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웅의 借古述今] (362) 요망스러운 말에 별난 길마 지운다

차고술금(借古述今), 옛것을 빌려 지금을 말한다. 과거가 없으면 현재가 없고, 현재가 없으면 미래 또한 없지 않은가. 옛 선조들의 차고술금의 지혜를 제주어와 제주속담에서 찾는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들도 고개를 절로 끄덕일 지혜가 담겼다. 교육자 출신의 문필가 동보 김길웅 선생의 글을 통해 평범한 일상에 깃든 차고술금과 촌철살인을 제주어로 함께 느껴보시기 바란다. / 편집자 글 


* 간지난 : 요망난, 요망스러운
* 초난 : 유별난, 별스러운, 힘든
* 질메 : 길마(소나 말의 등에 얹어 놓아 짐을 운반할 때 쓰는 기구. 지르마라고도 하며, 주로 소나무로 만든다.)

말이나 소라고 고분고분 순종하지 않는다. 짐승도 성질머리가 제각각이라 별놈들이 다 있는 법이라. / 사진=픽사베이
말이나 소라고 고분고분 순종하지 않는다. 짐승도 성질머리가 제각각이라 별놈들이 다 있는 법이라. / 사진=픽사베이

말이나 소라고 고분고분 순종하지 않는다. 짐승도 성질머리가 제각각이라 별놈들이 다 있는 법이라. 특별히 요망 떨거나 해서 삐딱한 놈은 응분의 벌을 주어야 한다. 마소의 목과 등 사이에 얹는 길마는 그 위에 짐을 실을 때 짊어지우기 좋게 하는 것으로 꽤 무겁다.

어릴 때부터 짐을 지지 않으려고 잔뜩 꾀를 부리는 녀석에게는 그에 따라 엄중한 벌을 내린다. 보통 길마보다 더 무거운 것을 얹어 놓는 것이다. 위에다 양옆으로 층층이 짐을 짊어져야 하니 여간 무겁지 않다.

어릴 때부터 나쁜 성깔을 가진 녀석을 그냥 놔뒀다가는 일을 부리기 힘들다. 짐을 실으려고 길마를 지우려 하면 곁눈질을 하면서 몸을 버둥대기 일쑤다. 너 한 번 혼 나 봐라 하고, 묵직하고 거친 길마를 얹어 못된 버릇을 고친다. 이를테면 말을 잘 듣도록 순치(馴致)하는 것이다.

사람도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지 않고 간교한 술수나 부리기 일삼을 때는 그런 성향이 습관이 되지 않게 그에 적절한 조처를 취해야 공동생활에 임하는 올바른 자세와 태도를 갖게 할 수 있다 함이다. 그냥 놔두면 사람으로서 온당한 구실을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잘못된 것은 바로 바로잡아야지 그대로 두었다가는 점점 고치기 힘들다는 것으로, 조상들이 아이들을 교육 시키던 엄연한 원칙과 그 현장을 대하게 된다.

바늘도둑 소도둑 된다 했지 않은가. 

말 안 듣는 짐승에게는 무겁고 힘든 길마를 지워 응분의 벌을 준다는 것. 사람이라고 예외가 아니라는 얘기다. 기막힌 빗댐이 아닌가. 


# 김길웅

동보(東甫) 김길웅 선생은 국어교사로서, 중등교장을 끝으로 교단을 떠날 때까지 수십년 동안 제자들을 가르쳤다. 1993년 시인, 수필가로 등단했다. 문학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도서관에 칩거하면서 수필, 시, 평론과 씨름한 일화는 그의 열정과 집념을 짐작케한다. 제주수필문학회, 제주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대한문학대상, 한국문인상 본상, 제주도문화상(예술부문)을 수상했다. 수필집 ▲마음 자리 ▲읍내 동산 집에 걸린 달락 외 7권, 시집 ▲텅 빈 부재 ▲둥글다 외 7권, 산문집 '평범한 일상 속의 특별한 아이콘-일일일'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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