별자치도 감사위원회 도민감사관, 청렴교육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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