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웅의 借古述今] (364) 남의 가슴에 못 박으면 단잠 못 잔다

차고술금(借古述今), 옛것을 빌려 지금을 말한다. 과거가 없으면 현재가 없고, 현재가 없으면 미래 또한 없지 않은가. 옛 선조들의 차고술금의 지혜를 제주어와 제주속담에서 찾는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들도 고개를 절로 끄덕일 지혜가 담겼다. 교육자 출신의 문필가 동보 김길웅 선생의 글을 통해 평범한 일상에 깃든 차고술금과 촌철살인을 제주어로 함께 느껴보시기 바란다. / 편집자 글 


* 놈의 : 남의, 타인의
* 박으민 : 박으면  
* 돈좀 : 단잠, 숙면(熟眠)

사람은 본디 착한 심성을 지닌다(성선설). 아무리 악한 사람도 남을 괴롭히거나 어렵게 또는 억울하게 해서는 마음이 편치 않다. 겉으로 태연한 척해도 속은 그렇지 않다. 바탕에 사람다운 성품, 곧 인성(人性)을 타고 났기 때문이다.

동가야 어쨌든 끔찍한 죄를 저질렀거나 행패를 부려 남을 힘들게 했으면, 죄책감에 사로잡혀 고민하게 마련이다. 물론 그것도 사람 나름, 큰 죄를 지어놓고도 눈 하나 꼼짝하지 않는 악독한 사람도 없지 않으나, 그나마 눈곱 만치라도 자신의 행위를 회개하는 마음이 생길 것이다.

사람이라면 남의 가슴에 대못질해놓고 잠인들 편히 잘 수 있으랴. 남 몰래 발악하며 자신의 행위를 뉘우칠 것이다. 두문불출해 몸부림치는가 하면, 법의 심판을 받을 것이 심히 두려워 안절부절못하기도 할 것이며.

남의 가슴에 못질한 사람이 아무렇지도 않게 태연자약, 편케 단잠을 잔다면 그런 사람은 사람이 아닌, 인면수심(人面獸心)으로 사람의 탈을 쓴 짐승만도 못한 자일 것이다. 

생각만 해도 가슴 섬뜩한 일이 아닌가. 그런 자가 세상에 있다면 주변이 불안할 것이라, 하루속히 법에 따라 사회에서 격리시켜 마땅하다.


# 김길웅

김길웅
김길웅

동보(東甫) 김길웅 선생은 국어교사로서, 중등교장을 끝으로 교단을 떠날 때까지 수십년 동안 제자들을 가르쳤다. 1993년 시인, 수필가로 등단했다. 문학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도서관에 칩거하면서 수필, 시, 평론과 씨름한 일화는 그의 열정과 집념을 짐작케한다. 제주수필문학회, 제주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대한문학대상, 한국문인상 본상, 제주도문화상(예술부문)을 수상했다. 수필집 ▲마음 자리 ▲읍내 동산 집에 걸린 달락 외 7권, 시집 ▲텅 빈 부재 ▲둥글다 외 7권, 산문집 '평범한 일상 속의 특별한 아이콘-일일일'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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