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호텔 상차림비용 일제히 인상
축의금플레이션에 ‘노쇼’ 하객 등장

최근 결혼식을 준비 중인 이가연(가명)씨는 결혼식장과 음식 준비를 두고 가족들과 때아닌 토론을 벌이고 있다.

원하는 날짜에 제주시내 주요 예식장 예약이 불가능할뿐더러 대여와 상차림 비용도 예상을 훌쩍 뛰어넘으면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저출산과 혼인율 감소에도 불구하고 주요 예식장에서는 예약이 쉽지 않다. 엔데믹에 맞춰 미루던 결혼식이 집중되고 일정도 대부분 주말 오전으로 쏠렸기 때문이다.

일가친지와 하객들에게 좋은 음식을 대접하고 싶지만 치솟은 음식 가격 탓에 예식 비용도 걱정이다. 그 여파로 하객들의 축의금도 덩달아 부담이 되고 있다. 

18일 결혼업계에 따르면 제주도내 주요 예식장이 올해부터 예식 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차림 가격을 일제히 인상하면서 결혼비용도 치솟고 있다.

최근 접근성과 합리적 가격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제주시내 한 연회장은 올해 1월부터 음식 가격을 1인당 3만8000원에서 4만2000원으로 10% 인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인건비와 식자재, 꽃, 케이크 등 예식에 필요한 제반 비용이 모두 올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수지타산을 위해서는 상차림 비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호텔 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제주시내 호텔 2곳은 9월부터 예식 연회장의 뷔페 1인당 가격을 5만5000원에서 6만원으로 재차 인상하기로 했다.

이마저 가장 저렴한 요금 기준이다. 요리를 추가하면 1인당 최대 8만원까지 오른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3~4만원대에 불과했지만 6만원이 기본 요금인 시대가 됐다.

더욱이 제주KAL호텔이 폐업하고 라마다프라자호텔도 연말부터 휴업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호텔 결혼식을 준비 중인 예비부부의 선택지도 줄어들었다.

올해 결혼식을 계획한 이씨는 “식장을 찾아주는 분들을 위해 좋은 음식을 마련하고 싶다”며 “다만 호텔의 경우 선택지가 많지 않고 가격도 올라 여러모로 고민스럽다”고 토로했다.

상차림 비용 상승은 고스란히 하객에도 부담이 되고 있다. 이른바 축의금플레이션(축의금+인플레이션) 탓에 축의금 5만원과 10만원 사이를 두고 고민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호텔 예식의 경우 축의금 5만원을 내고 식사할 경우 본의 아니게 민폐 하객이 될 수 있다. 이에 축의금만 내고 식장을 가지 않은 의도적 불참 하객들도 생겨나고 있다.

실제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지난해 모 라디오 방송에서 “10만원 내기가 부담스럽다면 5만원만 내고 노쇼(No Show)하는 방법도 있다”며 현실적 방안을 소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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