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 3개는 경
무궁화 3개는 경찰 계급 중 경정을 의미한다.

제주에 ‘경정’ 지구대장 시대가 열렸다. 

지난 6일 제주경찰청의 2024년 상반기 경정·경감급 인사에 따라 제주도내 지구대 7곳에 경정(승진자 포함)이 배치됐다. 모두 지구대장 직책이다. 

지구대 별로 △중앙지구대장 양척영 △남문지구대장 엄동윤 △오라지구대장 조석완 △삼양지구대장 김학수 △연동지구대장 김용학 △노형지구대장 김상훈 △중동지구대장 이호철 경정 등이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도내 지구대장 7명 모두 경감이 맡았으나,  제주시 연동지구대와 노형지구대, 서귀포시 중동지구대 등 규모가 큰 지구대를 중심으로 경정이 지구대장 자리에 앉게 됐다.

경정은 제주경찰청에서 각 계장, 동부·서부·서귀포경찰서 각 과장을 맡아 간부로 분류된다.

경찰은 순경, 경장, 경사, 경위, 경감, 경정, 총경, 경무관, 치안감, 치안정감, 치안총감까지 총 11개 계급으로 나뉜다. 치안총감은 우리나라에 단 한 명뿐인 경찰청장이고, 제주경찰청 청장의 계급은 치안감이다.

1~9급까지 나뉘는 행정 공무원과 달리 경찰은 11개 계급으로 나뉘면서 서로 이해관계가 충돌하기도 한다. 

유관기관 회의에서 서기관(4급) 행정공무원과 ‘경찰의 꽃’ 총경을 같은 직급으로 해석될 때 경찰 조직에서는 많은 섭섭함을 토로한다. 

계급이 11단계로 나뉘면서 제주에 단 18명뿐인 총경이 서기관급으로 분류되지만, 실제로는 부이사관(3급)급이라는 취지다. 

경찰 조직 내에서 총경 바로 밑 계급인 경정을 행정공무원의 서기관급으로 생각하기에 ‘경정 지구대장 시대’를 ‘서기관 읍·면·동장 시대’처럼 해석하고 있다.  

경정 지구대장 시대가 열렸다는 의미는 곧 경정 계급의 경찰이 예전에 비해 늘었다는 얘기다. 

20~30년 전에 경찰이 모인 운동장에 돌을 던지면 ‘경장’이나 ‘경사’가 맞았다면 현재는 ‘경위’가 맡는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만큼 갈수록 경찰의 평균 계급이 높아지는 편이다. 

특진이 아니면 승진이 어려웠던 옛 경찰 승진 문화가 바뀌면서 현재는 일정 기간 연차를 채우면 경위까지는 자연스레 승진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전국적으로 2009년부터 70명 이상 근무하는 규모가 큰 지구대장을 경정이 맡으면서 수도권 등 지역은 이미 경정 지구대장 시대가 열린 상황이고, 제주에서는 최근까지도 연동·노형·중동지구대 3곳만 경정이 배치됐다. 나머지 지구대와 파출소 19곳은 경정 밑 계급인 경감이 조직을 이끌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총경 승진 경쟁 구도가 매우 치열해진 것도 경정 계급이 늘어난 여파로, 인사적체가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윤희근 경찰청장은 자구책으로 “2024년부터 경정 특진제도 확대와 3급지까지 모든 경찰서 과장과 40명 이상 규모의 지구대장을 경정으로 정하겠다”는 방침을 내놓기도 했다.

여러 상황이 겹치면서 2024년 제주에 경정 지구대장 시대가 활짝 열렸다. 대외적으로는 늘어난 치안 수요에 따른 지휘·통솔 체계 강화를 목표로 한다. 

시간이 흐르면 파출소장도 경정으로 모두 바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익명의 경찰은 “타 시도에서는 경정이 파출소장을 맡는 경우가 있다”며 “인사 적체로 인해 앞으로는 제주에서도 파출소장에 경정이 배치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