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 문광위 업무보고...“변화 보여야” 당부에 김양보 국장 “최선 다할 것”

오영훈 도정 들어 제주도 ‘문화·예술’ 정책이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는 성토가 나오는 가운데, 프랑스 유네스코 본부에서 4년간 근무하고 새로 임명된 제주도 문화체육교육국장을 향해 제주도의원들의 당부가 이어졌다.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위원장 이승아, 문광위)는 26일 소관 부서 주요 업무보고를 진행했다. 이날 회의에는 지난 1월 임명된 김양보 문화체육교육국장이 출석했다. 

김양보 국장은 지난 2020년 1월부터 약 4년간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국제기구 유네스코(UNESCO) 본부에서 협력관으로 파견·근무했다. 유네스코는 교육·과학·문화 분야 국제교류 역할을 맡고 있는 유엔 산하 기구다. 고도화된 문화·예술 분야에 있어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프랑스 파리에서 문화 관련 국제기구 업무를 수행한 경력 덕분인지, 이날 질의에서는 신임 국장에게 현 도정의 문화·예술 정책 방향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다.

양영식 의원(더불어민주당, 연동갑)은 “문화체육교육국 업무보고를 들으면서 특히 문화 정책에 대해서는, 이것이 과연 실천 가능한 계획인지 공허한 메아리가 아닌지 의문이 든다”면서 “글로벌 문화 콘텐츠 창조 도시로 도약하겠다고 말하면서 도정 의지나 예산 뒷받침이 없는데 이것이 과연 가능할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몇 년 간 문광위에서 집행부에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가 바로 ‘홀대’였다”라며 “올해 본예산 세출 현황을 보면 문화·예술 분야는 전년 대비 17.36%p 감소했다. 제주도 전체 예산에서 문화·예술이 차지하는 구성비 비율은 2023년 1.89%에서 올해 1.53%로 감소했다”고 수치로 조목조목 지적했다.

양영식 도의원(왼쪽)과 김양보 국장. / 사진=제주도의회 생중계 갈무리
양영식 도의원(왼쪽)과 김양보 국장. / 사진=제주도의회 생중계 갈무리

양영식 의원은 “뿐만 아니라 민선 8기 도정이 출범한지가 20개월이 지나고 있는데, 문화 분야 공약 이행률은 18.8%에 그치고 있다”며 “아무리 긴축 재정이지만 이런 모습이 (오영훈 도정에서) 문화·예술이 홀대 받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꼬집었다.

나아가 제주시가 지난 해 말 대한민국 문화도시 조성 계획에서 탈락한 사실까지 언급하며 “제주도에서 문화가 이렇게 후퇴하는데 선정되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고 오영훈 도정의 문화·예술 홀대론에 쐐기를 찍었다.

김양보 국장은 “지난 1월 초 지사님이 공기관을 방문할 때, 제주도의 문화 정책이나 콘텐츠까지 포함해서 의지를 가지고 나아가자는데 공감이 있었다”고 말하자 양영식 의원은 “의지가 있으면 뭐하느냐. 정책적으로 뒷받침되려면 예산이 있어야 하는데 예산이 없다. 공약마저 실행하지 못하고 있지 않느냐”고 받아쳤다.

양영식 의원은 “앞으로 문화·예술 분야가 정책이나 예산에서 후순위로 밀리지 않고 1순위로 가도록 국장이 힘써달라. 말로만 앞서지 말고 실천으로 옮겨달라”고 김양보 국장에게 요청했다. 

이승아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오라동)도 거들었다. 이승아 위원장은 “문화·예술계에 종사하는 분들, 우리 의원들 조차도 ‘현 도정이 문화·예술 정책에 의지가 있다’는 방향에 공감을 하지 못한다. 오히려 역행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돌직구를 날렸다.

김양보 국장은 “내년 예산 때는 기필코 과거의 수준으로 회복할 수 있게끔 결과물로 보여드리겠다”고 말하자 이승아 위원장은 “답변이 양치기 소년 같다”고 평가 절하했다.

이승아 위원장은 “저를 포함한 문광위 위원들이 도정 질문 뿐만 아니라 매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코로나19 유행 전도 아니고 코로나19 유행 때 만큼이라도 문화·예술 예산을 회복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결과가 어떤가. 국장님이 더 잘 알 것”이라고 꼬집으며 “오죽하면 지난 연말에 제주 문화·예술인들이 성명서까지 발표했다. 코로나19 시절보다 심하다는 문화·예술 잔혹사라는 성명을 보고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제주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인과 단체 137인(팀)은 지난해 11월 30일 “2024 제주도 문화예술 공공예산 정상화를 촉구한다”는 집단 성명서를 발표했다.

당시 문화예술인들은 오영훈 지사를 향해 ▲오영훈 지사 공약 사업에 대한 예산 배정률(92.6%) 만큼 문화예술 예산 배정 ▲현재 1.55%에 불과한 제주도 전체예산 대비 문화예술 공공예산 비율을 2%까지 확장. 2019년의 2.29% 수준으로 점차적으로 확대하겠다는 약속 이행의 의지 실천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사업 운영비 33% 삭감을 철회하고 재단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 등을 요구한 바 있다.

이승아 위원장의 연이은 지적에 김양보 국장은 “세계가 바라보는 제주 문화의 힘은 크다. 제주가 문화 강세 지역으로 갈 수 있는 기반이 이제는 됐다고 보고 있다. 그 안에 있는 콘텐츠들을 어떻게 버무리고 빛낼 것인가는 문화 정책을 담당하는 저를 포함한 부서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단계적으로 발전해 나가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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