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일본 군마현을 찾아 야마모토 이치타 군마현지사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오영훈 제주도지사.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지난달 26일 일본 군마현을 찾아 야마모토 이치타 군마현지사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오영훈 제주도지사.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일본 군마현이 일제강점기 조선인 노동자 추도비를 철거한데 대해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1일 "우리를 기만한 측면이 있다"고 강한 유감을 표했다.

오 지사는 1일 오전 제주도청 출입기자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군마현과의 실무교류 협력이 강화될 것이냐, 유보할 것이냐, 판단의 몫은 저한테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는 일본 군마현 당국이 최근 조선인 노동자 추도비의 설치 허가 갱신을 거부하고, 지난달 29일부터 철거 작업에 돌입한데 따른 입장이다.

오 지사는 추도비 철거 직전인 지난달 26일 일본 군마현을 방문해 야마모토 이치타 군마현지사와 관광 분야의 상호 발전을 모색하는 실무교류 협약을 체결했다. 관광과 청소년 등 상호 발전이 기대되는 분야의 실무적인 교류를 시작하고, 민간 부문의 협력을 장려한다는 목적이었다.

특히 이 자리에서 오 지사는 "강제 동원 조선인 추모비 철거 문제에 대해 대한민국에서 관심이 높다"며 "한일 양국의 관계가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정무적으로 고려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시민단체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한일관계가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던 야마모토 현지사는 불과 사흘 후에 추도비 철거를 시작했다.

이를 두고 오 지사는 "군마현이 우리를 기만한 측면이 있다"면서 실무교류 협의 여부까지 고민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오 지사는 "제가 기분이 좋을리는 없지 않겠나"라며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제주도 관계자는 "지난해 8월 군마현에서 제주를 먼저 찾아왔고, 이번엔 지사의 일본도민회 신년인사회 참석 일정 중 군마현을 방문했던 것"이라며 "사전에 조율된 일정을 소화했던 것으로, 갑작스런 추도비 철거 이슈에 당황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조선인 노동자 추도비는 일제강점기 당시 약 6천여명의 조선인이 군마현 광산과 군수공장에서 노역에 시달렸던 것을 추도하기 위해 2004년 현립공원인 군마의숲에 설치됐다. 추도비에는 '조선인에게 큰 손해와 고통을 준 역사적 사실을 깊이 반성, 다시는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표명한다'는 문구가 담겨있다.

그러나, 일본 극우단체들은 2012년 추도제 행사 참가자가 '강제연행'을 언급했다는 점을 문제 삼으며 철거를 요구했고, 2014년 군마현 당국이 설치허가 갱신을 거부한데 이어 일본 최고재판소는 2022년 지자체 처분이 적법하다는 판결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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