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일 세계습지의 날에 즈음하여

사진=오은주. ⓒ제주의소리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삼달리 습지. 사진=성산읍습지조사팀. ⓒ제주의소리

제주도 자연환경의 보전가치가 뛰어난 이유 중 하나가 생물다양성이 풍부하다는 점이다. 그중에 특히 주목해야 할 곳이 습지이다. 

제주의 습지는 지역에 살고 있는 수많은 생물들이 안정적인 조건에서 서식환경을 유지할 수 있는 장소이다. 중산간 지역에 분포하는 자연습지와 거주 지역 내 마을습지, 그리고 해안의 연안습지까지 더해져 제주 섬의 습지 생태계 축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1970년부터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되면서 제주의 습지들은 훼손의 위협을 받기 시작했다. 지하수가 개발되고 상수도가 들어오면서 도민들에게 습지의 이용가치가 떨어진 점도 이유이기도 하다.

제주도에서는 그동안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습지들이 많다. 여러 군데 습지가 저류지로 변화되어 버렸고, 육화되어서 습지의 기능을 상실하고 개발로 인해 건물이 들어서거나 도로로 편입된 경우도 있다.

제 고향 마을에도 27개 정도 습지가 있었는데 20개 가까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그리고 전국 초지면적의 40%가 넘는 초지를 갖고 있는 제주에는 초원 위 습지도 상당히 많이 있다. 특히 마을공동목장 안에는 마소들이 먹는 자연 습지들이 많았으나 마을공동목장들이 매각되거나 개발되면서 점차 사라지고 있다.

2월 2일 세계습지의 날이기도 해서 2023년 성산읍 습지 기록의 의미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수많은 새들이 살고 있고, 멸종위기식물과 취약식물이 살고 있고, 수많은 생물들이 살고 있는 ‘성산읍 습지’를 기록해보자라는 생각에 닿았다.

부족하지만 열심히 사진으로 기록하고 습지식물 공부도 열심히 했다. 언제 꽃이 피고 지는지, 언제 새들이 오는지, 기록했다.

기록은 ‘네이처링’ 앱을 이용하였다. 누구나 볼 수 있는 기록이다

제주 성산지역 습지(제주제2공항 예정지 부근) 2024년 1월 30일 현재 네이처링(NATURING, 생물다양성탐사, 시민과학프로젝트, 관찰일지, 생태지도등, 관찰생물종 207, 관찰기록 970) 기록으로 알아낸 것을 정리해 보면 첫째, 습지조사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2024년에 행정에서 습지조사 용역을 한다고 알고 있는데 누락없이 잘 조사되기를 바라본다.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수산한못. 사진=오은주. ⓒ제주의소리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수산한못. 사진=오은주. ⓒ제주의소리

둘째, 습지로서의 가치가 있는 새로운 습지들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산간지역(수산리, 난산리, 삼달리 등)에서 조사 다니다 보며 발견한 것이다.

셋째, 조류들의 먹이 활동과 쉼터(장다리물떼새, 솔개, 붉은머리오목눈이, 중대백로, 방울새, 흰빰검둥오리, 섬휘파람새, 왜가리, 쇠오리, 저어새, 물수리. 쇠물닭, 직박구리 등)라는 것이다.

넷째, 환경부와 산림청 지정 위기 식물들이 제대로 기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위기식물의 서식지가 여러 곳의 습지에서 확인되었다는 것이다. 

- 환경부지정 멸종위기식물 2급 자생지(순채, 전주물꼬리풀)
- 산림청지정 위기식물(솜아마존, 둥근잎택사, 물까치수염)
- 준 위협식물(물꼬리풀, 물고랭이)

다섯째, 조류들이 수산과 난산리 습지를 생활권으로 옮겨 다니며 서식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직선거리로 500m 이내이다.      

2023년 일년 동안 기록하며 기록하는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자발적인 시민들이 발걸음이 모이면 어떤 연구자, 학자들보다 훌륭한 기록이 보인다는 결과를 눈으로 확인하였다. 이유는 많은 시간과 노력, 자발적인 애정의 힘이 아닐까 한다.

자발적인 시민들은 서로 격려하며 함께 한다는 것이다. 각자 잘하는 분야를 격려하고 또 응원한다. 그리고 알아가다 보면 애정이 생기고 지키고 싶은 것이다. 이런 부분은 주위로 선한 영향력을 준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조사했던 성산읍 지역은 제주 제2공항 예정부지로 9년째 개발 광풍에 휩싸여 있다. 여전히 진행 중이다. 마을에선 반대를 외치며 싸우고 있다.

지키려는 마을에 우리의 기록이 조그마한 힘이라도 되기를 희망한다. 시민들이 함께하고 있다는 목소리와 우리가 기록한 수많은 생물들이 힘을 주고 있다는 희망이다.

우리의 서식지를 파괴하지 말라고!!

새들이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습지식물과 수서곤충들은 서로 의지하며 피고지는 이 생태계를 파괴하지 말라고!!

시민들의 힘을 믿는다. 시민들이 나서 보자. 가까이에 있는 한 주제를 가지고 계속 기록해 보자. 그 주제가 습지였으면 더 좋겠다. / 성산읍 내륙습지조사팀 오은주

사진=오은주. ⓒ제주의소리
성산읍 내륙습지조사팀 오은주. 사진=오은주.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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